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나? 굴비 먹으러 갔다가 본 놀라운 풍경
우현주 2026. 6. 15. 16:52
전남 영광에서 백제 불교의 자취를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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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주 기자]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나?'
마치 인도에 온 것 같았다. 눈앞의 탑원에는 나지막한 이국적인 둥근 지붕들이 담벼락인 양 늘어서 있었다. 탑원을 내려가면 넓은 광장이었다. 광장은 산기슭의 사원으로 이어졌는데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사원 뒤에는 멀리서도 똑똑히 보일 정도로 큰 탑이 우뚝 솟아 있었다.
탑은 인도 사원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둥근 지붕의 곡선은 이리저리 화려하게 구부러지며 아래로 내려오며 다시 말려 들어갔다. 탑 안에 서 있는 날씬한 불상은 우아한 포즈로 다리 하나를 살짝 구부린 채 가슴께에 불상을 받쳐 들고 있었다. 옷깃은 바람에 나부끼는 듯 뒤로 펼쳐져 있었고 시선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떠나온 머나먼 인도 땅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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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제불교최초도래지 마라난타 사원의 사면대불 백제불교최초도래지에 있는 마라난타 사원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사면대불입니다. 1600년 전 불상을 안고 배를 타고 왔다는 마라난타 존자처럼 가슴께에 불상을 안고 저 멀리 인도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 ⓒ 우현주 |
기이한 느낌이었다. 사방은 고요하고 오직 나뭇잎을 세차게 쓰는 바람 소리만 들렸다. 뜨거운 햇볕 아래 광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간은 멈춘 듯, 아니 과거로 되돌아간 듯했다. 1600년 전, 이 바닷가에 저 불상을 든 승려가 처음 발을 디뎠을 때로 말이다.
영광 법성포는 굴비로 유명하다. 그리고 굴비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곳은 우리나라 불교 역사에서 의미가 깊은 곳이기도 하다. 1600년 전, 백제에 불교가 전해진 곳이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384년 백제 침류왕 때 인도 승려 마라난타 존자가 중국 동진을 거쳐 백제로 들어와 불교를 전파했다고 한다. 그 마라난타 존자가 불상을 안고 배를 타고 도착한 곳이 바로 이곳, 영광 법성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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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제불교최초도래지 탑원 백제불교최초도래지에 있는 탑원입니다. 인도의 간다라 양식이 이국적입니다. |
| ⓒ 우현주 |
사실 불교와 법성포의 인연은 그 이름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법성포'의 '법'자는 '불법(佛法)'의 '법(法)'자이고, '성(聖)'은 성인, 즉 마라난타 존자를 가리킨다. 이를 풀이하자면 '불법의 성인이 도착한 포구'라는 의미이다. 1998년 학술 고증을 통해 영광이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임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영광군은 마라난타 존자가 발을 디뎠던 법성포에 '백제불교최초도래지'를 만들어 이를 기념하고 있다.
마라난타 존자의 자취는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법성포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면 불갑사가 있다. 불갑사(佛甲寺)는 이름 그대로 '불교의 갑, 즉 첫 번째 절'이라는 의미다. 즉 마라난타 존자가 불교를 전래하며 세운 첫 번째 절이기에 그렇게 이름이 붙은 것이다. 한때는 500칸이 넘는 규모에 승려 수만 해도 1000명이 넘을 정도로 큰 절이었으나 지금은 가을 상사화 축제가 더 유명한, 작은 절로 줄어들었다. 불갑사에서도 마라난타 존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입구로 들어가는 길에 인도 양식의 탑원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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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성포 굴비 정식 영광 법성포에서 먹은 굴비 정식입니다. 보리굴비, 조기 매운탕, 굴비 구이, 떡갈비까지 풍성합니다. |
| ⓒ 우현주 |
영광까지 왔으니 굴비를 먹지 않을 수 없었다. 법성포 거리를 가득 메운 식당에서 한 곳을 골라 들어갔다. 메뉴라고 할 것도 없이 종류는 굴비 정식 한 가지뿐이었다. 앉자마자 곧 조기 매운탕, 보리 굴비, 굴비 구이가 차례차례 나왔다. 여기에 떡갈비까지 더해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은 보기에도 풍성했다. 생각보다 짜지 않았다. 젓갈이 많이 들어가는 전라도 음식 특성상, 그리고 서울에서 보리 굴비를 먹어 본 경험에서 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음식들은 전반적으로 담백했다. 덕분에 젓가락질은 더욱 빨라졌다. 조기살은 부드러웠고 보리 굴비는 쫄깃쫄깃했다. 아는 맛이었지만 산지에서 먹는 맛은 더욱 특별했다. 한 상을 반찬까지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부른 배를 달래기 위해 법성포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한잔 마셨다. 녹음이 가득한 들과 그 너머의 바다는 더없이 넉넉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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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광 법성포 법성포 백제불교최초도래지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평화롭고 넉넉합니다. |
| ⓒ 우현주 |
'영광(靈光)'이란 지명은 '신령스러운 빛'이라는 의미다. 영광군의 소개에 따르면 이 이름은 '자연의 영묘한 빛이 반짝이는 은혜로운 지역'을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불교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불(佛)과 연관 짓기도 하지만' 정도로 살짝 언급하며 지나간다. 그러나 불교와 연관이 있든 없든, 이 넉넉하고 여유로운 순간, 바다와 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영광의 '신령스러운 빛'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옛날, 마라난타 존자는 바로 이 신령스러운 빛이 세상 가득 퍼져 온 세상 사람들과 만물을 비추기를 기원했을 것이다. 그 순간 그 바람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내 마음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영광 여행을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반값 여행을 이용하는 것이다. 반값 여행이란 지역 여행 시 여행비를 50%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이다. 신청 방법은 '대한민국 반값 여행' 사이트로 들어가 신청 가능한 지역을 확인한 다음, 여행 전에 미리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신청서가 승인되면 숙박비를 비롯한 여행 중 사용한 경비를 제출하고 관광지 방문 사진을 올린다. 정산 금액은 지역 화폐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굴비가 먹고 싶어 떠난 여행이었는데 의외로 백제 불교의 자취를 밟았던 시간이었다. 영광의 은혜롭고 신령스러운 빛이 내 마음까지 가득 채운 듯하다. 가을, 상사화가 만개한 때에 다시 한번 가 보고 싶다. 마라난타 존자가 피운 불법의 씨가 붉게 퍼져 나가 이 땅을 달군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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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갑사 영광 불갑사입니다. 마라난타 존자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후 지은 '첫번째 불교 사찰'이라는 의미입니다. |
| ⓒ 우현주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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