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도 발전 뒤에… 장애인·경단녀 눈물 있었다

김유나,황민혁 2026. 6. 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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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만드는 조용한 노동 데이터 라벨링의 그늘] <상> 임금 못 받은 AI 학습 노동자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 뒷면에는 ‘인형 눈 붙이기’ 작업처럼 데이터에 단순 표식을 다는 데이터 라벨링 노동자들이 있다.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인간의 노동력을 투입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도로 사진에서 자동차와 보행자를 구분해 설명을 달아주는 식의 단순 작업으로 AI를 학습시켰다. AI가 고도화된 최근에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돌발 상황 변수를 입력하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데이터 라벨링 업체 크라우드웍스에 등록된 작업자 수는 15일 기준 66만9219명에 달한다.

그러나 우후죽순 생겨난 데이터 라벨링 업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그 피해를 노동시장 취약계층이 고스란히 떠안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노동 당국이 플랫폼 작업자의 노동자성이 애매하다며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지난해 5월 데이터 라벨링 상위 5개 업체 중 하나였던 에이모에서 수당 미지급 사태가 터졌다. 한국노총과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에 따르면 확인된 피해자는 약 300명이며 미지급 대금 규모는 4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작업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사측은 분할 지급을 약속했지만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

국민일보가 에이모피해자대책위원회에서 자료를 제공받아 이들 100명을 분석한 결과 데이터 라벨링 일자리에는 노동시장에서 내몰린 취약계층이 다수 유입돼 있었다. 자신의 상황을 직접 언급한 68명 가운데 본인이 장애를 갖고 있거나 장애·질병 가족을 돌보느라 노동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경우가 13명이었다.


33명은 육아로 오랜 기간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이었다. 자녀 학원비·부모 용돈을 벌기 위해 일을 했지만 돈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실직과 폐업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생계를 위해 데이터 라벨링을 시작한 경우도 18명에 달했다.

충남 아산에 사는 이정란(54)씨도 지체 장애를 갖고 있어 노동시장에 뛰어들지 못했다. 장애인인 그가 구할 수 있는 건 대기업의 하루 4시간짜리 계약직 사회공헌 일자리뿐이었다.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는 2022년부터 재택으로 데이터 라벨링 업무를 했다. 최근까지 에이모에서 자동차를 3D 입체 도면에 놓는 ‘박스 치기’를 했다. 건당 80원의 작업을 위해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했지만 밀린 임금 370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피해자 대부분은 나이도 많고 나처럼 출퇴근하지 못하거나 집에 아픈 환자가 있어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며 “힘든 상황에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했는데 받지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김유나 기자, 세종=황민혁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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