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민주당 아성 37곳, 재건축·재개발되자 오세훈 손 들었다

김준영 2026. 6. 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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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재개발돼 아파트로 바뀌면 투표 성향도 확 달라진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중앙포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2011)에 “한때 야당(※진보 정당을 뜻함)의 아성이었던 곳들이 여당의 표밭이 된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며 쓴 글이다. “영국 보수당이 자가 소유 촉진책을 편 것은 정치적으로도 계산된 것”이란 문구도 담겼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후 책의 이런 내용이 화제를 모았다.

김 전 실장의 주장은 사실일까. 올해 6·3 지방선거(서울시장 선거)와 꼭 10년 전인 2016년 4·13 총선(20대 총선)에서 나타난 서울 행정동별 투표 성향을 비교했다. 10년 전 더불어민주당이 2위 후보를 10%포인트 차 이상으로 압승한 행정동을 대상으로 했다. 당시 424곳 중 125곳이었다.

민주당이 압승한 125곳 가운데 10년 후인 올해 지방선거에서 오세훈(국민의힘) 시장쪽으로 돌아선 곳은 37곳이었다. 재건축·재개발이 이뤄졌거나 예정인 지역, 대학가, 신도시·주거지 재편 지역 등으로 나눠 분석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표심이 다를 수 있다는 점, 20대 총선은 지금과 달리 국민의당이 포함된 3자 구도였다는 점에서 비교·분석에 한계는 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1년 세종대 교수 시절 출간한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 사진 YES24 캡처

아현뉴타운의 변심…신축 아파트 들어서자 모두 돌아섰다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마포구였다. 2016년 총선 때 마포갑에서 안대희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와 노웅래 민주당 후보가 붙었는데, 소속된 7개 동 모두 노 후보를 10%포인트 차 이상으로 더 지지했다. 대흥동(21.10%포인트)·용강동(20.64%포인트)·아현동(18.59%포인트)·신수동(19.76%포인트)·염리동(18.69%포인트)·공덕동(16.4%포인트)·도화동(16.25%포인트) 순이다.

그런데 이 7개 동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을 더 뽑았다. 압도적인 표차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던 동네가 10년 만에 일제히 돌아선 것이다. 예컨대 아현동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오 시장 득표율(56.47%)이 정원오 민주당 후보(41.09%)보다 15.38%포인트나 더 높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변화폭이 33.97%포인트(18.59%포인트+15.38%포인트)에 이른다.


남은 6개 동 중에서 변화폭이 가장 적은 공덕동도 23.53%포인트나 된다. 정치인 개인에 대한 호오나, 시대적 분위기 등 여러 변수를 뛰어넘는 표심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뜻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마포갑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변화는 아현뉴타운을 통한 신축 아파트 주민 입주”라고 분석했다.

당초 마포갑 일원은 일제강점기부터 난개발이 진행된 대표적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이었다. 그러다 2003년 아현뉴타운이라는 이름의 뉴타운사업지구로 지정되면서부터 재개발·재건축·도시환경정비가 이뤄졌다. 해당 프로젝트로 신축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게 바로 지난 10년간이다.

변화폭이 가장 큰 아현동의 경우,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가 2014년 입주를 시작했고 이후 마포더클래시(2022년·1419가구) 등이 들어서며 신축 단지 밀집 지역이 됐다. 다른 곳들도 염리동엔 마포프레스티지자이(2021년·1694가구), 대흥동엔 마포그랑자이(2020년·1248가구), 신수동엔 마포아이파크포레(2019년·1015가구), 용강동엔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2016년·547가구) 등 지난 10년간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대거 들어섰다.

맞은편인 서대문구의 북아현뉴타운도 마찬가지다. 북아현동은 2016년 민주당 후보를 10.7%포인트 더 지지했지만, 이번에 오 시장으로 돌아섰다. 그 사이 e편한세상신촌(2018년·1910가구)이 입주했다. 종로구 교남동과 서대문구 홍제1동도 10년 전 민주당 압승 지역이었지만, 이후 각각 경희궁자이(2017년·2533가구), 홍제센트럴아이파크(2020년·906가구) 등 정비사업 완료 후 오 시장을 더 지지했다.


민주당 밀었던 잠실4동, 잠래아·르엘 생긴 후엔?


강남권에서 그나마 민주당 승산이 있던 곳들도 정비 사업 또는 집값 상승 후 확실한 보수표로 돌아섰다. 2016년 총선 송파갑 선거에선 박인숙 새누리당 후보가 박성수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지만, 잠실4동만큼은 박성수 후보에 10.01%포인트 더 많은 지지를 보였다. 전통적 부촌인 오륜동이 박인숙 후보를 21.07%포인트 더 밀어준 것과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잠실4동은 이번 선거에서 오 후보를 35.36%포인트 더 지지하면서 10년간의 변화폭(45.37%포인트)이 가장 큰 동네가 됐다. 그 사이 진주아파트를 재건축 한 잠실래미안아이파크(2025년·2678가구), 미성·크로바 아파트를 재건축 한 잠실르엘(2026년·1865가구)이 입주한 게 대표적인 변화로 꼽힌다.

서울 송파구 잠실4동에 위치한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래아) 단지 전경. 사진 삼성물산

강남구에선 원룸촌이 많은 역삼1동이 2016년 민주당 후보를 새누리당 후보보다 12.82%포인트 더 지지했지만 이젠 오 시장을 21.02%포인트 더 지지했다. 위치상 변두리인 세곡동도 2016년엔 민주당 후보를 21.96%포인트 더 지지했지만, 이번엔 오 시장을 8.71%포인트 더 지지했다. 이젠 민주당 발 디딜 공간도 없이 강남구 전체 22개 동 모두 오 시장이 승리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지역들도 크게 돌아섰다. 양천구 신정6동은 10년 전 민주당 후보를 10.02%포인트 더 지지했지만, 이번엔 오 시장에 23.67%포인트 표를 더 줬다. 양천구 목1동·목3동이나, 도봉구 창4동, 노원구 상계6·7동, 성동구 성수1가2동 등이 모두 10년 전 민주당을 10%포인트 넘게 지지했지만 이젠 반대다.

6·3 서울시장선거 오세훈 득표율.


대학가도 돌아섰다…“주거 불안 영향 있을 것”


대학가 표심의 변화도 뚜렷했다. 연세대가 있는 서대문구 신촌동은 10년 전 민주당 후보를 26.19%포인트 더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오 시장을 11.39%포인트 더 찍었다. 고려대가 있는 성북구 안암동, 건국대가 있는 광진구 화양동, 경희대가 있는 동대문구 회기동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모두 인근 대학생이 모여 사는 대표적인 청년 밀집 지역이다.

대학가는 재건축·재개발 등 부동산 이슈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청년층의 주거 안정 불안에 대한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고적 투표는 정부나 정당, 정치인의 공약보다는 이전 성과를 토대로 투표하는 경향을 뜻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진보 성향이 강했던 대학생마저 돌아선 배경 중엔, 전·월세·매매 삼중 강세에 따른 주거 불안 영향도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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