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데이 논란 역효과? 민주화 성공의 그늘 [소셜 코리아]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조희연]
|
|
| ▲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낙선 인사를 앞둔 4일 서울 중구 정 후보 캠프 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개표 뉴스를 시청하고 있는 모습. |
| ⓒ 공동취재사진 |
이번 선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누가 이겼는가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정치적 지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이다.
탄핵 이후에도 움직이지 않는 고착화된 경계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우리가 보다 근원적인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한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여당과 야당 사이의 사회심리적·정치사회적 경계가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게 고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49.42%를 얻어 41.15%를 얻은 김문수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의 8.34%를 더하면 범보수와 범진보의 지지 규모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대 민주당+정의당이 약 48.56% 대 50.2%였다면, 2025년 대선에서는 국민의힘+개혁신당 대 민주당+민주노동당이 49.49% 대 50.4%로 나타난다.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통과했음에도 한국 사회의 정치적 균형추는 거의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
|
| ▲ 2022 대선·2025 대선·2026 서울시장 선거 2030 남성과 여성의 지지율. * 2026 서울시장 30대 여성: 당초 오세훈 53.6% / 정원오 42.8%로 발표됐으나, KEP가 사전투표 데이터 누락 오류를 인정해 오세훈 45.3% / 정원오 51.3%로 공식 수정(2026.6.11.) |
| ⓒ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 |
과거 민주화 세대의 경험 속에서 청년층이 자연스럽게 진보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했다. 하지만 오늘날 청년세대는 민주주의를 쟁취했던 세대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이미 제도화된 사회에서 성장한 세대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정치의 기준 역시 민주화 세대와는 다르다. 이 점을 직시하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해서 현실을 잘못 이해하게 된다.
민주화의 실패가 아니라, '민주화 성공의 그늘'
나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선거 국면의 변화로 보지 않는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새로운 역사적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본다. 핵심은 민주화의 실패가 아니라 민주화의 성공이다. 40여 년에 걸친 민주화의 성공 속에서 또 다른 그늘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민주화 성공의 그늘'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성공의 그늘'이란 반독재 야당이 집권하고 그 집권정부에 반독재 민주화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게 되고, 그 결과 민주진영이 단지 약자 또는 악에 대항하는 선의 세력으로만 존재할 수 없게 된 것을 의미한다.
과거 민주화 시대의 기본 구도는 선과 악의 구도였다. 독재 권력이라는 명백한 악이 존재했고, 민주화운동 세력은 선의 세력으로 간주되었고 그 결과 도덕적 우위의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세대에게 이러한 구도는 더 이상 자명하지 않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는 쟁취의 대상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민주화 세대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행동과 언어가 새로운 세대에게는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내로남불'이다. 민주진보 세력이 야당 시절에 사용했던 도덕적 기준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많은 시민은 그것을 위선으로 본다. 실제로는 정치의 복잡성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도덕적 이중기준으로 해석한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된 '탱크데이' 사안도 그렇다. 민주화운동 세대에게 5·18은 현재진행형의 역사이기에 그것을 희화화하는 움직임에 경각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세대의 눈에는 국가권력이 특정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과거에는 정의의 실천으로 읽히던 행동이 오늘날에는 권력의 과잉 행사로 해석될 수도 있다. 탱크데이 사안의 추이를 보면,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행정안전부 등 공공기관이 적극 개입하는 모습은 일부 시민들에게 권력의 과잉 행사처럼 보일 수 있었다. 민주화 시대의 미덕이 민주화 이후 시대에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과유불급'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민주화 시대에는 독재와 싸우는 강력한 투쟁이 미덕이지만, 민주화 이후 시대에는 동일한 방식의 대응이 다른 정치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오늘날 보수나 극우세력이 성장하는 배경에는 단순히 권위주의 향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화 이후 형성된 새로운 불만과 분노가 존재한다.
|
|
| ▲ 오늘날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존재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그 경계가 너무 단단하게 굳어졌다는 데 있다. |
| ⓒ 셔터스톡 |
초기 민주진보 진영 내부에서는 이를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반면 극우 진영에서는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해석하며 재선거 요구나 참정권 침해에 대한 항의를 자신들의 정치적 의제로 흡수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우리는 극우적 전유 시도를 단지 부정선거론의 연장선이나 내란세력 척결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젊은 세대가 제기하는 새로운 문제의식과 불만을 진지하게 읽어낼 필요가 있다.
