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보름 걸리던 신제품 실험, 이틀이면 끝”

김수민 2026. 6. 1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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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디지털 트윈’ 개념도. 가상에서 다양한 신제품 시험이 가능하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가상 공간에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시험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전격 도입하고, 신제품 개발 기간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 3월 2030년까지 생산 공장을 인공지능(AI) 자율공장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뒤 개발 단계부터 AI를 입히는 대전환(AX)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TV와 가전 등 완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15일 사내 공지를 통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데이터센터에 고성능컴퓨팅(HPC) 서버 517대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컴퓨터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발생 가능한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인 디지털 트윈 기반의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다.

이번에 새로 구축된 HPC 인프라는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가 탑재돼 기존 시스템 대비 연산 속도가 약 5.8배, 가상 검증량은 약 6배 증가했다. 이처럼 가상 환경에서 사전 검증이 원활해지면 수만 가지의 시나리오를 가상 세계에서 비교·분석해 개발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오류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시제품 단계의 시행착오를 미리 막고 부서 간 협업의 효율성도 극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장 신제품 출시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실제로 시제품을 만들어 던지고 부딪히며 반복 시험하는 과정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면, 기존 15일이 걸리던 TV 낙하 검증은 이틀로 줄어들고, 세탁기 낙하 검증도 15일에서 5일로 단축된다. 물리적으로 시험하기 어려웠던 영역도 해결된다. 기존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스마트폰 모든 방향 낙하 검증도 700여가지 경우의 검증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게 됐다. 실물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세탁기 부품(다이어프램)의 장기 내구성 검증도 이틀 안에 끝마칠 수 있게 됐다. 로봇청소기 충돌 검증 등에도 두루 쓰인다.

이번 HPC 인프라는 삼성전자가 공들여온 ‘2030년 AI 자율공장’ 전략과 맞물려있다. HPC 서비스가 제품 ‘개발 단계’의 디지털 트윈을 맡는다면, AI 자율공장이 ‘제조 단계’의 디지털 트윈을 맡는다. 두 축이 맞물리면서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AX 체계가 완성되는 구조인 셈이다. 외부 클라우드 대신 자체 인프라를 마련해 제품 설계 도면이나 검증 데이터 같은 핵심 기술이 빠져나갈 우려를 차단한 점도 강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증 데이터가 쌓일수록 시뮬레이션의 정확도와 적용 범위도 함께 넓어진다. AI 자율공장을 떠받칠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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