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대로 꼬리 내린 네덜란드, 추한 무승부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승점 1점 중에서도 암울한 승점이 있고, 희망찬 승점이 있다. 네덜란드가 가져간 1점은 암울한 쪽이었다.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F조 1차전을 가진 네덜란드와 일본이 2-2 무승부를 거뒀다.
네덜란드 입장에서 후반전 초반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일본 상대로 상당히 소극적인 경기를 했지만 지난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이 패배한 상대임을 감안한다면 안정적인 운영은 이해할 만했다. 그 와중에 버질 판다이크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었고, 나카무라 게이토가 동점을 만들었지만 크리센시오 서머빌이 재차 앞서가는 골을 만들어냈다.
이 시점까지 네덜란드의 공 점유율이 69%나 됐기 때문에, 남은 시간 동안 충분히 소유권을 확보하면서 일본의 배후 공략만 조심한다면 무난하게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런데 로날드 쿠만 감독은 뜻밖의 선택을 했다.
후반 25분 교체카드를 세 장 썼는데 하나도 후반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특히 그나마 일본 수비에 부담을 주던 도니얼 말런, 크리센시오 서머빌 두 공격카드를 빼고 베테랑이지만 최근 흐름이 좋지 않은 멤피스 더파이, 서머빌보다 덩치가 좋은 대신 느린 퇸 쾨프메이너르스를 들여보냈다. 심지어 후반 36분에는 2도움을 올린 라이언 흐라번베르흐를 빼고 수비수 네이선 아케를 투입해 파이브백으로 전환하기까지 했다.
지나치게 수비를 늘린 선택은 결국 응징당했다. 수비 숫자를 늘린 이상 반드시 우위를 점해야 했던 세트피스에서 실점했다. 일본의 코너킥 4개 중 3개가 경기 막판에 나왔다는 걸 감안하면, 애초에 너무 웅크린 게 문제였다.
쿠만 감독은 지난 유로 2024에서 적극적인 축구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환영 받았다. 네덜란드가 2010 남아공 월드컵부터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자주 채용해 '토털풋볼의 후예답지 못하다'는 비판을 자주 받았는데, 쿠만 감독이 모처럼 전통의 세련된 부활을 시도하는 듯 보였다.


일본과 같은 전략으로 빠르고 강한 축구를 통해 맞불을 놓는다면 네덜란드가 딱히 밀리는 전력은 아니다. 당연히 개인기량은 더 앞선다. 그런데 월드컵 본선에 온 쿠만 감독은 우승후보도 아니고 그저 '유럽 킬러' 정도에 불과한 일본을 상대로 웅크렸다가 오히려 응징당하고 말았다.
네덜란드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일본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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