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비판한 러 반체제 풍자작가, 망명지 폴란드서 암살당했다

고성표 2026. 6. 1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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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 선 러시아 출신 풍자작가 시몬 스크레페츠키. 그는 15일 망명지 폴란드에서 피살됐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 주변 권력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러시아 출신의 반체제 풍자작가 시몬 스크레페츠키(44·본명 로베르트 쿠좁코프)가 폴란드 망명 생활 중 암살당했다.

폴란드 폴스키에라디오와 독일 차이트 등 외신에 따르면, 스크레페츠키는 15일 오전 10시경(현지시간) 벨라루스 국경에서 약 35km 떨어진 폴란드 동부 도시 비아와포들라스카에서 총격을 받아 숨졌다.

루블린 검찰청과 현지 매체들은 괴한이 권총으로 세 발을 쏜 뒤, 피해자가 쓰러지자 가까운 거리에서 두 발을 더 쏘는 등 잔혹하게 확인 사살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폴란드 수사당국은 사건 발생 후 비아와포들라스카 주재 벨라루스 영사관 인근에서 각각 33세와 37세인 벨라루스 국적의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 당국은 이들 외에도 달아난 공범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시베리아 남부 알타이공화국 태생인 스크레페츠키는 푸틴 대통령은 물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장 등 친크렘린계 인사들을 날카롭게 조롱하는 풍자 초상화를 그려온 인물이다.

또 감옥에서 의문사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초상화도 작업한 바 있다. 그는 크렘린궁의 정치적 박해와 신변 위협을 피해 지난 2021년 폴란드로 망명했다.

그는 피살되기 불과 사흘 전인 지난 12일, 러시아의 국경일인 ‘러시아의 날’을 맞아 독일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당시 그는 푸틴과 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을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관계에 빗댄 도발적인 성화 양식 초상화를 들고 행진했으며, 러시아 국기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다.

스크레페츠키는 숨지기 겨우 1시간 전 자신의 텔레그램에 “베를린 시위가 러시아 애국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지며 성폭행 위협을 받았다”는 글을 남겨 이번 암살이 그의 반체제 시위 행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시사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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