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뜬 UFC 옥타곤…“미국 축제” vs “트럼프 팔순잔치 쇼” [르포]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독특한 축제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멋진 스포츠 축제를 즐기는 건 평생 다시 보기 힘든 순간이죠.”(트렌트 윌리엄스)
“결국 트럼프 대통령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쇼 아닌가요? 백악관을 사유화한 부끄러운 일입니다.”(조셉 밀러)
미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열리는 ‘UFC(종합격투기) 프리덤 250 대회’를 앞두고 워싱턴 도심은 뜨거운 축제 열기와 정치적 논란이 뒤섞이며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번 행사를 두고 미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적 축제라는 평가와, 트럼프 대통령 80세 생일에 맞춰 기획된 사실상의 정치 이벤트라는 비판이 맞서면서다.
백악관 주변에 철제펜스, 콘크리트 방호벽

차량 운행이 통제되면서 평소 일요일이면 한산했을 워싱턴 DC 지하철(Metro)은 오전부터 승객들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등 인근 주(州)에서 워싱턴 도심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프리덤 250’ 등 문구가 새겨진 반소매 셔츠와 모자를 쓴 채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나와 행사장으로 삼삼오오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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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곳곳 ‘아메리카 250’ 축제 분위기
도심 지하철역에서 백악관까지 이어지는 주요 도로마다 성조기가 펄럭였고, 재무부 등 연방정부 청사 외벽에는 ‘아메리카(America) 250’ 문구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관광객과 시민들은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백악관 사우스론에 설치된 UFC 경기장 주변에는 대회 개막 몇 시간 전부터 관람객들이 줄지어 들어서 옥타곤(8각형 모양의 UFC 경기장) 주변을 거닐며 대형 이벤트 분위기를 즐겼다.
“백악관, 정치인들만의 공간 아냐”

함께 온 브랜던 코리(29)도 “백악관이 정치인들만의 공간일 필요는 없다”며 “백악관에 옥타곤을 설치한다는 상상 자체가 엄청나다. 미국을 기념하는 가장 미국적인 축제 방식의 하나”라고 말했다.
“혈세 들어간 백악관, 개인 우상화에 활용”

버지니아주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있다는 사라 하워드(41)는 “UFC의 폭력적 이미지가 미국의 상징인 백악관과 결합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최악의 메시지”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적으로 절친한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전쟁 두고도 “정권교체”vs“조속한 종전”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란 출신 부인과 함께 왔다는 스테판 배리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이슬람 정권을 완전히 축출해 주기를 바랐다”며 “이란 정권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자국민들 잔혹하게 살해하는 억압적인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름값이나 물가가 오르는 건 상관없다. 내게 중요한 건 이란 국민의 진정한 자유”라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고유가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작은 대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란 전쟁을 두고 애초부터 명분이 약했다는 비판과 함께 조속한 종전을 촉구하는 얘기도 나왔다. 지난 2월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적인 ‘오일 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젊은 층과 서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한 듯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온 대학생 에릭 존슨(22)은 “전쟁은 끝나야 한다. 더 정확하게는,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내가 사는 지역은 전쟁 전 갤런(3.78리터)당 3달러 중반대였던 유가가 지금 4.5달러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종전 합의로 유가를 비롯한 생활비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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