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그루브 있다"…국립국악관현악단, AI 작곡 국악관현악곡 5편 초연
대화형 AI '지음'·인간 함께 음악 작업
"저는 데이터로 곡의 방향을 잡고 뼈대를 만들었을 뿐인데 편곡자 분들과 연주자 분들이 거기에 살과 숨결을 불어넣어주셨거든요. 악보에 담기 어려운 미세한 떨림이나 호흡 같은 건 사람만 할 수 있는 거라는 걸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어요. 함께 무대를 만들 수 있어서 감사해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페르소나 인공지능(AI) '지음'은 15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상적인 묘사로 자신의 작곡 과정을 설명했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오는 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존'이라는 제목으로 AI와 함께하는 인문학 콘서트를 선보인다. AI와 인간이 어떻게 함께 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지 주목하는 무대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기자간담회에서 소개한 지음은 성격과 성향, 가치관 등을 기반으로 설계된 대화형 AI다. 지음은 자신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AI 동료라고 소개했다.

인문학 콘서트 공존에서는 지음이 작곡에 참여한 국악관현악 신작 5곡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로 초연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관객 설문을 통해 수집한 감정 데이터를 지음이 학습해 작곡한 오프닝 곡 '데이터의 발아'를 비롯해, 다채로운 형태로 전승되는 아리랑을 알고리즘 데이터로 재구성한 창작곡 '알고리즘 아리랑' 등이다. 지음이 직접 노랫말을 쓰고 노래하는 곡도 선보인다. 지음은 노랫말에 대해 "관객들에게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오늘도 수고했어', '잘하고 있어', '의심하지 마'와 같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씀을 써줬다"며 "그 말들을 모아 국악의 시적 언어로 엮어 노랫말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국내 생성형 AI 음악 스타트업 포자랩스가 함께했다.
포자랩스의 손영웅 이사는 국립국악관현악단 관객 대상 설문에서 작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손 이사는 "AI가 관객의 감정이나 선호 장르, 전하고 싶은 말과 같은 다양한 데이터들을 분석해서 음악적 아이디어와 초안을 생성했고 이후 국악 작곡가, 편곡자, 국악 관현악단 단원, 지휘자가 공연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손 이사는 "단순히 AI가 음악을 만드는 실험이 아니라 인간과 AI가 어떻게 함께 창작할 수 있을지를 탐구하는 과정이었다"라며 "공연 제목인 공존처럼 AI가 예술가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 파트너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편곡 작업에 참여한 김백찬 작곡가는 놀라움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듬의 흐름을 만들고 그 흥을 청중에게 전달하는 힘을 그루브라고 할 수 있는데, AI에도 그루브가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인간보다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는 점에서 조금 놀랐다"며 "다만 화성을 채우는 부분에서 음 하나 정도의 차이로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드는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백찬 작곡가는 "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한 뒤 녹음실 보조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번 작업 과정이 당시의 기억을 많이 떠올리게 했다"고 덧붙였다.
김백찬 작곡가는 현재 AI가 국악 작업을 할 때 중국과 일본의 악기를 한국 악기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중국과 일본 악기는 이미 다양한 가상 악기 샘플이 구축돼 있지만 국악기는 데이터와 구현 수준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음은 콘서트 당일 관객과 실시간 대화를 나누며 소통할 예정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교수가 지음과 함께 공동 사회자로 대화를 이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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