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라 빚 6515조 사상 최대…1년 새 280조원 증가
중동 종전에도 에너지 정상화 지연 우려…고부채 경제 부담 여전

정부·가계·기업 부채를 모두 합한 국가 총부채가 지난해 말 6515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총부채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글로벌 금리·물가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경우 한국 경제의 이자 부담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4분기 말 비금융부문 빚은 6514조5558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6500조5847억원)보다 약 14조원 늘어난 수치다. 1년 전인 2024년 말(6233조9844억원)과 비교하면 280조5714억원 가량 증가했다.
BIS의 비금융부문 신용 통계는 정부 부문과 민간 비금융부문을 포괄하고, 민간 부문은 다시 기업과 가계로 나뉜다. 자금순환 통계를 바탕으로 정부·가계·기업 등 주요 경제 주체의 부채를 합산한 지표다. 한 나라의 성장과 자산 가격 상승이 빌려온 돈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연간 기준으로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부문은 정부였다. 지난해 말 정부부채는 1216조644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2조8399억원(9.2%) 늘었다. 가계부채는 2359조7240억원으로 같은 기간 3.0% 늘었다. 기업부채는 2938조1875억원을 기록하며 3.9% 증가했다. 정부부채 증가율이 가계와 기업을 크게 웃돈 것이다.
다만 4분기 흐름은 3분기와 달랐다. 정부부채는 지난해 3분기 1250조7746억원에서 4분기 1216조6443억원으로 약 34조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업부채는 약 31조원, 가계부채는 약 17조원 늘었다. 4분기 총부채 증가분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 부문, 특히 기업부채가 끌어올린 구조다.
연간 증가분을 나눠 봐도 기업부채 증가분이 109조7835억원으로 가장 컸다. 정부부채 증가분은 102조8399억원, 가계부채 증가분은 67조9480억원이었다. 전체 부채 증가분 280조5714억원 가운데 기업이 약 39%, 정부가 약 37%, 가계가 약 24%를 차지했다.

정부부채 증가세가 두드러진 배경에는 경기 둔화에 따른 세수 여건 악화와 재정 지출 확대 흐름이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민간 부문의 부채 증가세는 과거보다 둔화했지만 재정과 정책금융의 역할이 커지면서 전체 부채 총량은 계속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4분기에는 정부부채가 줄고 기업·가계부채가 늘어난 만큼 최근 부채 흐름은 부문별로 엇갈리는 모습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전분기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44.7%로, 3분기 248.0%보다 하락했다. 그러나 2024년 말(243.8%)과 비교하면 여전히 0.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민간부채 비율은 199.0%로 200% 아래로 내려왔고 가계부채 비율은 88.6%, 기업부채 비율은 110.4%로 집계됐다.
문제는 부채 총량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GDP 대비 비율은 성장률과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낮아질 수 있지만 실제 갚아야 할 빚의 절대 규모는 1년 새 280조원 넘게 늘었다. 높은 부채 수준은 금리 충격이 발생했을 때 정부와 민간 모두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위험 부담을 져야 하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면 국고채 금리가 오르고, 이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과 가계의 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금리 충격에 대한 경제 전반의 취약성이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금리가 오르거나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되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 소비가 줄고, 일부 차주의 상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조정 압력까지 더해질 경우 실물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고금리 부담이 장기화하면 성장률 둔화 압력도 커질 수 있다.
대외 환경은 급한 불이 꺼졌지만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로 중동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해협 재개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다만 중동 지역 원유·가스 생산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거나 유가가 다시 불안해질 경우 물가와 금리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도 글로벌 장기금리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장기금리가 다시 오르면 국내 채권시장에도 상승 압력이 전이될 수 있다. 국가 총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대외 금리 충격이 겹칠 경우 정부의 이자 비용,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가계의 대출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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