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기업 목록 확대·美학자 체포…트럼프·시진핑 밀월 시험대

지난달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이른바 건설적 전략안정 관계에 합의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양국 관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미얀마 문제를 연구해 온 미국인 학자가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되고, 같은 시기에 미얀마도 미국인 사업가를 구금했다. 또 미국 국방부가 알리바바·바이두·BYD 등 중국의 주요 기업 수십 곳을 군사 기업 명단에 새로 포함하자, 중국 상무부가 강력한 보복 조치를 경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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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쿤밍서 연락 두절된 美 학자, 광저우 총영사관 통보
지난 12일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민진(미얀마 출신 미국 시민권자)은 중국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간첩 활동에 연루돼 관련 당국이 형사 강제 조치를 취했다”며 미국인 학자 체포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이미 미국 광저우 총영사관에 통보했으며 합법적 권리는 충분히 보장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해당 발언을 외교부 홈페이지는 게재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민진에 대해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학생운동가이자 언론인이라고 보도했다. 군사정권의 탄압을 피해 1997년 미국에 망명해 버클리대에서 저널리즘 석사,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얀마 북부 카친 지역의 희토류 광산과 중국의 투자,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민진은 이달 초 중국의 한 대학 초청으로 윈난성 쿤밍을 찾았다가 연락이 두절됐다. 미 국무부는 “중국에 억류된 미국 시민에 대한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정보 제공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WSJ은 이번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족 목사 에즈라 진(중국명 진밍르·金明日)과 홍콩의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의 석방을 시 주석에게 요구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는 15~19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지난 11일에는 미얀마에서 현지 보안업체를 운영하는 미국인 사업가 애덤 카스티요가 공항에서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티요 역시 미얀마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지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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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BYD 군사기업 포함에 中 상무부 보복 경고
한편, 13일 중국 상무부는 지난 8일 미국 국방부(전쟁부)의 중국 군사기업 목록 확대를 비난하며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 측은 중미 양국 정상의 베이징 회담 합의를 무시하고,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대세를 무시한 채, 국가안보라는 명분만 내세워 국가의 역량을 남용하고 중국 기업을 부당하게 탄압했다”며 “이러한 행보는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위협하며,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측이 잘못된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관련 조치를 즉시 철회하며,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의 올바른 궤도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단호하고 강력하게 보복할 것이며, 결과와 책임은 미국이 모두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중국 국방부는 지난 8일 국방수권법에 근거해 ‘중국 군사 기업(Chinese Military Company)’을 지난해 134개에서 188개로 대폭 확대했다. 중국 빅 테크의 대표적 기업인 알리바바·바이두·BYD·니오·유니트리·로보센스 등이 새로 포함됐다. 이미 한 차례 명단에서 제외됐던 창신메모리와 창장메모리도 재등재하자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가 더욱 강력한 무역 제한의 예고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다시 희토류 보복 카드를 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뤄밍후이(駱明輝)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더 많은 미국 기업을 추가하거나, ‘반(反)외국부당역외관할조례’을 발동해 미국의 조치를 무효화시키고,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등 세 가지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14일 밝혔다. 그는 이 중 희토류 카드가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이 내세운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가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딩리(沈丁立) 전 푸단대 교수는 “향후 중미관계는 안보 영역에서는 ‘안정적인 비협력’, 비(非) 안보 영역은 ‘안정적 협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른바 ‘건설적’ 관계란 경쟁이 계속되더라도 무력 충돌은 피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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