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보여주세요" 무릎 꿇은 학생들...월드컵 시청전쟁, 어쩌나

윤근혁 2026. 6. 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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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 우려까지 겹쳐 학교 고심 중...학생과 학급별 선택 기회 부여하기도, 서울 금옥여고 사례 주목

[윤근혁 기자]

 지난 12일 점심시간, 자율적으로 체육관에 모여든 서울 금옥여고 학생들이 월드컵 한국전을 집단 관람하고 있다.
ⓒ 독자
북중미 월드컵 축구 한국전을 둘러싸고 중학생 여럿이 무릎을 꿇고 중계방송 시청을 요청하는 일이 벌어지고, 고교 학생회 부회장이 성명서를 내는 일까지 생겼다. 한국 학교 안에서는 축구 시청을 놓고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진 셈이다.

"학생들 무릎 읍소에 결국 교사는 텔레비전을 켰다"

16일, 서울 B중 학부모는 <오마이뉴스>에 "지난 12일 오전 11시쯤 월드컵 축구 '한국 대 체코' 전을 앞두고 우리 자녀를 비롯한 학생 여럿이 교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시청을 읍소하는 일이 벌어졌다"라면서 "결국 수업을 진행하려던 ○○교과 교사는 수업을 단축하고 텔레비전을 켰다고 한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경북 A고 일부 교사는 학생들에게 축구 경기를 보여줬다가, 이 학교 교장으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다. 이를 본 이 학교 학생회 부회장은 공개 성명문을 인터넷에 올려 "선생님들께서는 학업에 지친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고자 경기를 보여주셨다"라면서 "그러나 학교장은 이를 두고 선생님들을 강압적으로 호출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기사: 교장의 "월드컵 축구 시청 금지령" 시끌..."기말고사 코앞이라" https://omn.kr/2ip6a)

같은 날, 서울 한 고교에서는 고3 교실 옆 교무실에서 일부 교사들이 축구 경기를 집단 관람하며 큰 소리를 내는 바람에 학생들이 울화통을 터뜨리는 일도 생겼다. 당시 이 학교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교과 학습에 참여하고 있었다고 한다.

올해 월드컵은 과거 월드컵 등과 달리 학교 안에서 축구 경기 시청을 놓고 설왕설래가 크게 오가고 있다. 월드컵 경기 한국전이 수업하는 시간인 평일 오전에 몰려 있는 데다, 최근 논란이 된 '악성 민원'에 대한 우려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경기 지역 한 고교 교장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수업 시간 중 축구 경기 관람은 '안 보면 문제가 안 되지만 보면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면서 "만일 학부모나 학생이 왜 수업 안 하고 축구 경기 봤냐고 민원을 넣으면 뭐라고 답하나?"라고 짚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음처럼 우려되는 민원의 종류를 나열했다.

-별도의 특별 프로그램 운영계획은 세우고 결재는 받았냐?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냐?
-학운위 심의는 했냐?
-축구 안 보고 공부하고 싶었던 학생들의 의사는 확인했냐?

이 교장은 "수업 시간에 축구 경기 보면 안 된다라는 말이 아니다"라면서 "다만, 지금의 학교가 이렇다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강경숙 의원 "계기교육은 학교와 교사 자율로 할 수 있어야"
▲ 거리응원 하는 붉은 악마 체코를 상대로 우리나라의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붉은 악마와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교사 출신인 국회 교육위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월드컵 시청을 이유로 해당 교사들을 색출할 것을 지시한 일이 발생했다. 경악을 금치 못한다"라면서 "2002년 전 국민 축제였던 2002년과 2026년이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은 세계적인 축제이고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적으로도 계기교육은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에 기반해서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학생에게는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교사에게는 교육할 권리가 있다"라면서 "학생들과 가장 밀접하게 살아가는 교사야말로 학생들에게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단할 자격이 있는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축구 경기 시청 여부는 교사의 자율성에 맡기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고교에서 월드컵 축구 시청을 학생 또는 학급별로 선택해서 집단시청할 수 있도록 한 경우도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 금옥여고는 학생에게 선택 기회 부여..."큰 틀만 협의하고 선택 관람"

서울 금옥여고는 지난 12일, 전체 재학생 739명 가운데 150여 명이 체육관에서 한국전을 집단 관람했다. 이 학교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이 축구를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미리 안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부할 학생은 교실에 남고, 축구를 볼 학생은 체육관으로 자유롭게 모여들었다.

이 학교 손동빈 교장은 <오마이뉴스>에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 학생들이 이토록 활발할 수 있다니, 놀랍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공동체교육이고 세계시민교육 아니겠느냐"라면서 "하지만 현실은 기말고사가 코앞이니 교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학교 체육부장 교사가 이런 자율 시청을 제안해 선택적 집단 관람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월드컵 경기 집단 시청에 대해 교원들이 큰 틀만 먼저 협의하고 학생과 학급별로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포츠경향> 16일자에 따르면 서울 용산고도 지난 12일, 수행평가가 끝난 반, 혹은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시청하기로 합의한 학급만 대강당에 모여 한국전을 집단 관람했다. 이날 재학생 760여 명 가운데 200명 정도의 학생이 대강당에서 응원전을 펼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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