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尹 탄핵찬성했던 청년 ‘올공두컷’ 부스 차렸다…열흘째 체육단체는 마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서울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 10일차인 14일, 핸드볼경기장(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 2-2 출입구 앞에 즉석사진 ‘OO네컷’을 패러디한 ‘올공(올림픽공원 줄임말)두컷’ 부스가 차려졌다.
이 부스를 준비한 사람은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청년 사업가 장모(32)씨다. 장씨는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 2개가 송파구선관위 개표소인 이곳으로 옮겨진 지난 5일부터 집회에 참가했다. 지난 6~7일엔 어린이 간식을 무료 나눔했고, 이날은 전날 개발한 즉석 사진 인화 프로그램과 컬러 레이저 프린터, 인화지를 챙겨 개표소 시위 현장을 찾았다.
장씨는 “박근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했었는데, 그 집회는 오고 싶은, 재미있는 집회였다”며 “지난 주말엔 집회 현장에 오는 아이들을 위한 아이스크림, 어린이 음료수를 준비했고, 이번 주엔 참가자들이 6·3 잠실을 기억할 수 있도록 ‘올공두컷’ 부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험을 치는데, 누구는 마킹을 할 수 있는 OMR 카드를 받았고, 누구는 못 받은 상황에서 채점을 시작해서 점수까지 매긴 상황”이라며 “참정권 박탈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 이건 보수와 진보, 여(與)와 야(野)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했다.

이날 낮 12시40분쯤 올공두컷 부스를 찾은 유모(25)씨는 잠실 올림픽공원과 태극기를 흔드는 곰돌이 캐릭터로 꾸며진 즉석사진을 인화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씨와 함께 온 정모(31)씨는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이 대표자를 뽑는 유일한 행위가 침해됐기 때문에 주말을 이용해 2박3일 일정으로 상경했다”며 “내 표가 진실하게 행사된 것인지 의구심이 생기는 현 선거 제도는 바르지 않기 때문에 부정선거인 것”이라고 했다.
집행부 없는 집회 부작용 나타나
장씨와 올공두컷 부스를 찾는 사람들처럼 봉쇄 집회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모토로 삼고 있어 정파적 색채가 옅어보였지만, 주최자나 구심점이 없는 ‘무(無)집행부 자발적 집회’가 장기화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입주한 12개 체육단체 임직원들의 출입을 막으면서 빚어진 업무 마비가 대표적이다.
지난 11일엔 체육단체들이 업무 정상화 호소문을 발표하는 와중에 집회 참가자 일부가 관계자들을 위협해 마찰을 빚었다. 입주 체육단체들은 “매일 출근하던 사무실에 단 한 걸음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일터를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과격한 성향의 집회 참가자 일부가 지난 8일 핸드볼경기장을 찾은 여자핸드볼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양말을 벗으라”며 소지품 검사를 강요하고, 현장 취재기자를 폭행한 일에 대해선 서울 송파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경찰, 평화시위 보장하되 불법 엄정 대응 방침
참가자들끼리 벌이는 시비도 다반사다. 이날 오전 한 중년 남성이 휴대전화를 들고 “다 덤벼. 개XX들아”라며 욕설을 퍼붓자 중년 여성들이 “대진연(대학생진보연합) 꺼져라”라며 말싸움을 벌였고, 오후 1시쯤엔 30대 추정 여성이 약속된 구호인 “부정선거 재선거” 대신 “재선거 재선거”만 외친다며 “빨갱이” 소리를 듣자 주변에 모인 참가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평화시위는 보장하되 개별적인 불법 행위는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집회는 전국 각지로 번지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되는 집회 정보를 취합하는 ‘재선거 집회 지도’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지도에 따르면 잠실 개표소를 포함해 경기 수원·의정부, 인천 계양, 충북 청주, 대전, 대구, 부산, 울산, 제주 등지에서 이달 중 32건의 집회가 예고돼있다.
지난 13일 수원 올림픽공원에선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시민들이 모여 공정선거를 촉구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 동안 이어진 수원 집회엔 미취학 아동을 동반한 3040세대, 현직 초등 교사 등 300명이 참여했다.
재선거 집회 지도엔 캐나다 벤쿠버와 영국 런던 등 해외에서도 ‘공정 선거 없이 민주주의 없다’(NO DEMOCRACY WITHOUT FAIR ELECTION) 등 표어를 붙인 집회를 한다는 정보도 게시됐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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