민주진보 진영은 권력의 '역사성'을 중심으로 현실을 바라본다. 독재세력으로부터 내란세력에 이르는 역사적 계보를 기준으로 정치적 사안을 판단한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세대는 권력의 '현재성'에 더 민감하다. 누가 권력을 행사하는가보다 어떻게 권력을 행사하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절차적 정당성, 공정성, 투명성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 결과 젊은 세대의 시선에서는 보수든 진보든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다면 유사한 정치양식으로 비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인식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민주진보는 부정선거 프레임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참정권 보장과 선거절차의 완전성에 대한 시민적 요구는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음모론적 부정선거 주장과 실제 참정권 침해에 대한 문제제기는 구분되어야 한다. 전자는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지만, 후자는 민주주의를 더욱 충실하게 만들기 위한 요구일 수 있다. 극우가 전유하려는 의제를 다시 민주주의의 의제로 전환하는 길이기도 하다.
|
|
| ▲ 필자는 최근 출간한 책 <극우시대가 온다-햇볕정치와 공화적 민주시민교육>에서 보수와 진보의 고착된 경계를 해동하는 정치를 ‘햇볕정치’라고 불렀다. |
| ⓒ 한울아카데미 |
오늘날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존재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그 경계가 너무 단단하게 굳어졌다는 데 있다. 경계가 고착될수록 작은 실수 하나가 거대한 정치적 반작용을 낳는다. 이번 선거는 바로 그러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역지사지형 성찰성'이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극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오류뿐 아니라 그들이 동원하는 감정의 구조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정치적 자기성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원칙을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를 더욱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적 감수성의 문제이다. 정의를 향한 방향성은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그 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은 변화된 현실에 맞게 새롭게 성찰되어야 한다.
강고하게 얼어붙은 사회심리적 경계를 녹이고, 적대의 정치에서 설득의 정치로 한 걸음 나아가려는 노력.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민주진보세력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이며, 동시에 한국 민주주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대적 과제다. 물론 나는 현장에 있지 않기 때문에 햇볕정치적 시각과 방향이 구체적인 정치와 사회적 갈등의 맥락에서 어떻게 발휘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수 없다. 단지 이런 새로운 시선과 상상력을 결합해서 정의를 향한 투쟁의 행진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할 뿐이다.
기본적으로 민주진보 진영은 '정의(justice)'라는 가치 목표를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상대를 제압하는 일종의 '돌진적 전투주의'를 주요한 방법론으로 삼아 투쟁해 왔다. 이러한 정신은 지금도 여전히 필요조건으로서 유효하다.
그러나 변화된 현실의 맥락, 2030세대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감수성, 그리고 민주화의 '그늘'로 인해 형성된 사회적·정치적 '강퍅함'을 함께 고려한다면, 기존의 투쟁의 정치와 내가 말하는 햇볕정치적 실천을 사안에 따라 적절히 배합하는 유연한 복합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초당적 지지가 필요한 사안에서는 과감한 협치 전략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송파 사태와 같은 경우에는 젊은 세대의 참정권 요구를 그 자체로 진지하고 강력하게 수용하는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내로남불' 논란이 반복되는 사안에서는 스스로의 기득권 일부를 내려놓으면서까지 모두에게 적용될 공통의 규칙을 만드는 노력이 요구될 수 있다. 때로는 민주화세대가 기득권자의 위선처럼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는, 민주화운동이 지녔던 자기희생의 정신을 되살리는 노무현식 접근법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탱크데이'와 같은 사안에서는 국가 행정권력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과유불급'을 경계하고 절제하는 태도로 나타날 수도 있다(물론 나는 이른바 '87년 체제'의 사회경제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예컨대 고용, 주거 등을 둘러싼 더 근본적인 대안적 사회경제적 정책을 내는 문제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여기서는 정치 '양식'에 대해 집중한다).
|
|
| ▲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
| ⓒ 본인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참교육' 본 아이들의 예상 밖 반응...교사를 당혹케 한 한마디
- '멸종' 일본 수달이 돌아왔다? 유전자 검사 결과 '반전'
- 정청래의 상처뿐인 '마이웨이'
- '성인 OO 금지'...'남산뷰' 도서관에 붉은색 경고문, 웃음이 나네요
- "소청은 시작일 뿐" 장동혁... 결국 서울 등 '전면 재선거' 요구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종전
- 통합은 출발선일 뿐...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넘어야 할 과제들
- 빅테크 왕좌를 버린 인재들, 중국 AI 역사를 다시 쓰다
- 육사 총동창회 "사관학교 통합, 졸속 추진 멈추고 재검토해야"
- 월드컵 독일 경기에 히틀러 등장? 풍자 목적 합성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