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종전]글로벌 정세 지각변동…美 중동 복귀 후폭풍(종합)
예상보다 커진 이란전 피해
사우디·UAE 불목, 불안확산

미국과 이란이 지난 2월말부터 106일간 치른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대중국 억지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할 능력이 약해짐에 따른 정세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란전쟁에 동참하지 않은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의 경우 미군 재배치에 따른 안보 위협이 커졌다. 이번 전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완전히 갈라서면서 중동의 집단 안보 체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의 중동 복귀…대중 억지력 약화 우려
미국의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는 1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이란에서 진행된 100여일간 전쟁은 미국이 그동안 중동에서 인도·태평양지역로 전략적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은 앞으로 더 오랫동안 중동정세에 깊이 관여하게 됐다"며 "전문가들은 이란 핵문제보다 중국의 대만침공을 억제하고 필요시 격퇴할 수 있는 군사력 준비가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으로 전임 바이든 행정부 이후 지속된 미국의 중동에서의 출구전략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중동 동맹국들에서 추진돼 온 주둔군 축소전략이 한동안 어려워질 것이는 뜻이다.
대서양위원회는 "미 정부는 중동 전력을 한동안 유지해야할 것이며,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에게 이번 이란 전쟁에서 얻은 군사적 교훈을 공유하고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군사도발을 억지할 새로운 전력을 빠르게 배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이란전쟁으로 소진된 요격용 미사일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란 전쟁에서 막대한 양의 실탄이 소진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 방어를 위한 비상계획을 온전히 실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이란 전쟁에서 소모된 1000발 이상의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 1500~2000발에 이르는 핵심 방공 미사일 보충에는 최대 6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생각보다 피해컸던 미군…"푸틴처럼 오판"

속전속결을 기대했던 미군이 예상보다 고전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미군의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는 부분은 유럽 정세에 불안감을 키웠다.
CNN에 따르면 미군은 이번 전쟁에서 13명이 사망했고 2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동 내 미군 기지에서 220여곳은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무인기(드론) 피해를 입었다. F-35, F-15, F-18, A-10, AH-64 아파치 헬기 등이 잇따라 이란군에 의해 격추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군기지에 주둔 중이던 공중급유기와 E-3 센트리 공중조기경보통제기까지도 파괴됐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피오나 힐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약소국인 적의 수뇌부만 제거하면 나라가 쉽게 붕괴될 것으로 오판했다"며 "하지만 상대적 약소국인 이란과 우크라이나 두 나라는 오히려 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를 값비싼 장기전 대결로 끌어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으로 미국의 신뢰도를 크게 훼손했고,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권위도 약화시켰으며 이란의 보복공격으로부터 중동 동맹국들을 보호하는데도 실패했다"며 "이란과의 오랜 교착상태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군은 예상 외 피해를 입으면서 군사를 재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유럽의 안보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유럽 고위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작전 지원을 위해 유럽에 배치한 전투기와 군함 등을 대폭 감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기존 유럽에 배치된 F-16 및 F-15E 전투기를 기존 약 150대에서 100대로, 해상정찰기를 26대에서 15대로 각각 감축하고, 공중급유기 8대는 전량 철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사우디-UAE 연합 붕괴…흔들리는 중동안보
직접적인 전쟁터였던 중동지역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에도 장기간 혼란이 예상된다. 이번 전쟁으로 전통적인 우방이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갈라서면서 걸프국가들의 집단 안보 체제에 큰 균열이 발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이란의 국가안보 고위 당국자들과 이번주 비밀리에 회담했다"며 "양측이 이란 전쟁간 계속해서 불목했는데 이제 안정적 관계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다시 접촉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UAE가 이란 전쟁 이후인 지난달 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선언하면서 사우디와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UAE측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연합하며 중동 에너지, 안보정책에 항상 발을 맞췄으나 이란 전쟁 이후 UAE가 이란 드론과 탄도미사일의 집중 타격 대상이 됐음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불목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움직임도 향후 중동 정세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자제 요구에도 레바논 공습을 연이어 진행하면서 미국과 이란 협상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협상 및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휴전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긴급 회담을 요청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이 끝난 17일 이후 회담을 갖기 위해 조율 중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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