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교류한 한·미 석학 “교회의 좌표, 좌우 아니라…”
AI·정치 양극화…급변하는 시대 교회의 분별 강조

40년 가까운 학문적 교류의 깊이는 화상 대담에서도 드러났다. 마이클 고힌(70) 미국 칼빈신학교 선교신학 교수와 신국원(72) 총신대 명예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초빙교수)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화상 대담에서 성경 읽기와 선교적 교회론, 기독교 세계관이 만나는 지점을 짚었다. 대화는 한국교회의 성경 이해와 인공지능(AI) 시대의 문화 분별, 정치 양극화 속 교회의 소명으로 이어졌다. 다음은 주요 문답.
-두 사람은 어떤 사이인가.
△신국원 교수=고힌 교수와는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시절부터 교류했다. 이후 캐나다 토론토 기독교학문연구소에서 본격적으로 만났다. 나는 철학적 해석학과 기독교 세계관을, 고힌 교수는 선교신학을 연구했다. 전공은 달랐지만 문제의식은 가까웠다. 시간이 지나며 기독교 세계관 운동과 선교적 교회론이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마이클 고힌 교수=신 교수와 나는 하나님 나라 복음, 인간 삶 전체를 포괄하는 성경 이야기, 신앙과 문화의 관계를 함께 고민해왔다. 신 교수는 한국교회를 지나치게 미화하지도 깎아내리지도 않는다. 한국교회의 좋은 점과 비판할 지점을 함께 보게 해준 균형 있는 안내자였다.
-성경은 어떻게 읽어야 하나.
△고힌 교수=성경은 교리나 도덕적 교훈의 단편들이 아니다. 창조에서 새 창조로 이어지는 온 세상에 대한 참된 이야기다.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 나라 복음이 있다. 이 거대한 선교적 서사를 놓치면 성경을 잘못 읽는 것이다. 성경의 흐름은 한 사람에서 모든 가족으로, 한 민족에서 모든 민족으로, 한 장소에서 땅끝까지 확장된다.
△신 교수=성경은 단순히 암기하거나 교리로 정리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성경 안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성경을 많이 읽지만 설교와 성경 공부에서 본문을 파편화하는 경우가 많다. 본문을 윤리적 교훈이나 신학적 주제를 뽑아내기 위한 단편적 자료처럼 다루는 경우도 흔하다. 본문은 창조, 타락, 구속, 교회, 하나님 나라라는 큰 흐름 안에서 읽혀야 한다.
-뉴비긴을 강조하는 이유는.
△고힌 교수=내가 평생 연구해 온 레슬리 뉴비긴(1909~1998)은 서구교회가 자기 문화를 기독교적이거나 중립적인 것으로 착각하면서 선교적 긴장을 잃었다고 봤다. 뉴비긴은 복음을 삶 전체로 구현하려면 문화 속 우상성을 먼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서구 인본주의 세계관은 서울과 상파울루 같은 세계 도시에도 깊이 스며 있다. 선교적 만남은 어디에서나 필요하다.
△신 교수=한국교회는 복음이 들어온 지 140년 정도 됐지만, 서구교회가 17세기 이후 400년에 걸쳐 겪은 문제를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뉴비긴이 서구교회에 던진 질문은 오늘 한국교회에도 적실하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과 선교적 교회론은 배경은 달라도 세속화된 사회에서 복음을 살아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통한다.
-AI와 정치 양극화에 대한 생각은.
△고힌 교수=기술은 하나님이 창조 안에 두신 가능성을 개발하는 일이지만, 인간의 죄와 우상숭배에 붙잡힐 수 있다. 정치 이념도 마찬가지다. 좌파든 우파든 어떤 이념도 복음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교회는 그 안의 창조적 통찰은 보되 우상숭배적 속성은 비판해야 한다.
△신 교수=한국교회는 정치에 과몰입하고 있다. 좌든 우든 교회가 할 일은 아니다. 교회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의 증인 공동체로서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 성경의 큰 이야기를 살아내는 것이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균형이다.
-목회자포럼 강연의 핵심은.
△고힌 교수=한국에 새로 나올 책 ‘기독교신앙의 정수’(가제)에 나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 나라 복음을 중심에 둔 성경 이야기라는 주장을 담았다. 그 이야기는 새 인류를 구현하도록 부름 받은 백성의 이야기이며 우상숭배적 문화와 선교적으로 만나는 이야기다. 강의에서는 복음, 성경 이야기, 선교적 백성, 문화와의 만남을 다루고 그것이 설교와 가르침, 목회 사역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누고 싶다.
-두 사람의 공저도 곧 출간한다고.
△신 교수=고힌 교수와 함께 쓴 하비 콘(1933~1999)에 관한 책이 곧 나온다. 콘은 1960년 한국에 와 12년간 총신대에서 가르친 선교사이자 신학자다. 그는 한국에서 성매매 여성과 빈민 사역을 경험하며 복음 전도와 사회 정의가 함께 가야 한다는 관점을 세웠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간 콘은 이 관점을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도시에 적용할 수 있는 ‘도시선교’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팀 켈러(1950~2023)의 도시 목회와 저서 ‘복음으로 세우는 센터처치’도 이 흐름 위에 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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