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의 산재 은폐 시도, 원청의 책임을 묻는다

최민 2026. 6. 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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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이종혁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노안부장 인터뷰

[최민]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시 이를 은폐해서는 안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다. 산업재해를 은폐하거나 은폐를 교사(敎唆)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고용노동부 장관도 "산재 은폐는 교통사고 뺑소니 같은 것으로 무관용으로 엄단하겠다"라고 선포했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 사회 곳곳에는 산재 은폐가 횡행한다. 한국지엠 같은 세계적 기업의 생산 현장도 산재 은폐 시도가 지속한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발생한 산업재해 은폐 시도에 맞서 원청의 책임을 묻고 있는 이종혁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노안부장을 5월 20일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일하다 다쳤다고 하지 말라"는 하청업체 관리자

"도장부에서 스프레이 도장을 작업하면, 차체뿐 아니라 차체를 이동시키는 행거도 페인트가 묻지 않습니까? 이걸 비정규직 노동자가 고압건을 이용해서 벗겨냅니다. 고압건 압력이 굉장히 셉니다. 고압건 줄을 당기다가 옆 동료 발에 맞은 거예요.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빠르게 부상 정도를 판단해야 하니까, 부속의원에 보내야 하는데 곧바로 외부 병원으로 보낸 거죠. 해당 업체는 저희와 단체협약을 맺고 있어서 산재 발생 시 비정규직 지회에 통지해야 하는데 그것도 숨겼고요. 저희도 뒤늦게 알게 됐죠.

차체부의 다른 2차 하청 업체에서는 노동자가 금속 판넬을 들다가 눈 근처 피부가 찢어졌는데, 역시 부속의원에 못 가게 했습니다. 심지어 중간관리자가 외부 병원에 보내면서 '일하다 다쳤다고 하지 말라'며 단속까지 했어요.

외부업체에서 들여온 판넬을 옮기다가 턱 아래가 찢어진 일도 있었어요. 제가 외부에 있다가 사고 연락을 받고 30분쯤 뒤에 도착했는데, 그때까지도 현장에서 소독만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봤을 때는 명백히 찢어진 상처였는데, 관리자는 '긁혔다'라면서 병원에 안 보내고 있었던 거예요. 관리자 자의적 판단에 대해 항의하자 안전관리자가 병원에 데리고 가겠다고 했는데, 대신 '지엠 옷 벗고 가라'고 하는 거예요."
 2026.5.20.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종혁 노안부장.
ⓒ 한노보연
하청 업체들이 원청에 사고 발생을 숨기려 하기에,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다쳤을 때 사내 부속의원이나 구급차를 이용할 수도 없다.

"현장 여기저기에 한국지엠 사내 응급 대책 프로세스 선전물이 붙어 있습니다. 일하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부속의원에 최초로 연락하라고 친절하게 번호도 나와 있어요.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부속의원에 가면, 원청인 한국지엠 안전과에 사고 난 업체와 재해자 이름, 사고 경위 등이 보고되게 됩니다. 업체들은 이게 무서워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내 부속의원도 가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이러다가 치료에서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될까 봐 우려돼요. 산재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혹시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해지니까요. 처우나 임금, 복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안전하게 일하고 무사히 퇴근할 권리는 정규직, 1차 하청, 2차 하청 노동자가 모두 똑같이 보장돼야 하는데, 지금 그게 무시되고 있습니다."

하청노동자 안전, 원청의 책임

1, 2차 하청업체의 반복되는 산재 은폐 시도가 우연일 리가 없다. 구조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고 이는 원청인 한국지엠의 책임으로 본다.

"하청업체들과 얘기하다 보면 '산재 발생률이 높아지면 원청 입찰 시 페널티가 부여된다'면서 산재 은폐가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한국지엠이 산재 책임을 1, 2차 하청업체들에게 떠넘기는 셈이죠. 이 구조가 안 바뀌면 업체들의 산재은폐 시도는 계속 될 거예요."

하지만 사고 예방이 하청업체와 하청 노동자의 노력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차체부 하청업체 작업대기실 앞 안전 방책을 지게차가 치는 사고가 있었다. 대기실 내 책상이 뒤로 밀려날 정도로 큰 충돌이었지만, 방책 덕분에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다. 애초에 지게차 운행 중에 휴게실을 치는 일이 발생할까 봐 설치된 방책이었다. 그런데 사고 후 후속 조치가 없었다. 지게차 운전 담당 업체와 차체부 작업대기실을 쓰는 업체는 각각 2차 하청업체인데, 심지어 이들이 소속된 1차 하청업체도 서로 다르다. 직접 연결된 소통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한 달이 넘도록 양 업체간 소통을 통한 대책 마련은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에도 도급인의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지게차 사고 사례에서처럼 2개 이상의 업체가 사고 처리나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서로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있습니다. 이 경우 원활한 논의와 조정을 위해 원청이 나서야 합니다. 하청업체들도 원청 부서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눈치만 볼 뿐이죠. 심지어 2차 하청업체의 경우 1차 업체를 통해야만 원청과 접촉이라도 할 수 있는 처지예요. 이러니 비정규직 노조가 원청인 한국지엠과 직접 교섭해야 합니다."

