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탈리아 이긴 격" 월드컵 첫 출전 카보베르데, 스페인 상대 무승부 대이변...40세 골키퍼 펄펄 날았다
-40세 골키퍼 보지냐, 세이브 7개로 이변의 주역
-어머니 비자 문제로 현장 관전 불발에 눈물

[더게이트]
0대 0무승부 경기가 이토록 뜨거울 수도 있다. 축구공은 둥글었고, 세계 축구는 생각보다 평평해졌다.
인구 55만 명. 아프리카 세네갈 앞바다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파란을 일으켰다. 16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H조 1차전에서 카보베르데는 유럽 챔피언 스페인과 0대 0으로 비겼다. 데이터 분석 업체 옵타에 따르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격차 65계단을 딛고 하위 팀이 패배를 면한 것은 월드컵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수문장 보지냐의 슈퍼세이브
카보베르데의 수문장 보지냐는 스페인의 유효슈팅 7개를 모두 쳐냈고, 이날의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됐다. 나이 만 40세 12일로 월드컵 전체 역사상 최고령 데뷔 순위로는 2018년 이집트의 에삼 엘 하드리(45세 161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1966년 이후 월드컵에서 40세 이상 골키퍼가 단일 경기 7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것도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브라질전에서 10세이브를 올린 북아일랜드의 팻 제닝스(당시 41세) 이후 보지냐가 처음이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보지냐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카보베르데의 모든 분께 감사하다. 우리는 이 순간을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운 날"이라며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서 자랐는데 두 분 모두 몇 해 전 돌아가셨다. 어머니도 비자 문제 때문에 이 자리에 오지 못했다. 비자 비용까지 모두 지불했지만 시간 내에 발급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인구 55만의 섬나라가 일군 기적
카보베르데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아이슬란드(약 35만 명)에 이어 월드컵 역사상 두 번째로 인구가 적은 본선 진출국이다. 전력상 하위권이라는 예상과 달리 첫 경기부터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했다. 아프리카 예선 D조에서 전통의 강호 카메룬을 제치고 조 1위로 본선 직행 티켓을 따낸 저력은 우연이 아니었다.
스페인은 후반 26분 라민 야말과 미켈 메리노를 동시에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고, 후반 42분에는 니코 윌리엄스 카드까지 꺼냈다. 그래도 카보베르데의 방어선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막판 수비수 디네이 보르헤스의 코너킥 헤더가 스페인 골문을 위협했다. 스페인 골키퍼 우나이 시몬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역전 결승 골로 연결될 뻔한 장면이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번 무승부를 역대 월드컵 최고의 이변 반열에 올렸다. 1950년 미국의 잉글랜드 격파, 1966년 북한의 이탈리아전 승리,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르헨티나 역전승에 견줄 만한 결과라는 평가다.
카보베르데의 다음 상대는 21일 우루과이, 27일 사우디아라비아다.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만큼 각 조 3위 팀 중 상위 8개 팀도 16강에 오를 수 있다. 강호 스페인에게서 승점 1점을 뽑아낸 카보베르데는 이미 토너먼트 진출 경쟁권에 들어섰다. 인구 55만의 작은 섬나라가 미국 땅에서 새로운 전설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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