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루 변동폭 10.1원에…기업 달러예금 3년 5개월만 최대

기업들이 쌓아둔 달러예금 잔액이 3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하루 변동 폭이 약 10원에 이르자, 기업들이 변동성에 대비해 달러 보유액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1일 기준 기업의 달러예금 잔액은 총 543억7100만 달러(약 83조원) 로 집계됐다. 2023년 1월 말(552억5500만 달러) 이후 가장 많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했다가 만기 때 원화로 돌려받는 금융상품이다.

달러예금 잔액은 환율 변동 폭이 커진 지난 3월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3월 말 462억300만 달러로 집계된 이후 5월 말(507억1300만달러)까지 늘었다. 이달 들어서는 열흘 만에 36억5800만 달러가 불었다.
수출 기업이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기보다, 수입 대금 결제나 외화 부채 상환을 대비해 쌓아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이 추가로 상승(원화값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로 기업들이 달러를 확보해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달러 자체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평균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1523.3원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2월(1626.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 주간거래 종가 대비 일일 변동 폭은 10.1원으로 집계됐다. 미국·이란 전쟁 초기인 3월(11.4원)보다는 작지만, 4월(8.9원)·5월(6.6원)보다 커졌다.
지난 11일 외환당국은 수출기업 간담회를 열어 외환시장 안정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재정경제부는 “수입대금 지급을 앞당기거나 수출대금 수령을 과도하게 지연시키는 이른바 ‘리드 앤 래그(Lead & Lag)’ 방식의 불법 외환거래가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에 달러 예금 관련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중동 사태 등 대외 요인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한동안 환율 변동성 장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당국의 구두개입과 국민연금의 선물환 매도로 환율이 1500원 초반까지 하락했지만, 종전 합의 교착상태가 유지될 경우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이탈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는 점, 대미 직접 투자가 확대돼 달러가 대규모 빠져나가는 점 등은 원화 약세를 자극하는 요소다.
최광혁 LS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1400원대 후반 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내수·투자가 만성적으로 위축될 뿐 아니라 고물가가 고착돼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수 있다”며 “중소기업과 취약계층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분배 지표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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