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긴축 시계…ECB 이어 한국·일본도 금리인상 예고

김원 2026. 6. 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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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이번 주 세계 중앙은행의 ‘수퍼위크’가 시작된다. 국제유가는 진정됐지만, 중앙은행의 시계는 긴축으로 기울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이 열리더라도 에너지 충격이 물가와 환율에 남긴 상흔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과 호주 중앙은행은 16일 나란히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어 17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해 스웨덴·브라질·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줄줄이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발표한다. 18일에는 영국·스위스·노르웨이 중앙은행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긴축의 포문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열었다. ECB는 지난 11일 예금금리를 연 2%에서 연 2.25%로 0.25%포인트 올렸다. 2023년 9월 이후 2년9개월 만의 첫인상이다. 에너지 가격이 뛰며 유로존 물가가 3%를 넘어선 게 배경이다.

BOJ도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 51명 중 49명은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물가 상승세까지 확대되면서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케빈 워시 Fed 의장의 첫 공식 무대가 될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다. 더욱이 고용시장은 탄탄한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경고등이 켜졌다. 5월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6.5% 올라 2022년 11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4.2%)도 3년 만에 4% 선을 넘었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기업 비용 증가를 넘어 소비자물가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은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하지만, 인하 논의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시장은 오히려 연내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4일 오전 4시(미국 동부시간) 연말까지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확률은 59.4%로 동결 확률(39.6%)을 웃돌았다.

같은 매파 전환이라도 이유와 강도는 다르다. ECB와 호주 등은 에너지발 물가 충격이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등은 통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을 방어하는 성격이 강하다. 한국은행은 두 가지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 다음 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신현송 한은 총재는 최근 2주 사이 세 차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 12일 창립 76주년 기념사에서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경로를 바꿀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해협이다. 통항이 정상화되고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에 안착한다면 긴축 강도는 다소 약해질 수 있다. 다만 종전 기대와 별개로 이미 높아진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글로벌 중앙은행이 곧바로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영희 디자이너

엘리 니르 TD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공급 충격이 잇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며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시장과 중앙은행은 공급 충격이 장기 물가 압력으로 번질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향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할 경우 중앙은행의 긴축 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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