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저격” “확대 해석”…민주당 뒤흔든 李대통령 ‘여당론’

14일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X)에 올린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라는 제목의 글 내용을 두고 종일 뒤숭숭했다. 이 대통령이 철학자 막스 베버를 인용해 “여당은 주어진 권력으로 책임을 지는 능력과 실적, 포용과 통합이 중요하다”고 적었는데, 이를 두고 “정청래 지도부를 직격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면서다.

정 대표의 6·3 지방선거 책임론을 제기해 온 민주당의 친명·비청 지대에서는 정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불가론이 한층 뚜렷해졌다. 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우 의원이 13일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글을 인용하며 “안타깝지만 더 이상 지도부가 정부에 부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호남 초선 조계원 의원도 14일 “통탄할 지경인데도 당대표 연임 도전에만 집착하며 대통령 말을 자의적으로 각색하는 건 옳지 않다”며 “차라리 솔직하게 ‘나는 이재명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니 진영 중심의 마이웨이로 가겠다’고 노선 대결을 선언하길 바란다”고 정 대표를 직격했다.
정청래 지도부에서 활동했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글에서 지칭한 ‘현실이 없는 이상주의자, 무능한 선동가’는 사실상 정 대표를 가리킨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 대표는 그간 국민 통합과 먼 행보를 보였고 당내 갈등도 여럿 빚었다. 통합의 리더십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점차 당내 중립 지대로까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공천을 받고 22대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들의 동요가 적잖다. 박해철 의원이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 메시지를 인용하며 “열정은 국민 전체를 향해야”“결과에 대한 무한책임을”이라고 썼다. 김문수 의원도 “우리는 여당이냐. 야당이냐”라고 반문하면서 이 대통령 글 전체를 공유했다. 친명계 원외 단체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정 대표의 행보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거꾸로 가고 있다. 민주당의 외연 확장, 안정적인 국정 운영,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한 정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서는 이를 두고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이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통령은) 특정한 개인이나 지도부보다는 여당이 지방선거 이후에 어떤 자세를 가지고 국정운영을 해야 할 것인지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해 말씀하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곡해 자체가 대통령의 큰 뜻을 오히려 좁히는 것이고 적절하지도 않다”며 “그건 대통령을 다른 정치적 의도로 이용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메시지 확대 해석 경계와 선거 책임론 차단 움직임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뚜렷하다. 지도부 소속 의원은 “순방 환송 불참, 정 대표의 ‘정권은 짧다’ 발언, 그리고 이번 X 메시지까지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정청래 밀어내기’ 식의 악의적 해석이 따라붙는다”며 “이번 X글 역시 여당의 책임감을 주문한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날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중앙당, 시도당, 지역위원회, 캠프뿐만 아니라 선거 과정에 있었던 정부 인사들의 메시지와 행보가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포함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조작기소 (특검) 문제, 스타벅스 문제 등 여러 이슈에 대해 당 안팎의 대응이 어땠는가 등을 사후적으로 추적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선거가 진행 중인데 국무총리 그만두고 당권 도전한다, 그런 게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줬겠느냐”라고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 중인 김민석 국무총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친명계에서는 거듭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이 “지방선거 평가를 이야기하면서 난데없이 총리와 차기 당권 문제를 거론했다. 국정을 수행 중인 총리의 거취와 당권 도전 가능성이 지방선거 평가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라며 “정 대표와 조 사무총장은 현 지도부와 당무를 총괄하는 책임자이고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 대상”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지지층 내전은 폭발 직전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앞서 정 대표가 ‘민심의 척도’로 지목한 딴지일보엔 “포용이니 개방이니 하는 것은 각 당 대표 불러서 청와대에서 해라. 이제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접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아예 정 대표에게 “대통령 당무개입을 외치라”고 주문하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친명·반청 성향의 재명이네 마을에는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 아웃”을 주장하는 글이 많았다.
이찬규·오소영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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