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으면 도태된다”… AX 속도전 총대 멘 총수들

권지혜 2026. 6. 1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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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달 중 전 관계사에 AI 도입
전체 사장단·임원 대상 집중 교육
SK는 ‘1인 1 AI 에이전트 캠페인’
AI 만들 수 있는 사내 플랫폼 가동
LG, 엑사원 중심 맞춤형 AI 적용
구 회장 美 찾아 전문가 잇단 면담


삼성 SK LG 등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를 개편하는 ‘AI 대전환’(AI Transformation·AX)에 나섰다. 일부 부서의 업무 효율을 높이거나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수준을 넘어 전사 업무에 AI를 도입하며 그룹의 체질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때가 미래 사업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동시에 한번 타이밍을 놓치면 글로벌 경쟁에서 영원히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크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신년사나 전략회의 등을 통해 AX 필요성을 직접 강조하며 AI 전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은 지난 9일 전체 관계사 업무에 AI를 전면 도입하는 AI 대전환에 나선다고 밝혔다.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올해 신년사에 맞춰 삼성에 AI를 심는 작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그 일환으로 삼성은 이달 중 전 관계사에 제미나이, 챗GPT,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식 도입하기로 했다. 정보 유출 등의 우려로 사용을 제한했던 AI 서비스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빗장을 푼 것이다. 동시에 보안 체계를 정교하게 구축해 AI 활용 확대와 리스크 통제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각사별로 AX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AI 인재 육성 등을 담당하는 전담조직도 신설한다.

삼성은 이와 함께 전체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AI 집중교육과 임원 교육도 진행한다. 각사 경영진이 AI를 기반으로 업무를 재설계하고 조직 혁신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추가 교육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15일 “AI 대전환은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이를 통해 AI 시대 기회를 선점하고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SK는 ‘모든 리더와 구성원의 AI 일상화’를 목표로 그룹 전반에 걸쳐 AX를 독려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1~13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6 뉴 이천포럼에서 “AI 시대에 필요한 메모리부터 데이터센터 인프라,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 전기화 능력을 풀스택으로 갖춘 기업은 드물다”며 “SK의 사업영역들은 AI 시대를 열어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전속력으로 전방위적인 AX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맞이한 절호의 기회는 다시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에 참석한 SK 경영진은 AX는 작게 시작하더라도 먼저 실행해 빠르게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최 회장은 그간 이천포럼 등 그룹의 핵심 전략회의를 통해 임직원의 AI 역량 강화를 지속적으로 주문해 왔다.

그 바탕에서 SK텔레콤은 ‘1인 1 AI 에이전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코딩할 줄 몰라도 AI를 만들 수 있는 사내 플랫폼을 개설해 실무에 활용 가능한 AI 에이전트를 생성할 수 있다. SK AX는 2024년 말부터 채용 과정 전반에 AI를 활용하고 지원자들의 AI 역량을 평가하는 ‘AI 리터러시 인증 시험’을 도입했다.

SK C&C는 지난해 6월 사명을 SK AX로 변경하면서 10년 안에 글로벌 톱10 AI 전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설립한 LG AI 연구원을 필두로 독자적인 AI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자체 개발한 AI 엑사원을 중심으로 가전·디스플레이·화학·통신 등 각 계열사 특성에 맞는 맞춤형 AI를 적용하는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 모델도 활용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LG CNS는 최근 앤트로픽과 ‘클로드 엔터프라이즈’ 전사 도입 통합 계약을 체결했다. 높은 수준의 추론 능력과 강력한 보안성 등이 강점인 클로드 엔터프라이즈는 기업 내부 시스템과 연계한 AI 에이전트 구축 및 코딩 기능을 통해 AX를 지원하는 모델로 평가 받는다. 이에 따라 임직원들은 업무 목적에 가장 적합한 AI 모델을 골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구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찾아 AX 선도 기업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CEO, 피지컬AI 분야 권위자인 디팍 파탁·아비나브 굽타 스킬드AI 공동창업자를 연이어 만났다. 구 회장은 그에 앞서 주요 계열사 사장단 40여명이 참석한 사장단 회의에서 “AX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앤트로픽 등 글로벌 빅테크는 몇 달 주기로 고성능 AI 모델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가 깔렸을 때 어느 기업이 가장 먼저 각 사업 분야에 완벽하게 결합시켜 활용하는지에 따라 성과가 갈릴 수 있다. 각 기업이 사장단 및 고위 임원에 대한 AI 집중교육을 진행하는 것 역시 리더가 AI의 한계와 가능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투자 결정,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도입 전후의 업무 효율성 차이가 극명해지면서 기업들은 AX 속도가 곧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며 “한발 뒤처지면 글로벌 공급망 진입이나 시장 경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AI 대전환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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