‘韓축구 매운맛’ 당한 멕시코 레전드 골키퍼, 홍명보호에 던진 경고
![오는 19일(한국시간) 열릴 한국-멕시코전에선 수문장들의 활약이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한국의 김승규(왼쪽)와 멕시코의 라울 랑헬 골키퍼. 강정현 기자,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7/joongang/20260617000412895ejre.jpg)
1m68㎝의 크지 않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과 입담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신들린 반사 신경과 형형색색 유니폼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멕시코의 ‘전설적인 수호신’ 호르헤 캄포스(60)를 최근 멕시코시티에서 만났다.
28년이 흘렀지만 캄포스는 한국 축구의 매운맛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한국은 하석주의 프리킥 선제골로 멕시코를 벼랑으로 몰았다. 캄포스는 당시를 떠올리며 억울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하석주의 슛이 수비벽을 맞고 굴절돼 완전히 역동작에 걸렸다. 손을 쓸 수 없는 구석으로 공이 빨려 들어갔는데, 동료들이 와서 ‘왜 보고만 있냐’고 한마디씩 하더라. 그래서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998년 당시 선수들의 움직임이 엄청나게 빨랐다. 우리는 극도로 집중해야만 했다. 한국에 기회가 많았지만, 다행히 우리에겐 좋은 골키퍼가 있었다.” 특유의 유쾌한 자화자찬이었다. 실제로 그는 선제 실점 이후 고종수의 강력한 중거리슛을 몸을 날려 막아내는 등 선방쇼로 멕시코의 3-1 승리를 지켜냈다.
그로부터 한 세대 가까운 세월이 지나, 한국과 멕시코가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두 팀은 19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캄포스는 28년 전과 비교해 현재 판세를 진단했다.
“지금 상황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한국은 더 정교해졌고, 테크닉이 훨씬 좋아졌다”며 “이번 월드컵 역시 멕시코에 꽤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다. 지금 멕시코 대표팀에는 나 같은 골키퍼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28년 전 캄포스와 김병지가 넘치는 개성으로 골문을 지켰다면, 이번 리턴 매치는 라울 랑헬(26)과 김승규(36·FC도쿄)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수호신 대결로 압축된다.
거대한 벽 기예르모 오초아를 밀어내고 멕시코 주전으로 도약한 랑헬은 인생 스토리부터 극적이다.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으로 진흙으로 집을 짓고 빵을 반죽하던 거친 손으로 이제는 조국의 골문을 지킨다. 월드컵 데뷔전인 남아공과의 1차전(2-0 승)을 포함해 최근 9경기에서 단 2실점만 허용했다. 1m90㎝ 장신인 랑헬은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력이 강점이며,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이 소속팀 홈구장이라는 이점까지 안고 있다.

이에 맞서는 한국의 김승규는 베테랑의 노련미에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기술을 고루 갖췄다. 체코와의 1차전에서 두 차례 결정적인 수퍼세이브로 2-1 승리를 이끈 그는 웬만한 필드 플레이어 못지않은 ‘발밑 기술’을 자랑한다. 일본 빗셀 고베 시절 펩 과르디올라의 멘토로 유명한 후안 마누엘 리요 감독에게 전수받은 후방 빌드업 능력은 멕시코의 압박을 풀 한국의 핵심 열쇠로 꼽힌다.

캄포스는 한국이 경계해야 할 공격진으로 베테랑 라울 히메네스(울버햄프턴)와 18세 신성 힐베르토 모라(티후아나)를 꼽았다. 동시에 한국을 향한 현실적인 경고도 했다. “이번 대회는 우리의 안방이다. 멕시코는 홈에서 거의 패하지 않는다. 한국은 멕시코시티보다 고도가 낮은 과달라하라에서 경기하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 관중이 뿜어내는 열기와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경기장 분위기에 삼켜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캄포스는 멕시코의 한 골 차 승리 혹은 무승부를 점쳤다.
과달라하라=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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