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향해 “대범하다”던 김정은의 돌변…“한국 집권자, 평화의 가면 벗어던져”

이유정 2026. 6. 14. 16: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한국의 집권자가 평화의 가면을 벗어 던졌다”고 비난했다. 최근 한·유럽연합(EU)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양 측이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반발 성격이다. 이는 불과 두 달 전 이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범한 사람”이라며 긍정 평가를 했던 것과는 상반된 반응인데, 북한이 강·온 전략을 통해 일종의 대남 길들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남북대화 비핵화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10국 대변인은 ‘한국은 역시 적대와 대결을 체질화한 불변의 적국이다’라는 담화를 통해 “한국의 집권자가 거추장스럽게 쓰고 있던 ‘평화’의 가면을 벗어 던졌다”라고 주장했다.

담화는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과 한·EU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거론하며 “이것은 우리 국가에 대한 명백한 주권 침해, 엄중한 적대 행위”라고 했다. “지금껏 입 닳도록 떠들어온 ‘체제 존중’, ‘적대 행위 불추구’와 같은 위장 간판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다. 이어 “한국 집권자는 이번 대결선언으로 조한(남북) 사이에 ‘평화 공존’은 있을수 없으며 영원히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일 수 밖에 없다는 현실, 우크라이나 괴뢰들과 속통이 같은 공범이라는 것을 스스로 세계 앞에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담화는 또 “한국 집권자가 특유의 ‘솔직함’을 발휘한 것은 앞으로 ‘평화 선언’이니,‘평화적인 두 국가론’이니 하는 기만극도 더이상 벌릴(일) 체면이 없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한·EU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상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되지 않을 것이며, 그와 관련한 어떠한 특별한 지위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우리는 러시아·북한 간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북한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따라 정부의 평화 공존 정책에는 큰 틀에서 응답하지 않으면서 사안에 따라 선택적으로 반응해왔다. 지난 4월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을 땐 즉각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 벨기에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브뤼셀 유럽 연합(EU) 이사회에서 유럽 연합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한-EU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당시 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담화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재발 방지조치를 언급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럽고 스스로를 위한 현명한 처사”라며 “우리 국가수반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고 밝혔다. 김여정의 담화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김정은이 이 대통령을 향해 처음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랬던 북한이 두 달 만에 돌연 태세를 바꿔 “가면”, “위장 간판”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한 셈이다. 이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국제 사회와 정부의 공조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대북 무인기 침투 유감 표명과 같은 자신들이 유리한 사안에는 즉시 화답하고, 불법 핵 개발과 북·러 군사 협력은 한·미 등이 원인 제공을 하고 있다는 식이다. 이를 통해 남·남 갈등을 유발하고 남측을 길들이기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담화는 또 한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미국의 단검”이라고 깎아내렸다. 이는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지속하기 위한 명분 쌓기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날 북한이 발표한 ‘외무성 10국 대변인’이란 담화 형식 자체가 대남 정책은 외교 부처의 실무 부서 수준의 관리 대상이란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 노동신문은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미 핵협의그룹(NCG) 개최도 비판했다. 앞서 서울에서 열린 6차 NCG 회의 결과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교전 상대방의 핵무장 해제를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며 공허한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는 다수의 안보리 결의로 확인된 국제사회의 일관된 목표”라며 “한·미 확장억제 협력은 NPT를 포함한 국제 비확산 체제와 규범에도 전적으로 부합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 ·미 핵·재래식 통합 연습, 상반기 약식 진행


한편 한·미 군사 당국 간 핵·재래식 통합 도상연습(CNI TTX)인 ‘아이언 메이스(Iron Mace·철퇴)’는 연 2회 개최로 정례화하는 모양새다.

1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아이언 메이스’의 상반기 연습을 최근 비공개로 진행했다. 다만 이란 전쟁 등의 여파로 이번 연습은 지난해보다 규모를 크게 줄인 약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한·미는 하반기 연습 계획도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CNI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핵 보복 작전에 한국이 재래식 전력으로 지원하는 개념이다. 아이언 메이스는 이를 처음으로 한·미 군사 당국 간 연습 차원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지난 2024년 7월 첫 시행 이후 지난해 4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됐다.

CNI 개념을 발전시키면 정부가 속도를 내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더욱 가시화하고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에도 “CNI 개념을 작전계획 수준으로 구체화”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