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17조 역대 최대에…고용보험 곳간 ‘빨간불’

지난해 실업급여 계정 지급액이 역대 최대인 17조원을 넘어서면서 고용보험기금 지출액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고용노동부의 ‘2025회계연도 고용보험기금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고용보험의 사업비 지출액은 20조9405억원으로 전년(18조6456억원)보다 12.3% 증가했다.
고용보험 사업비 지출액이 20조원대를 넘어선 건 코로나19로 고용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21년(21조577억원) 이후 4년 만이다. 2022∼2024년에는 17조∼18조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고용보험 사업비 지출이 급증한 건 실업급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업급여 계정 지급액은 17조483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실업급여 계정에서 함께 나가는 모성보호 급여의 지출 급증한데다가, 제조·건설업의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 상향 등이 원인이 됐다.
실업급여 지출 증가로 적립금은 마이너스다. 작년 기준 실업급여 연말 적립금은 1조7275억원인데,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돈(예수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5조9933억원 적자다. 사실상 빚으로 실업급여 계정의 적립금을 채워 넣은 상태다.
고용보험법은 대량 실업의 발생이나 그 밖의 고용 상태 불안에 대한 준비를 위해 연 지출액의 1.5∼2배를 실업급여 계정의 여유자금으로 쌓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작년 실업급여 적립 배율은 기준치에 크게 못 미치는 0.1배에 불과하다.
지난해 고용보험 기금은 59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출액이 수입액(20조3485억원)을 웃돌면서 5920억원의 재정 적자가 발생했다.
고용보험 기금 적립금도 바닥을 보인다. 작년 고용보험 기금 연말 적립금은 7조8003억원이지만, 정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796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고용 한파로 고용보험 기금의 재정건전성 우려는 더 커졌다. 취업자 수가 줄면 기금의 수입원인 보험료가 감소하고, 실업급여 지출은 되레 늘어 재정 악화를 가속하는 원인이 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912만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만명 감소했다. 17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감소 전환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장기적인 기금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 등에 착수했으나 아직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기금의 건전성 확보 대책으로는 모성보호급여 재원 분리를 포함해 지출 구조조정, 실업급여 하한액 조정, 보험료율 인상 등이 거론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TF에서 고용보험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논의 결과가 나오면 관련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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