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이 코딩을?" 편견 깨자 일어난 놀라운 변화
[홍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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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단법인 씨드 안지훈 대표가 교육용 로봇을 활용한 여가문화 생활 주제 수업에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 |
| ⓒ 안지훈 |
안지훈 선생님은 사단법인 무의의 모모탐사대(교사-학생이 직접 학교 접근성 정보를 모으는 프로그램)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렇게 공감했다. 사단법인 특수교육디지털교육협회(SeeD)를 운영하는 안 선생님은 특수교육지원센터 소속이자 한국에서 특수교육과 디지털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장애 학생들은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받아야 할까? 이상적으로는 학생마다 교과서와 평가 방식을 재구성해서 개별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장애 유형도, 정도도 제각각인 데다 입시 교육 위주의 학교 현장에서 개별화 교육의 난도는 매우 높다. 이 어려운 일의 한복판에 특수교사들이 있다. 그런데 특수교사들이 디지털을 활용해 장애 학생 교육 콘텐츠를 연구한다니. 안 대표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 어떻게 특수교사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특수교사로 시작해 특수교육 분야에서 일한 지 15년 되었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아내가 특수교사였던 터라 자연스럽게 특수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경영학과를 졸업할 무렵 병원학교(장기 입원 환아를 위한 병원 내 교육 프로그램)로 봉사를 갔다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능을 다시 치르고 특수교육과에 진학했다. 학생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과정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특수교육의 매력이다.
서울 지역 특수학교에서 뇌 병변을 동반한 심한 중복 장애 학생들을 맡았다. 중간에 잠깐 대학에서 심리치료 연구도 했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지원해 3년째 일하고 있다. 센터에 오면 학교에 있을 때와는 다른, 전반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특수교육을 만나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학교 현장에서 장애 학생들은 적절한 교수 방법이나 교육 콘텐츠가 없어 교육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을 특수교육에 어떻게 도입할 수 있는지?
"코딩 교육이 한창 뜰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코딩을 발달장애 학생이 어떻게 하느냐, 어렵지 않냐'였다. 그런데 직접 현장에 적용해 보니, 코딩 교육은 장애 학생들에게 현장 특수교육을 적용하는 데 필요한 절차적 사고력, 과제 분석, 일상의 다양한 상황 접근과 잘 통했다.
예를 들어 장애 학생들에게 '양치하기' 작업을 학습시켜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칫솔을 드세요, 치약 뚜껑을 여세요' 같이 순차적으로 가르치지 않는가. 코딩에 '양치하기' 과정을 접목했더니, 학생들이 재미있어하고 잘 참여했다. 그냥 학습을 시키면 어렵지만 단계별로 나누고 그 단계가 이어지게 하니 효과가 있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되면서 학생들이 AI의 도움을 받아 평소 스스로 할 수 없던 경험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AI 오토드로우 기능을 수업에 적용하면 그림 그리기가 어려웠던 학생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선생님, 내가 그렸어요' 하며 성취감도 느낀다. 감각 예민성을 가진 학생이 다양한 형태의 AI 도구를 다루면서 예민성이 완화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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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단법인 특수교육디지털교육협회(SeeD) 정기 네트워킹데이 모임 |
| ⓒ 안지훈 |
"디지털 요소를 활용해 특수교육에 적용하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는데, 그렇게 주장하면 돌아오는 것은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나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디지털-AI 교육을 도입하겠다며 학교에 내려오는 공문에도 특수교육은 늘 빠져 있었다. 교사연구회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여러 형태의 테크, AI 연구 사업에서 특수교육은 포함조차 안 되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해보자고 했다. 개인이 아니라 모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수교육에서 AI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싶어 하는 교사 연구회를 2020년에 만들었다. 5명의 선생님이 단톡방에 모여 시작했는데 소문이 퍼져 2024년에 협회를 만들었다. 씨드(SeeD)는 특수교육, 에듀테크, 다양성(Special Needs Education, EdTech, Diversity)을 줄인 말이기도 하고, 모든 학습자를 위한 디지털 교육의 씨앗(seed)을 뿌리자는 의미도 있다. 포용적 테크놀로지와 에듀테크에 관심이 많은 교사가 꽤 있더라. 지금은 정회원만 300명이 넘고, 전체 회원은 500명이다.
