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20% ↓ 비트코인 반토막… 전쟁에도 흔들린 안전자산 공식
스페이스X 상장 자금 유입 영향도
금과 비트코인 가격이 나란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은 고점 대비 20% 하락했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6만 달러 선까지 밀리며 지난해 고점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쟁으로 금융 시장 불안이 커지면 안전 자산이 선호된다는 통념과 다른 흐름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지난 12일 4219달러로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가장 높았던 1월 28일 종가(5400달러) 기준 21.9% 하락했다. 국내 금값도 흐름은 비슷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 시장에서 금 가격은 지난 11일 장중 한때 1g당 19만6780원까지 밀리며 지난해 12월 11일 이후 처음으로 20만원 선을 밑돌았다. 지난 3월 1g당 25만원에 육박했던 국내 금값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최근 1주일 새 금 관련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160억원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비트코인 가격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12일 세계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6만3556달러에 마감했다. 52주 고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6일 가격(12만6210달러)보다 49.6% 떨어졌다. 지난 5일 장중에는 5만9159달러까지 밀리며 6만달러 선도 내줬다.

전문가들은 금과 비트코인 가격 약세의 배경으로 유동성 축소를 꼽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지면서 세계의 투자금이 더 높은 이자가 붙을 미국 국채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에 2500억달러가 넘는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을 더 끌어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는 지난달 중순 이후 수십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이 자금 일부는 스페이스X 청약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과 비트코인 가격은 당분간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금은 미국 국채 금리와 물가 지표가 단기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금리 상승 압력이 잦아들면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가격을 떠받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달러 강세가 이어진다면 반등 폭은 제한될 수 있다. 비트코인은 6만 달러 선 지지 여부가 단기 투자 심리를 가를 분기점으로 꼽힌다. 6만 달러 선이 다시 무너지면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과 비트코인은 성격이 다르지만 결국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돼야 가격이 오른다. 금리가 상승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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