노란봉투법으로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단체교섭 의무를 지게 되었다.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도 노란봉투법 시행과 함께 3월 10일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 지엠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아직 아무런 응답이 없다. 교섭 요구의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안전보건 문제다.

"현재 저희 외에 부평공단지회, 지엠부품물류지회까지 3개 지회가 한국지엠에 원청 교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시 대응 문제 외에 원하청 공동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하청노동자 참여를 보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저희의 중요한 요구예요.

하청업체들도 작업환경측정이나 위험성평가를 하긴 합니다. 그런데 노동자 참여가 전혀 안 되고 있거든요. 결과 보고서조차 노동조합이 교섭하고 요구해야 보여주는 정도예요. 하청 노동자들이 안전문제에 참여할 통로와 구조가 없습니다. 1차 업체가 원청과 함께 하는 안전협의회가 있지만, 근로자 위원이 주로 관리자들로 구성돼 있어요. 2차 업체들은 50인 미만으로 쪼개져 있어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없고요.

정규직 지부는 노안실이나 산안위원들이 이런 활동에 참여하고,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잖아요. 지금은 저희 비정규직지회도 정규직 지부와 함께 분기마다 안전보건 점검을 함께 하고 있는데, 이런 제도를 공식화해야 합니다."

원청 교섭으로 안전보건에 노동자 참여를 원청인 한국지엠은 하청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도 함께 개선해나가자고 말은 하지만, 공식적인 구조를 만들고 실질적 책임을 지는 일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

"올해 2월에 고소작업 시 안전 확보, 온열질환 예방 등 하청 노동자들의 여러 안전보건 문제를 고용노동부 산재예방과에 진정을 넣었어요. 시정하라는 행정 지도가 나왔거든요. 그랬더니 원청 안전관리부서에서 '분기마다 하는 안전보건 점검 때 얘기하시지 왜 바로 진정을 냈느냐, 아쉽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우리가 진정 내기 전에 협의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그건 대답을 흐리더라고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천막동은 폭염과 한파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에 대한 책임은 원청인 한국지엠에 있다.
ⓒ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제도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실질적 지배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분칠도 한다. 이 과정에서 업무 소통은 더 어려워지고, 위험은 커진다.

"이쪽 건물에서는 정규직이, 저쪽 건물에서는 비정규직이 똑같은 일을 하는 부서가 있어요. 원래 업무 지시가 한국지엠 전산실에서 바로 2차 하청업체로 넘어왔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갑자기 2차 하청업체 사무실에 컴퓨터를 새로 설치하더니, 업무 지시 전산이 한국지엠에서 1차 업체로 갔다가 그게 다시 사무실로 내려오는 구조로 바뀌었어요."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한다는 그 업체는 천막형 건물에서 일한다. 겨울에는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에어커튼이 있지만, 겨우내 작업 온도가 10℃ 이하인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천막 내 기온이 영하 10도보다 내려갔던 적도 있다. 실러와 방청유에 젖은 장갑이 얼어버릴 정도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하청업체가 마음대로 건축물을 개선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것도 원청이 아니면 풀 수 없는 문제다.

정규직이었다면 해결됐을 문제

"완전히 책임 회피죠. 저희끼리는 정규직이었으면 대의원이 작업중지를 했을 거라고 얘기해요. 어쩌면 천막이라 비정규직이 일하지, 건물 새로 지으면 우리 다 쫓겨나고 정규직이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농담도 해요."

원청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정규직 노동자였다면 원청이 책임졌을 문제가 하청 구조를 이유로 그대로 남아 있다. 한국지엠은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포용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포부를 밝힌다. 세계에서 가장 포용적인 기업이 되는 길, 원청 교섭을 통해 하청 노동자의 의견을 '포용'하고, 책임을 다하는 데서 출발하기를 권한다.

"하청 업체의 문제라며 안전 책임 방치하는 원청은 잠재적인 살인자라고 생각해요. 방치했던 문제로 언젠가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한국지엠은 묵묵부답이지만, 제철이나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가지고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고 있잖아요. 저희도 원청의 직접적 책임을 보여주는 안전보건 의제들로 교섭을 요구해 나갈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6월호에도 실립니다. 이 글을 쓴 최민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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