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날 강제송환 말아달라” 68세 中둥광핑의 마지막 탈출
고무보트를 타고 충남 태안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최근 송치된 중국 반체제 인사 둥광핑(董廣平·68)이 한국 정부를 향해 “강제 송환을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를 지원하고 있는 중국계 캐나다인 성쉐(盛雪)를 통해서다. 둥광핑은 지난달 25일 오후 9시36분쯤 길이 3.3m짜리 고무보트를 타고 접근하다 충남 태안군 북서방 10해리(약 18㎞) 부근에서 한 어선에 의해 발견 후 해경에 체포됐다.

중국 반체제 인사로 알려진 성쉐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둥광핑은 중국을 탈출해 일본으로 가기 위해 바다로 700㎞ 이상을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획을 세웠다”며 “그런데 약 300㎞ 항해 후 고무보트 엔진에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둥광핑은 완전히 탈진해 환각을 겪었고, 항로를 약간 수정해 한국 해안에 접근했다”며 “한국 선원들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고, 이후 해경에 체포됐다”고 덧붙였다. 둥광핑의 이러한 중국 탈출 사실은 성쉐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둥광핑을 돕기 위해 그와 연락망을 구축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성쉐에 따르면 둥광핑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관련 서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1999년 경찰에서 파면됐으며, 2014년 톈안먼 추모 행사에 참여한 후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석방 후 둥광핑은 2015년 9월 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피신했지만, 태국 당국은 둥광핑을 체포해 중국으로 강제 송환했다. 당시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등은 성명을 통해 “난민인 둥광핑을 추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태국 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성쉐는 “둥광핑을 구출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캐나다 국회의원과 중국 담당 관료들에게 연락을 취해 그의 가족을 캐나다로 정착시키기로 했다”며 “하지만 둥광핑은 강제 송환 당해 중국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고 주장했다.
둥광핑은 출소 후 베트남으로 탈출해 2년여간 도피생활을 했지만 2022년 8월 베트남 당국에 체포돼 다시 중국으로 송환됐다. 출소 후 그는 성쉐 등 반체제 인사와 소통하며 또다시 탈출 계획을 세웠고, 이번에는 지난 2023년 제트스키를 타고 서해를 건너온 반체제 인사 취안핑의 사례를 참고했다고 한다. 한국 해경에 체포된 둥광핑은 현재 신변 보호를 위해 국내 모처에서 난민 단체 등의 지원을 받으며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쉐는 “둥광핑의 몸 상태는 나쁘지 않지만, 추방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둥광핑이 추방된다면 고문을 받고 수감될 것이다. 68세의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다시는 빛과 자유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둥광핑도 성쉐를 통해 입장을 중앙일보에 입장을 전했다. 그는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고 난민 협약 체결국으로서, 나를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며 “(가족이 있는) 캐나다로 가기 위해서는 캐나다 정부의 태도와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한 난민 지위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I believe that South Korea is a democratic country and a signatory to the Refugee Convention, and will not deport me back to China. I know that my journey to Canada also depends on the attitude of the Canadian government and the UNHCR's restoration of my refugee status.”)

태안해양경찰서는 지난 10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동광핑을 불구속 송치했다. 앞서 해경은 둥광핑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지난달 28일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다만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제트스키를 타고 밀입국해 구속 기소됐던 취안핑은 인천지법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후에야 외국으로 망명했다. 둥광핑의 난민 신청 등 관련 법적 지원은 현재 국내 한 공익법단체가 맡고 있다.
변민철 기자 byun.min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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