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양귀비 닮아 아름답지만 마약은 아니에요

김현정 2026. 6.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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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꽃, 하면 봄을 떠올리지만 더운 여름이 되어도 생각보다 많은 꽃이 피어요. 오히려 봄꽃보다 훨씬 화려한 빛깔을 자랑하죠. 나무에 피는 꽃들 말고도 들판이나 화단 등 발아래에도 풀꽃들이 다양하게 피어납니다. 도심 속 공원이나 길가 조성된 화단, 가로수 아래 화분에 다양한 원예종 꽃들이 심겨 있죠. 그들은 야생종들보다 훨씬 더 선명한 색을 띠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끄는데요. 더워지기 시작한 6월, 특히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화려한 개양귀비 꽃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개양귀비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양귀비와 관계가 있는 꽃이에요. 양귀비 같지만 양귀비는 아니니 개양귀비라고 부르죠. 둘 다 양귀비과에 속하며 양귀비 학명은 ‘Papaversomniferum L.’이고, 개양귀비 학명은 ‘Papaverrhoeas L.’입니다. 양귀비는 당나라 때의 미인으로 유명한데 어찌 꽃 이름에 양귀비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75 개양귀비

양귀비는 서시·왕소군·초선과 더불어 고대 중국 4대 미인으로 꼽히는데요. 가무와 음악에 통달하고 총명한 미인이었다고 하죠. 당나라 6대 왕으로 치세 전반기 태평성대를 구가했던 현종이 양귀비에게 빠지면서 정사를 그르치고 말아요. 결국 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 양귀비는 살해되고 현종 역시 쓸쓸하게 살다 죽음을 맞이하죠. 그런 ‘경국지색(나라를 기울게 할 만큼 아름다운 미인)’ 양귀비처럼 화려하고 매혹적인 꽃이라 이름 지어졌다고 합니다. 또, 양귀비 열매에서 추출한 유액은 마약인 아편을 만드는 재료인데요. 마약에 중독되어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사회에도 해악을 끼치는 경우가 있으니 양귀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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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는 마약류로 분류돼 목적과 용도를 불문하고 단 한 포기도 국내 재배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불법 재배 및 소지 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죠. 우리가 길가 화단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개양귀비예요. 관상용인 개양귀비로는 마약을 만들 수 없어 재배를 규제받지 않죠. 꽃을 즐기려 심은 개양귀비를 아편 양귀비로 오해해서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데, 꽤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개양귀비 줄기와 꽃봉오리에는 털이 보송보송한 반면, 아편 양귀비는 털이 없고요. 개양귀비 열매는 크기가 작고 도토리 모양이고 아편 양귀비는 크기가 크고 둥근 모양이죠. 꽃 역시 개양귀비는 주로 진한 주황색이며 흰색이나 엷은 분홍색이 있는데, 아편 양귀비는 검거나 짙은 자줏빛의 선명한 반점이 있는 붉은 꽃이 주류고 흰색·분홍색 등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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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양귀비를 재배해 왔으며, 풍년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씨는 빵에 넣어 먹거나 기름을 짜서 쓰고, 줄기는 채소로 먹고, 빨간 꽃잎은 시럽이나 술을 담그는 데 썼대요. 개양귀비는 동양의학에서 ‘여춘화(麗春花)’라 부르며 복통·설사 등에 처방했죠. 고대 그리스인들은 양귀비에서 마취성 진통제를 추출해 ‘오피움’이라고 칭했고, 오피움이 동아시아에 들어와 음차를 통해 '아편'이 됐어요. 아편 양귀비에서 추출한 마취성 진통제 성분은 중독성이 있어 일반인은 사용할 수 없지만 의학적으로는 많은 환자를 도와줬습니다. 흔히 모르핀이라고 부르는 이 진통제가 없었다면 의학계에선 큰 어려움이 있었을 거예요. 하나의 성분이 선하게도 악하게도 사용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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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한 글자만 다른 양귀비와 개양귀비는 쓰임새도 전혀 다르고,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 역시 다릅니다. 글자 하나라는 작은 차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셈이지요.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합니다. 한 치의 오차나 한순간의 방심, 순간의 결정…그러한 약간의 차이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죠. 어른들은 요즘 주식 차트를 보며 숫자 하나에 울고 웃고 합니다. 순간의 결정이 엄청난 이익이나 손해를 가져오니 한 번 큰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본 사람은 더 끊기가 어렵죠. 일종의 도박 같은, 마약과도 같은 순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삶보다는 균형을 맞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며 성실히 사는 것이 더 나은 삶은 아닐까요.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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