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내내 흔들렸던 트럼프…106일만에 철회된 “이란 공격” 명령[미·이란 종전]

강태화 2026. 6. 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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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7일 오후 3시 38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에픽 퓨리(장대한 분노) 작전 승인. 중단 불가. 행운을 빈다”는 이란 공격 명령을 내렸다. 10시간가량이 지난 28일 오전 9시 45분(이란 기준·미국 동부 오전 1시 15분) 미 중부사령부의 첨단 무기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22일 뉴욕주 서펀에 위치한 록랜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연설하던 중 입을 내민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공습 직후 승전을 선언했던 전쟁은 기약 없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단 불가” 명령은 결국 106일 만인 14일(현지시간) “협상이 완료됐다”는 선언으로 바뀌었다. 최초 명령을 번복하는 데 100일 넘게 걸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이번 전쟁 기간 내내 스스로 했던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뒤집으며 이런 결말을 처음부터 예고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으로 무장한 이란의 임박한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최초 공습 직후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로 무장한 이란은 미국인에게 끔찍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표는 임박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이란 관련 브리핑에서 총을 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의 핵공격이 임박했기 때문에 선제 대응 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전쟁의 핵심 명분인 이 발언부터 모순이란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한 뒤 “핵 프로그램이 초기화됐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직후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지난해 6월 핵시설을 폭격한)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 이후 농축 능력을 재건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명시했지만, 정작 청문회에선 해당 문구를 읽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박했다고 했던 미사일 공격에 대해선 “10년 뒤 미 본토 공격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내 미군 시설에 대한 공격 징후가 있었다”는 등의 다른 명분을 제시했다. 개버드 국장은 전쟁 와중에 경질됐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해 2월 1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취임 선서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쟁 거의 끝”…하루 만에 “막 시작됐다”


전쟁 초기였던 3월 8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CBS ‘60분’에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4주 정도가 걸릴 거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뒤집고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 같은 방송에 “전쟁은 거의 끝났다. 예정보다 훨씬 앞서 진행된다”며 국방장관의 말을 재차 뒤집어버렸다.
미 중부사령부은 4월 20일 이란 국적의 화물선을 나포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전쟁에 대한 전망은 계속 온탕과 냉탕을 오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말까지 아무렇지 않게 번복했다. “전쟁이 완결된 동시에 막 시작된 것 같다”(3월 9일 오전)고 하더니 같은 날 오후엔 “이미 여러 면에서 승리했지만, 충분한 승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틀 뒤인 11일엔 “일을 마무리해야 해서 일찍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한 말에 장기전이 불가피한 전쟁을 왜 시작했느냐에 대한 의문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자 백악관과 국방부는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해 종전을 결정할 사람은 오직 대통령”이라며 일제히 입을 닫았다.

그러던 중 뉴욕타임스(NYT)는 4월 7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직접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전쟁이 시작된 경위를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13일 예루살렘에서,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포로·인질 교환 및 휴전 합의가 체결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보도를 “가짜 뉴스”로 몰아세웠지만, 한 달 뒤 이를 ‘반역(Treason)’이라고 규정하며 수사 당국에 정보 유출자 색출을 지시했다. 네타냐후 개입설이 가짜 뉴스가 아닌 내부 정보에 근거한 사실일 가능성을 시인한 셈이다.


“문명 소멸 48시간 전”…“무기한 휴전”


트럼프 대통령의 말 뒤집기는 개전 한 달 무렵인 3월 말부터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한 달, 즉 4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전 초기 종전 시기로 제시했던 시점이다.
지난 3월 18일 미 중부사령부는 세계 최대 항공모함으로 이란 전쟁에 투입된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의 모습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백기투항을 장담했던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틀어막고 버티자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1일 “48시간 내에 호르무즈를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했다. 이란이 이를 무시하고 버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생산적 대화를 하고 있다”며 “공격을 닷새 뒤로 미루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미 한 차례 연기했던 공격 개시일을 앞두고 뉴욕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시기를 재차 4월 6일로 미뤘다. 두 번째 공격 시한을 앞둔 같은달 4일엔 “지옥이 오기까지 48시간 남았다”며 이란을 압박했지만, 이란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공격 시한이 하루 전인 같은달 5일, 시점을 다시 4월 7일로 연기했다.

