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 성패는 좋은 일자리 그리고 '사회임금'

박병규 2026. 6. 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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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병규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박병규 기자]

 2026년 1월 23일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시민 공청회
ⓒ 광주광역시 광산구
국회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을 통과시켰고 정부 역시 관련 제도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통해 초대 통합특별시장도 선출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통합을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이다.

그동안 통합 논의 과정에서는 국가균형발전,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 생활권 통합, 산업전환, 지방분권 등 수많은 비전이 제시됐다. 그러나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통합의 필요성이 아니다. 통합 이후 무엇이 달라지는지, 청년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는지, 일자리는 얼마나 늘어나는지, 지역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다.

무엇보다 먼저 냉정하게 확인해야 할 사실이 있다. 통합 자체가 성장의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행정구역이 커지면 경쟁력도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구가 늘어나고 행정 규모가 확대되면 기업 유치가 쉬워지고 정부 지원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성장이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창원시와 청주시는 대표적인 행정통합 사례다. 통합 이후 일부 행정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를 자동적으로 보장하지는 못했다. 청사 위치와 예산 배분, 지역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았다. 행정통합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지만 성장 자체를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더구나 통합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된다. 조직 개편과 정보시스템 통합, 인사 조정, 행정서비스 표준화 등 초기 비용이 발생한다. 통합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지만 비용은 즉시 발생한다. 따라서 출범 초기부터 행정 안정성과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통합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행정구역을 바꾸는 것만으로 산업이 성장하고 청년이 돌아오며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통합의 진정한 의미는 광주와 전남이 가진 자원과 역량을 하나의 전략 아래 결집하는 데 있다.

최소 10년 단위의 산업전환 로드맵을 마련해야

현재 광주와 전남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인구감소와 청년 유출, 산업구조 전환이다. 광주는 자동차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고 전남은 석유화학과 철강, 농수산업 비중이 높다. 이 산업들은 지역경제를 지탱해 온 중요한 기반이지만 앞으로의 20년, 30년을 책임질 미래 성장동력으로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거와 문화 여건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래를 설계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는 대기업과 연구기관, 고임금 일자리가 집중되어 있다. 청년들은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이동한다.

따라서 통합특별시의 과제는 행정통합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산업전환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행정통합은 출발점이고 산업전환은 목표다. 통합을 통해 광주와 전남의 자원과 역량을 결집하고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과 양질의 일자리 확대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광주와 전남은 미래산업의 중요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광주는 국가AI데이터센터와 AI집적단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전남은 해상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의 강점을 갖고 있다.

이 두 가지 강점을 연결해야 한다. AI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고 전남은 풍부한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갖고 있다. AI와 에너지, 데이터와 전력, 미래차와 수소산업을 연계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고흥의 우주항공 산업과 드론산업, 화순의 바이오·백신 산업까지 연결한다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AI·에너지·미래차·우주·바이오가 결합된 대한민국 남부권 최대의 첨단산업 벨트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출범과 동시에 최소 10년 단위의 산업전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혁신기업 유치 목표와 창업 생태계 구축 계획, 연구인력 양성 계획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청년 일자리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시민들은 방향보다 결과를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전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성장의 성과가 시민의 삶에 연결될 때 비로소 산업정책은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산업정책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지역에 머무를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임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일자리를 선택하고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생활 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사회임금이다.

사회임금은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다. 주거와 교통, 교육, 의료, 문화, 돌봄 등 생활비 부담을 사회가 함께 분담하는 체계다.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월급의 액수만이 아니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질소득이다.

사회임금이 중요한 이유는 청년의 삶이 더 이상 임금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취업을 고민하는 청년은 동시에 월세를 걱정하고 교통비를 부담하며 의료비와 교육비, 문화생활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만으로 안정적인 삶을 설계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지역의 경쟁력은 얼마나 높은 임금을 주느냐보다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같은 연봉을 받더라도 주거비와 교통비 부담이 적고 공공서비스 이용이 편리하다면 실질소득은 훨씬 높아진다. 사회임금은 복지정책인 동시에 인구정책이며 산업정책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

특히 통합특별시는 광역교통과 주거정책, 청년정책을 하나의 생활권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청년 노동자에게 공공임대주택과 광역교통 정기권, 의료지원, 문화 바우처 등을 연계 제공한다면 이는 단순한 복지를 넘어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정책이자 기업의 인력 확보를 지원하는 경제정책이 될 수 있다.

그 점에서 광산구가 추진해 온 지속가능 일자리 정책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지역 정착을 함께 고민하는 접근은 통합특별시 차원에서도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결국 통합특별시의 성공은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지역을 만드는 데 달려 있다. 좋은 일자리와 사회임금,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함께 마련될 때 통합은 비로소 시민의 삶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통합의 성패는 산업전환과 청년 정착에 달려 있다. 그리고 청년 정착은 결국 좋은 일자리와 사회임금, 안정적인 삶의 기반이 함께 갖춰질 때 가능하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지방분권과 강한 기초정부, 생활권 통합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026년 2월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타운홀 미팅에서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 광주광역시 광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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