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본떠 만든 '쿨 재팬'…출범 13년 만에 폐지 도마 위
아베 주도 2013년 출범, 수익 부진
2024회계연도 누적적자 383억엔
일본이 한류 사업을 본떠 자국 문화 수출을 위해 설립한 관민 펀드 '쿨 재팬(Cool Japan)' 기구가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13일 교도통신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일본 문화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온 관민 펀드 쿨 재팬 기구를 통폐합 대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사실상 폐지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쿨 재팬 기구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주도해 일본의 음식과 애니메이션 등 자국 문화를 해외에 알리려는 목적으로 지난 2013년 설립됐다. 한류 사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소관으로, 회수가 어려운 이른바 '리스크 머니'를 국가가 공급해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려 했으나 출범 초기부터 수익을 내지 못했다.
쿨 재팬 기구의 누적 적자는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기준 383억엔(약 3600억원)에 달했다. 일본 정부는 누적 손익이 세 차례 계획에 못 미친 관민 펀드는 폐지 또는 통합을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구는 이미 지난 2020·2021회계연도 두 차례 계획을 밑돌았다. 기구는 2025회계연도 적자를 426억엔보다 줄이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 역시 차질이 생겼다.
적자 확대가 불가피해진 직접적 계기는 기구가 약 140억엔(약 1326억원)을 투입한 바이오 소재 개발 스타트업 '스파이버(Spiber)'다. 거미줄 단백질에서 착안한 차세대 섬유 소재를 개발하는 이 회사는 일본 패션 브랜드의 해외 판로 개척을 돕는다는 취지로 출자를 받았으며, 쿨 재팬 기구가 소재 분야에 자금을 댄 첫 사례였다.
스파이버는 한때 기업가치 1000억엔을 웃돌던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사)이었으나, 거액의 차입금 상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영진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 회장의 장녀가 설립한 법인에 사업을 넘기기로 했다.

앞서 일본 국회에서도 기구 운영을 문제 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5월 25일 참의원(국회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입헌민주당 스기오 히데야 의원은 쿨 재팬 기구를 '적자 관민 펀드의 상징'으로 규정하며 출자금의 행방을 추궁했다. 이에 경제산업성의 에자와 마사나 상무·서비스정책 통괄조정관은 사적 정리가 결산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스파이버에 투입한 출자금에 대해서는 "어떻게 될지 주시하겠다"며 명확한 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쿨 재팬' 기구에 대한 정부 출자액은 지난 3월 기준 1406억엔(약 1조 3319억원)이다. 교도통신은 "기구가 폐지될 경우 이 공적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액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만큼 투자 판단과 리스크 관리가 적절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당수 관민 펀드가 적자에 시달리는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체제에서도 '관민 연계 투자'가 정책 기조로 내걸려 있어 검증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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