세번째 공격 개시를 앞뒀던 4월 6일엔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모든 교량과 발전소가 폭파될 것”이라고 다시 이란을 자극했고, 공격 개시 당일이 되자 이번 전쟁의 핵심 발언이 됐던 “문명 소멸”이란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이란이 이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자 “중재국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며 2주간의 휴전을 선언했다. 그리고 2주 뒤엔 시한도 정하지 않은 ‘무기한 휴전’이 발표됐다.

미 중부사령부가 3월 1일 공개한 사진 속에 이란의 항공기에 미국의 미사일이 떨어지는 장면이 확인된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최소 여섯 차례 이상 뒤바뀌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성 발언에 대한 국제사회를 비롯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무뎌졌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을 간파한 이란은 오히려 전쟁 배상금을 요구하는 등 배짱대응으로 맞섰다.


“우라늄 등 대부분 합의”…결과는 결렬


4월 11~12일 파키스탄에서 진행된 이란과의 첫 대면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농축 우라늄 이전과 영구적 핵 프로그램 중단 등 핵심 쟁점을 포함해 “15개 항목이 이미 합의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가운데)이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회담을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JD 밴스 부통령을 중재국 파키스탄으로 파견해 이란과 대면한 결과는 결렬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 뒤 미국 측이 제안한 핵 프로그램 유예 기한 20년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당초 내세웠던 핵의 영구 중단 목표를 슬그머니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21일로 예고됐던 2차 협상을 앞두고는 “핵 프로그램의 무제한 중단 등의 주요 사안이 확정됐고, 다시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은 즉각 호르무즈 재봉쇄 방침을 천명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와중에도 자신의 주장이 관철될 거라고 호언장담하며 2차 협상 당일 “밴스 부통령이 이미 파키스탄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출발했다던 밴스 부통령이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언론에 노출됐고, 결국 협상은 열리지 않았다.


“협상 대체로 타결”…“시간은 우리 편”


이후 협상은 공전을 거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3일 돌연 “협상 내용이 대체로 타결됐다”며 “협정의 최종 사안과 세부 내용이 현재 논의되고 있고, 곧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명확한 핵포기에 대한 확약 없이 핵협상은 종전합의 이후로 미룬 합의안 초안이 공개되면서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내에서도 강한 반발이 나왔다. 지지층의 반발을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재차 한발 물러섰다.

지난 4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AFP=연합뉴스


그리고는 25일 이란에 대한 제한적 공습을 가했다. 그런데 해당 공습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사실상의 ‘레드라인’으로 내세웠던 이란의 농축 우라늄 반출과 관련 “이란과의 협력 및 조율을 통해 현지에서 폐기되거나, 또는 다른 용납 가능한 장소에서 미국 원자력에너지위원회(AEC)나 그에 상응하는 기관이 입회하는 가운데 폐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물러났다.

마지막 고비는 지난 9일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미군의 아파치 헬리콥터가 추락한 사건이었다. 협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 격추를 명분으로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가하며 종전 합의를 압박했다. 그러던 중 대대적 공격이 예고됐던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중재에 나섰던 파키스탄으로부터 이란의 합의 의사를 전달받았고, 즉각 사흘째 공격을 중단시켰다.

합의 당일인 이날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레바논 헤즈볼라의 거점을 공격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욕설을 섞은 비난을 퍼부으며 이란의 변심을 차단하는 등 합의가 깨지지 않도록 한 끝에 결국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에 합의하며 전쟁의 수렁에서 일단 빠져나왔다.

그러나 초단기 백기투항을 장담했던 전쟁을 100일 넘게 끌고도 완승을 거두지 못 했고, 전쟁의 핵심 명분이었던 핵에 대한 결론마저 추후로 미루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벌인 이란 전쟁의 성과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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