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이 하던 일' 로봇이…HD현대중공업의 자율제조 혁신
AI 기반 조선소 전환 속도
12일 찾은 울산 HD현대중공업 중형선사업부. 선각 공장 안에서는 협동로봇이 레일 위를 따라 움직이며 용접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작업자가 직접 로봇을 이동시키거나 용접 위치를 입력할 필요는 없었다. 설계도면 정보를 읽은 시스템이 작업 위치를 계산하면 로봇이 스스로 이동해 용접을 이어갔다. 자동화가 쉽지 않다고 여겨졌던 조선소 현장에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들어오고 있었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다품종 주문생산 산업이다. 자동차처럼 같은 제품을 반복 생산하지 않는다. 선박마다 설계가 다르고 블록 형태도 제각각이다. 같은 선종이라도 제작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그만큼 자동화가 어려운 산업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생산성 향상과 인력난 대응을 위해 AI 기반 자율제조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공개된 용접협동로봇은 그 대표 사례다. 기존 협동로봇은 작업자가 직접 밀고 다녀야 했다. 작업이 끝날 때마다 위치를 옮기고 조건을 다시 입력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자율 이동형 전동레일 시스템은 설계도면 정보를 기반으로 로봇이 스스로 이동 경로를 계산한다. 용접 위치를 인식한 뒤 작업을 수행하고 다음 공정으로 이동한다.
윤대규 HD현대중공업 중형선자동화혁신부 상무는 "기존에는 작업자 한 명이 로봇 두 대 정도를 관리하는 수준이었다"며 "현장에서는 더 많은 로봇을 활용하고 싶다는 요구가 많았고 현재는 한 명이 최대 여섯 대까지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은 향후 한 명이 여덟 대까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해당 시스템이 본격 적용되면 생산성이 기존 대비 153.8%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상무는 "예전에는 숙련 작업자가 직접 용접 조건을 설정해야 했지만 지금은 설계도면 정보를 활용해 자동으로 작업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숙련 인력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러그(LUG) 자율제조 공장이었다. 러그는 선박 블록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릴 때 사용하는 연결 부품이다.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조선소에서는 대량으로 사용되는 필수 자재다.
공장 안에서는 산업용 로봇과 자율주행로봇(AMR)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로봇은 용접선을 따라 러그를 제작했고, 완성된 제품은 자율주행로봇이 다음 공정으로 옮겼다. 사용이 끝난 러그는 절단과 재생 과정을 거쳐 다시 생산라인에 투입됐다. 생산부터 재생, 운반까지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돼 있었다.
윤 상무는 "조선소 제품 대부분은 형태가 달라 자동화가 쉽지 않지만 러그는 사실상 대량생산이 가능한 몇 안 되는 품목"이라며 "자동화 효과를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공정으로 판단해 우선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성과도 뚜렷하다. 기존에는 작업자 6명이 하루 약 100개의 러그를 생산했다. 현재는 43종 러그를 자율 생산할 수 있으며 전체 사용 물량의 95%를 대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무엇보다 작업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반복적인 용접과 중량물 이동 작업 상당 부분을 로봇이 맡으면서 작업자들은 관리와 운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HD현대중공업은 이러한 자율제조 기술을 향후 조선소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윤 상무는 "조선업도 결국 생산성을 높여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AI와 로봇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울산=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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