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주식 팔아 서울 집 산다…‘영끌 밑천’ 된 3조7000억원

백민정 2026. 6. 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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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뉴스1


올해 1~4월 주식·채권을 처분한 자금 3조7000억여원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부동산에서 금융시장으로 ‘머니 무브’(자금 이동)를 강조하지만, 주식으로 번 돈이 다시 주택 구입에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14일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식·채권 매각대금 3조7254억원이 주택 매입 자금으로 활용됐다. 주택 자금조달계획서는 주택을 매입할 때 구입 자금의 출처를 밝히는 서류다.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선 모든 주택, 비규제지역은 실거래가 6억원 이상 주택 매매 때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야 한다.

주식·채권 매각대금 3조7254억원 중 65%가량인 2조4396억원이 서울 주택 매입에 쓰였다. 강남구(3706억원), 송파구(3531억원), 서초구(2903억원) 순으로 많았는데, 강남 3구에 1조140억원의 주식·채권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25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 최대 주택담보대출이 2억원에 그치는 등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주식·채권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각각 최대 주담대 가능액이 4억·6억원이다.

실제 자금조달계획서상 ‘15억원 이상 주택 매매’에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은 2023년 4.1%, 2024년 4.6%, 2025년 4.7% 등으로 5% 이내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1월 9.3%로 급등했다. 2월에는 1∼9일 9.3%, 2월 10∼28일 9.1%, 3월 9.8%에 이어 4월에는 13.2%로 껑충 뛰었다. 이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5월 10일)를 앞두고 4월에 주택 매수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2월은 10일 체결 계약분부터 가상자산 매각대금이 별도 신고 항목으로 신설돼 기간을 분류했다는 설명이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359.67포인트(4.63%) 상승한 8123.62, 코스닥은 32.12p(3.22%) 오른 1029.05로 마감했다. 뉴스1


연령대별로는 30대의 주식·채권 매각대금 유입 규모가 가장 컸다. 30대가 활용한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1조25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40대(1조1086억원), 50대(8022억원), 60대 이상(4893억원), 20대(659억원), 20대 미만(1억800만원) 순이었다. 30대의 경우 40·50대에 비해 모아둔 자산이 적은 데다 올해 서울 외곽 집값까지 오르자 서둘러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5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생애최초 매수자 등기(3만2843건) 중 절반 이상(56.1%)이 30대였다. 올해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투자 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종양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자금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체 투자 수단으로 주식시장 활성화를 외쳤지만, 국민은 주식을 팔아 집을 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는 자본시장 자금이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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