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합의” vs “사실상 항복”… 트럼프는 무엇을 얻었나
고물가, 지지율 하락 중간선거 부담 ↑
호르무즈 개방, 전쟁 전 복귀 불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타결을 “위대한 합의”라고 자평했지만 미국 입장에서 이번 전쟁은 명분과 실리 모두를 놓친 전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란의 핵 능력 무력화가 여전히 불확실하고 신정체제 교체를 이끌어내지도 못한 채 막대한 정치·경제적 비용만 떠안게 됐다는 비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종전 합의를 발표하며 이번 합의가 중동에 새로운 평화 질서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대 미국 대통령이 해결하지 못했던 과제를 자신이 해냈다고 자찬했다.
하지만 106일 만에 도달한 종전 합의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미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이날 “트럼프는 축배를 들고 있지만 미국은 사실상 항복했다”며 “군사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진 미국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이란을 상대로 사실상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지적했다.
종전 합의도 전략적 승리라기보다 악화한 미국 국내외 여론 속에서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가와 물가가 치솟은 데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정치적 부담이 한층 커졌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다수당 지위가 불투명해지는 상황도 서둘러 전쟁을 끝내야 하는 이유가 됐다.
개전 초기부터 오락가락했던 전쟁 목표와 전개 과정에서 트럼프가 보인 혼선도 이번 전쟁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 시도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후 정권교체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다시 핵 능력 무력화를 목표로 제시하는 등 수차례 입장을 바꿨다. 전쟁 전망도 단기전에서 장기전으로 오락가락했다.
전쟁 목표도 대부분 달성되지 못했다. 트럼프는 그간 이란 핵 프로그램 완전 제거와 정권교체,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중단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핵 관련 협상은 이후 과제로 넘겼고, 전복을 촉구했던 신정체제는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공습으로 사망한 지도부 공백은 이전보다 더 강경한 인물들로 채워졌다고 이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가 성과로 내세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도 전쟁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 것에 불과하고 향후 이란에 새로운 무기를 쥐여준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알터먼 선임부소장은 로이터통신에 “이란은 약화된 상태에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치른 비용도 적지 않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휘발유 평균 소매가격은 각각 3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국방부가 지난 4월 29일 산정한 전쟁 비용은 최대 500억 달러(약 74조원)에 달했다. 정밀유도무기 재고 등도 대거 소진됐다.
향후 트럼프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60일간 진행될 후속 협상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JCPOA)를 뛰어넘는 성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자신이 폐기한 합의보다 후퇴한 결과를 얻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강경파 설득도 과제다. 대표적인 대(對)이란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이란과 체결되는 어떠한 핵 합의도 반드시 의회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며 압박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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