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中서 ‘구걸 휴머노이드’ 논란

중국의 한 도시에 구걸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로봇이 내 일자리를 뺏을까 걱정했는데 이제 거지까지 대체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온다.
14일 중국 시나닷컴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푸젠성 푸저우 등의 거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구걸하는 영상이 여러 편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한 로봇은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모아 절하며 구걸했다. 로봇 바로 앞에는 동전 그릇과 현금이체용 큐알코드가 인쇄된 종이가 놓여 있었다. 현금없는 캐시리스 사회가 된 중국에선 거지들도 큐알코드를 목에 걸고 구걸을 한다.
다른 영상에 올라온 로봇은 ‘돌아갈 집이 없다. 충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적힌 골판지 위에 동전 그릇과 큐알코드를 올려놨다. 또 다른 로봇은 사람 얼굴을 하고 모자를 쓴 채 코트를 입고 엎드려 절하며 구걸해 멀리서 보면 사람처럼 보였다.

중국 네티즌들은 “맙소사 이제는 거지까지 로봇이 대체한다” “예전에는 로봇이 내 일자리를 뺏을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는 로봇이 밥까지 구걸하고 있다” “거리에 구걸하는 사람이 없어져 아쉬웠는데, 로봇이 그 아쉬움을 달래준다” 같은 댓글을 달며 로봇이 급부상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들 로봇의 구걸이 실제 적선을 받기 위한 것인지 일회성 이벤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싸게 구입했는데 실생활에선 쓸모가 없자 유지비용이라도 얻기 위해 구걸을 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만 언론은 중국 로봇이 쿵푸나 재주넘기, 마라톤 등 화려한 쇼를 보여주는 데만 치중해 실용성을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와 하프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새해 명절인 춘제 축하쇼에 대거 무대에 올리는 등 로봇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금일신문은 세계1위 파운드리 반도체 업체 TSMC 웨이저자 회장의 과거 발언을 소환해 중국 로봇을 비판했다. 웨이 회장은 지난 3월 중국 로봇에 대해 “보여주기식으로 점프하고 뛰어 다닐 뿐, 쓸모가 없다”고 혹평했다. 특히 중국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의 최대 95%가 TSMC에서 생산된다며 중국 로봇 산업은 대만 반도체 산업과 떼어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많은 전문가가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직 실용성이 부족하고 대부분 오락이나 전시용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며 “실질적인 상업적 가치를 지니고 실용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응용 분야와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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