특수교육은 개별화 교육이 핵심 키워드다. 학생별로 어떻게 가르칠지 개별화해야 하니 어렵다. 선생님들이 자료 개발에 힘들어하다가 씨드를 통해 연구 자료를 개발하고 디지털이니 쉽게 공유도 할 수 있어 많은 분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8개 주제, 100여 명의 교사가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안 대표는 서울교대 AI융합전공 석사를 마치고 고려대 교육학과에서 다양성과 특수교육을 주제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 씨드가 하는 연구는 무엇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학술적 배경과 근거를 만드는 정책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콘텐츠 개발 연구다. 개발한 콘텐츠 중 하나는 미래엔과 함께 한 '모두를 위한 음악' 통합교육 콘텐츠다. 청각장애 학생이 있는 통합 학급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함께 보며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장애 유형 접근성을 반영했다. 선생님들의 호응이 좋았기에 '모두의 국어' 콘텐츠도 올해 연구할 예정이다.
일반 학교 통합 교실에서 장애 학생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통합교육팀이 따로 있다. 비장애-장애 학생이 하나의 콘텐츠로 함께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그 안에서 특수교사와 일반교사의 협력 교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2024년부터 씨드가 서울시교육청, 네이버커넥트와 함께 하는 'AI와 함께하는 포용적 사회정서학습 교실'이다.
2025년에는 콘텐츠를 개발해 제공했고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참여했다. 올해는 통합·특수교사 100명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보도록 했다. 씨드는 교사 역량 강화 연수를 하고 서울시교육청은 예산을 지원하며 네이버는 콘텐츠를 다듬고 교육 장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는 시각장애 학생을 위해 점자가 들어간 코딩 로봇을 만들었다. 작년에 이 로봇을 실증해 봤는데 효과가 좋았다. 5월 29일 송곡초에서 참관 수업을 했는데, 수업에서 시각장애 학생이 점자 로봇으로 코딩도 하고 문제도 해결했다. 이 로봇은 BBC가 운영하는 마이크로비트(오픈소스 하드웨어, ARM 기반 임베디드 시스템)에 코딩 도구로 등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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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단법인 특수교육디지털교육협회(SeeD) 회원들이 에듀플러스위크 특수교육 디지털 대전환 포럼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 ⓒ 안지훈 |
"특수교육은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다. 교과서를 개별 학생에게 맞춤 적용하려면 교사의 개별화 역량이 많이 필요한데, 그런 과정에서 에누마의 토도수학, 토도국어라는 앱은 장애 접근성 메뉴나 다언어적 접근, 콘텐츠 구성 방식 등 좋은 기술 덕분에 학습장애 학생들에게 적용하기 좋아 이미 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있었다.
이런 앱을 수업 동기 유발 단계에서 투입하면 학생들의 참여도와 성취가 올라가는데, 수업 사례들이 이미 씨드 회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공유되고 있었다. 이에 에누마가 먼저 제안하여 씨드가 기본교육과정 매핑 작업을 같이 하고 선생님들께 에누마 라이선스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 토도수학·토도한글을 적용한 수업 사례집을 만들어 배급·보급하고 있다."
- 이런 디지털 교육 앱이나 에듀테크 기술의 '장애 접근성'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토도수학 예를 들면 느린 학습자나 장애 당사자가 쉽게 쓰도록 만든다. 디지털 화면에서 학생이 어떤 이미지를 끌어다 떨어뜨리는 작업, 즉 '드래그 앤 드롭'을 수행해야 한다고 해보자. 마우스를 쭉 끄는 작업을 하기 힘든 장애 학습자는 어려운데, 토도 시리즈는 어느 정도만 끌고 오면 떨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무척 많지만, 장애 유형별로 선호 콘텐츠가 서로 다르다. 어떤 학생은 화려한 자극을 좋아하고, 어떤 학생은 유튜브를 3배속으로 봐도 다 알아듣는다. 시각장애 학생은 어마어마하게 빠른 내용을 다 듣는다. 디지털 교육 자료는 만들어질 때부터 접근성 기능이 들어가 있기만 하면 다양한 학습자들의 학습 접근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기획할 때부터 접근성을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
- 많은 선생님께 모모탐사대를 설명했지만 한참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안 선생님은 취지를 단번에 이해하시더라.
