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꼭 1분 빨리 집에 가세요"…채용공고에 '시끌'

서지영 2026. 6. 16. 11:2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휴수당 회피 '얌체' 채용공고 논란
제도 역설 지적…"개편 필요" 목소리도

주휴수당 지급 기준을 피하기 위해 주당 근무 시간을 '14시간59분'으로 설정한 카페 채용공고가 논란을 낳고 있다. 단 1분 차이로 법정 수당 지급 여부가 갈리는 현행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면서, 인건비 절감을 위한 '기형적 쪼개기 계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카페의 채용공고에는 근무 조건이 주 3일로 화요일과 수요일은 오후 1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목요일은 6시29분까지 근무하도록 명시됐다. 주당 총근무 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제한하기 위해 목요일 하루 근무 시간만 의도적으로 1분 줄인 것이다. 게티이미지
목요일만 1분 앞당긴 '6시29분' 퇴근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카페의 채용공고 내용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근무 조건은 주 3일로 화요일과 수요일은 오후 1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목요일은 6시29분까지 근무하도록 명시됐다. 주당 총근무 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제한하기 위해 목요일 하루 근무 시간만 의도적으로 1분 줄인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는 주휴수당 지급이 의무화되어 있다. 이는 1주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 주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는 제도로, 사실상 하루치 임금이 추가 지급되는 구조다. 올해 최저임금 기준 주 15시간 근로자는 주당 약 3만 원 수준의 주휴수당을 추가로 받게 된다.

논란이 된 채용공고. SNS 캡처

이를 본 누리꾼들은 '쪼개기 근무'의 전형적 사례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차라리 한 시간 일찍 가게 해라" "저런 곳은 손님으로도 가기 싫다" "속 보이는데 누가 지원하겠나" "저런 곳은 절대 가면 안 된다" "사장이 대충 어떤 사람일지 감이 온다" "사람 몰릴 때도 철저히 칼퇴 되는지 궁금하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고용 안전망 밖 초단시간 노동자 양산

문제는 이 같은 '시간 쪼개기' 구인이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주가 인건비 및 부대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당 근무 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맞추면서 이른바 '초단시간 노동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잠실역에서 내린 승객들이 개찰구를 나가고 있다.

주 14시간 근무자는 15시간 근무자와 비교해 물리적 노동 시간은 단 1시간 적지만, 주휴수당을 받지 못해 월 기준 약 15만~19만원 상당의 소득 격차가 발생한다.

여기에 유급 연차휴가와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되며, 건강보험·국민연금 등 주요 사회보험 직장 가입 대상에서도 배제돼 노동시장 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산재보험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용 안전망에서 밀려난다. 고용보험 역시 3개월 미만 단기 근무 시 가입 의무 대상에서 빠질 수 있어 고용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제도 역설…"보호 장치가 사각지대 낳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현행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지목한다. 일정 시간 이상 근로자만 보호하는 방식이 오히려 사용자에게 '기준 회피'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특히 현행 주휴수당 제도는 장시간 전일제 노동이 보편적이었던 과거 산업 환경을 전제로 제정된 만큼, 플랫폼·단기·유연근무가 확산한 현대 노동시장의 다변화된 고용 형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규제가 역설적으로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고 취약계층을 양산하는 '역설'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주휴수당 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나, 소득 기반의 유연한 고용 보호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