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일본 수달이 돌아왔다? 유전자 검사 결과 '반전'
단순한 동물 소개를 넘어 현장에서 동물을 마주하는 수의사의 시각으로 멸종의 원인과 생태계의 유기적 관계를 분석합니다. 이미 사라진 동물의 '부재'를 통해 현재 위기종을 향한 '보호 의지'를 되돌아보고 성공적인 종 보전 프로젝트 사례와 일상 속 실천법을 공유합니다. <기자말>
[이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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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수달 |
| ⓒ 서울시설공단 |
유라시아수달은 족제비과 동물 중에서 수중 생활에 가장 완벽하게 적응했다. 몸길이는 50~85cm, 꼬리 길이는 33~50cm이며, 체중은 5~14kg으로 날씬한 유선형의 체형을 자랑한다. 짧은 다리엔 발가락 사이마다 튼튼한 물갈퀴가 돋아 있고, 척추가 놀라울 정도로 유연해 물속에서 거침없이 유영한다.
더욱 신기한 것은 잠수할 때 귀와 콧구멍을 스스로 닫아 물의 유입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철저한 야행성인 이들은 밤이 되면 은밀하게 움직이며 물고기를 주식으로 삼고, 양서류, 파충류, 갑각류, 심지어 조류까지 사냥한다.
이렇게 우리의 하천을 벗 삼아 번성하던 수달, 그러나 수달의 방수 피모의 탁월한 능력이 일찍이 인간의 눈에 띄면서 잔혹한 수난사가 시작되었다. 인간이 모피와 고기를 필요로 하면서부터 시작된 수달 포획의 역사는 깊고도 지난하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수달 가죽은 늘 최고급 사치품이자 권력의 상징이었다. 몽골의 원나라가 침략해 왔을 때 그들이 고려 정부에 요구한 가장 중요한 공물 목록 중 하나도 수달 가죽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로 떠나는 사신들 보따리 속에 수달 가죽은 빠져서는 안 될 필수 최고급 외교 예물이자 무역 품목이었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수달을 도구화한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수달의 고기와 간, 심지어 발과 뼈까지 온갖 질병을 치료하는 약용으로 쓰인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수달은 인간의 옷차림을 위해 가죽이 벗겨지고, 인간의 건강을 위해 삶아지는 과도한 포획의 표적이었다.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일본 수달
이러한 인간의 탐욕이 한 국가에서 한 종을 통째로 지워버리는 결정적 사례가 바로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다. 과거 일본 하천에는 독자적인 진화를 거쳐온 일본 수달이 살고 있었다. 오랜 기간 유라시아수달의 아종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의 유전자 분석 결과 유라시아수달과 수백만 년 전 갈라진 완전히 별개의 독자적 종임이 밝혀졌다.
일본 수달은 몸길이 65~80cm에 일본 열도에만 살던 고유종이었다. 5월에서 8월 사이에 털갈이를 하며 계절에 적응했던 이 아름다운 생명체는 짝짓기 철을 제외하면 철저히 홀로 강을 유영하던 밤의 주인이었다.
이 일본 수달의 파멸은 19세기 후반 메이지 시대부터 본격화되었다. 문호를 개방한 메이지 정부는 서구 열강과의 무역을 위해 돈이 되는 동물 가죽을 전방위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수달 가죽이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자 전국적인 사냥 광풍이 불었고, 20세기 초중반에는 군인들의 방한복을 만들기 위한 집중 포획이 이루어졌다. 1940년대에 이르러서는 개체 수가 파멸적인 수준으로 급감했다. 일본 정부는 뒤늦은 1965년에야 특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보호에 나섰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진짜 무서운 재앙인 현대식 하천 개발과 수질 오염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전후 경제 성장에 눈이 먼 일본은 전국의 강을 콘크리트 제방으로 둘러치고 댐을 건설했다. 수달이 보금자리를 틀던 바위틈과 덤불은 굴착기에 깎여 나갔고, 공장 폐수로 물고기가 전멸하자 수달은 굶주림에 허덕이다 도로 위에서 로드킬을 당하거나 인간의 그물에 걸려 죽어갔다.