"특수학교에서 지체 장애 초등학생의 담임과 부담임을 했기에 그 어려움이 무엇인지 안다. 학교 안에 경사로가 있어도 너무 가파르기도 하고, 활동 지원 보조 선생님과 함께 특별실까지 이동하는 길이 너무 멀고 턱도 있었다. 오래된 학교라 화장실 안에서 휠체어를 움직이기에는 공간이 너무 좁았다. 학생을 변기로 옮기는 걸 돕다가 학생이 위험했던 적도, 내가 위험했던 적도 있었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3년째 일하는데 올해엔 지체장애특성화센터를 담당하고 있다. 작년에는 장애 학생의 입학-전학 배치 업무를 했다. 사실 특수학교에 있을 때는 개별 학생의 어려움만 눈에 들어왔는데, 센터에 와 보니 환경이 주는 어려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체 장애 학생은 접근성이 잘 갖춰진 학교에 배치해야 하는데, 준비가 안 된 곳이 너무 많았다. 접근성이 괜찮다고 해서 어떤 학교에 보냈는데, 정작 특수학급, 특별실, 급식실, 체육관 사이가 너무 멀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더라.
학교 현장이 변화하려면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에서 그 변화가 시작되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학생과 교사가 참여해 휠체어 접근성에 대한 교육도 받고 휠체어를 직접 타고 접근성 정보를 모으는 모모탐사대는 정말 좋은 콘텐츠다. 우리 학교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민하며, 학교 안에서 정보가 공유되게 하려는 취지도 좋은 접근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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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단법인 특수교육디지털교육협회(SeeD) 안지훈 대표(오른쪽)가 사단법인 무의의 학교 장애 접근성 데이터 수집 프로젝트 모모탐사대 협력을 논의한 후 무의 홍윤희 이사장과 사진을 찍고 있다. |
| ⓒ 홍윤희 |
"기존의 장애 이해 교육은 영상이나 슬라이드를 틀어 주는 수박 겉핥기식이 많았다. 요즘은 좀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미디어 보고 학습지를 풀어 보게 하는 정도다. 하지만 인식 변화가 있는지 보면 아닌 것 같다. 모모탐사대의 경우는 스스로 어려움을 확인해 보고, 그 절차들을 직접 거치며 느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식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예 학교 교육과정 안에 녹아들 수 있다면 좋겠다.
보통 장애를 가졌다고 하면 그것을 개인의 결함으로 받아들이는데, 그렇게 되면 접근성도 인식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 문제가 아니라 저 아이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해하려 해도 그것은 동정심에 불과하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어려움을 겪고 문제를 해결해 가며 '환경이 장벽을 만든다'고 느끼는 순간 '학교가 변해야 한다'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 접근성이 잘 되어 있는 학교 교장선생님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자기 학교의 접근성이 좋다는 것을 외부에 알리길 꺼린다더라. 장애 학생이 몰릴까 봐 그렇단다.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 그러니 모든 학교가 다 휠체어 접근 정보를 공개하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모모탐사대 프로젝트에서 제도 개선안도 연구하시게 됐다. 어떤 내용이 들어가게 될까?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장애 학생들에게 요청을 받을 때 접근성 좋은 학교들을 알아보는데 이런 데이터가 남지를 않는다. 개별 교사가 매년 알아본다. 인수인계도 잘 안된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접근성 데이터가 교육적 지원에 필요하다는 걸 증명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럼 모아야겠네'가 될 것이다."
- 교육에서 접근성은 얼마나 중요하고, 국가 교육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할까?
"디지털 접근성에 관심이 많다. 전 정부에서 AI디지털교과서 사업을 할 때 따로 접근성 부분을 고민했었는데, 접근성은 마지못해 하는 것에서 벗어나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교육제도를 마련할 때나 교육 콘텐츠를 고려할 때,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그리고 국가가 AI 관련 교육을 생각할 때도, 특수교육을 끼워넣기 식이 아닌 모든 파트에서 접근성과 포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AI 기술은 서비스 개발 초기부터 접근성을 꼭 감안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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