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AI 데이터센터 냉각 전력 10분의 1로 줄였다[과학을읽다]
"AI 시대 승부처는 발열 제어"…엔비디아 차세대 칩 적용 가능성도 제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초고효율 반도체 냉각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반도체 칩 내부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미세 물길을 구현해 기존 세계 최고 수준보다 10배 높은 냉각 효율을 달성한 것으로, AI 반도체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발열 문제 해결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KAIST는 김성진 기계공학과 교수와 이익진 AX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반도체 칩 내부에 매니폴드와 마이크로채널을 결합한 초고효율 액체 냉각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최근 생성형 AI 확산으로 AI 반도체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열 문제는 산업계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냉각에 사용해 '전력 먹는 하마'로 불린다. 업계에서는 공랭식 냉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액체 냉각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반도체 칩 내부에 냉각수를 직접 흘려 열을 제거하는 매니폴드 마이크로채널(MMC) 구조를 개선한 것이다. 매니폴드는 냉각수를 여러 경로로 나눠 공급·회수하는 장치이며, 마이크로채널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미세 물길이다.
연구팀은 냉각수가 일부 채널에만 집중되는 기존 MMC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채널에 냉각수가 균일하게 흐르도록 구조를 최적화했다. 택배 물류망이 여러 지역 물류센터로 분산되면 배송 거리가 짧아지는 것처럼, 냉각수 이동 거리도 최소화해 에너지 손실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AI 시대 경쟁력은 연산 아닌 열관리
실제 실리콘 웨이퍼로 제작한 실험 결과 냉각 성능계수(COP)는 10만6000을 기록했다. 이는 냉각에 투입한 에너지 1로 10만6000배에 해당하는 열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해당 수치는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보고된 기존 최고 수준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양의 열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기술은 액체가 끓는 비등 냉각이나 나노 구조 표면 처리, 다이아몬드 등 고가 소재 없이 상온의 물만으로 구현됐다는 점도 강점이다. 현재 반도체 제조 공정과도 호환돼 추가 설비 투자 없이 적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5㎜×5㎜ 크기의 시험 칩에서 기술을 검증한 뒤, 이를 AI 데이터센터용 대형 반도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데이터센터 냉각장치인 콜드 플레이트에 적용한 결과 기존 대비 30% 이상 향상된 냉각 성능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향후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급 초고성능 칩에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성진 KAIST 교수는 "최신 AI 반도체는 칩 하나에서 수백 와트에서 수천 와트에 이르는 열이 발생해 공랭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AI 데이터센터 경쟁력은 연산 성능뿐 아니라 발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에너지 전환 및 관리(Energy Conversion and Management)'에 15일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초고열유속 냉각시스템 특화연구실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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