결국 1979년 고치현 신조강에서 목격된 마지막 한 마리를 끝으로, 일본 수달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2012년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일본 수달의 멸종을 선언했다. 그 뒤 2017년에 일본 쓰시마섬에서 수달이 다시 발견되어 멸종된 일본 수달이 돌아왔다며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그러나 배설물 유전자 검사 결과, 그 수달은 일본 수달이 아니라 한국 남해안에서 선박을 타거나 거친 바다를 헤엄쳐 건너간 한국의 유라시아수달로 밝혀졌다. 비록 진짜 일본 수달은 아니었지만, 유라시아수달이 일본 수달과 동일한 생태적 지위를 가졌기에, 일본인들은 이 한국 수달을 통해 자신들이 파괴한 강의 생태계가 언젠가 복원되기를 갈망하는 서글픈 희망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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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6월 24일 서울시설공단은 서울 광진구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유라시아수달 쌍둥이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
| ⓒ 서울시설공단 |
최근 일본의 한 동물원에 수달이 전시되기 시작하였다. 도쿄에 위치한 다마동물원의 물가로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얼굴을 한 수달 한 마리가 풍덩 소리를 내며 뛰어든다. 매끄럽게 물살을 가르며 노니는 녀석들의 모습에 일본 관람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2012년 완전히 멸종되었다던 수달이 어떻게 도쿄 한복판에 살고 있는 것일까. 이들의 고향은 일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서울대공원에서 바다를 건너간 우리나라의 유라시아수달 두 마리이다.
이들의 일본 이주는 이른바 동물 외교의 결과물이다. 2년 전, 일본은 귀여운 외모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레서판다 세 마리를 한국에 보냈고, 현재 이 레서판다들은 서울대공원의 귀빈 대접을 받으며 수많은 한국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일본의 호의에 화답하기 위해, 우리나라 야생에 고작 600여 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귀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 별이와 달이를 일본으로 보낸 것이다. 우리 정부가 천연기념물 동물을 해외로 반출한 것은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결국 두 나라는 서로의 가장 소중하고 귀한 생명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다지는 외교적 약속을 나눈 것이다.
도쿄 다마동물원의 물줄기를 가르는 한국 수달 별이와 달이를 본다. 녀석들은 자신들이 대한민국 천연기념물이라는 사실도, 자신들의 몸짓 하나에 한일 관계의 냉온탕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정치적 사실도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맑은 물이 있으면 풍덩 뛰어들고, 신선한 물고기가 있으면 맛있게 나누어 먹을 뿐이다.
일본인들은 다마동물원의 수달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앙증맞은 몸짓에 웃음만 지을 일이 아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자신들의 손으로 기어이 멸종시켜 버린 일본 수달의 환영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강을 콘크리트로 메우고 가죽을 벗겨내어 한 종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린 나라, 그리고 이제는 이웃 나라에서 귀하게 모셔 온 수달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껴야 하는 이 역설적인 풍경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동시에 이 거울은 우리 대한민국을 향하기도 한다. 우리는 과연 수달에게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수달은 여전히 위기 근접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1980년대 이후 강력한 서식지 보호와 독성 살충제 규제 덕에 수달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지만, 우리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수달은 단순히 귀여운 마스코트가 아니다. 하천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건강하게 조율하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해 주는 최종 조절자다. 한 나라의 수도를 관통하는 한강수계에서 수달이 온전히 복원되고 정착한다는 것은, 그 강이 비로소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건강하게 살아 숨 쉬는 강으로 거듭났음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척도다.
다행히 국내에는 화천군의 한국수달연구센터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 연구 기관을 비롯해 서울동물원, 국립생태원 등 15개 기관이 수달 보호와 생태 연구에 힘쓰고 있다. 일본 수달의 멸종을 통해 자연을 지키지 못하고 생명을 도구로만 보면 그들을 영영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 수달의 멸종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의 수달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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