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의 ‘100분 공연’, 모차르트 시즌의 닻이 올랐다

김호정 2026. 6. 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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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 소프라노 임선혜,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지휘자 스즈키 마사토가 함께 한 공연. 우상조 기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나지막한 소리에 객석이 숨을 죽였다. 13일 저녁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모차르트 공연에서 임윤찬은 극도로 작은 소리, 속삭이는 듯한 연주로 청중을 집중시켰다.

임윤찬의 모차르트 시즌이 여기에서 닻을 올렸다. 그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5번과 24번을 모차르트 고향 악단인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함께 연주했다. 두 협주곡의 사이에는 콘서트 아리아 ‘어찌 그대를 잊으리’를 소프라노 임선혜와 함께 들려줬다. 직접 구상하고 선곡한 프로그램이었다.

임윤찬·임선혜와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는 9일과 11일 일본 도쿄 무대에 올랐고, 한국 첫 무대인 13일 공연에 이어 15일까지 롯데콘서트홀에서 동일한 프로그램을 연주한다.

이날 공연에서 임윤찬은 작고 섬세한 소리에 집중했다. 25번 협주곡 중 피아노가 홀로 나오는 부분에서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연주하는가 하면 24번 협주곡에서도 등장하면서부터 속도를 한껏 늦춰 잡고 고요함을 강조했다. 그럴 때마다 청중의 집중은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서정적인 해석이었고, 간혹 드러난 거친 감정은 상대적으로 강조됐다. 감정의 편차를 크게 가져가는 낭만주의적 기질도 남아있었다.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지휘자 스즈키 마사토는 피아니스트의 해석에 순발력 있게 호흡을 맞췄다.

여기에 자주 연주되지 않는 콘서트 아리아가 더해져 ‘올(all) 모차르트’ 프로그램이 완성됐다. 오케스트라, 피아노, 소프라노가 함께하는 독특한 편성의 음악 ‘어찌 그대를 잊으리’에는 모차르트의 우정 이야기가 있다. 모차르트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초연에서 수잔나 역할을 맡았던 소프라노 낸시 스토라체를 위해 이 곡을 완성했다. 스토라체가 오스트리아 빈을 떠나는 고별 공연에서 연주하기 위해서다. 31세의 모차르트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스토라체가 노래하며 공연했던 작품. 이별을 아쉬워하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노래다.

이번 무대에 함께한 임선혜는 더중앙플러스 프리미엄 독자를 위한 사전 토크에서 “음악가들 사이의 애틋한 시절인연을 표현한 곡”이라며 “아름답지만 소프라노들도 잘 모르는 곡을 임윤찬이 연주하겠다며 제안해서 기뻤다”고 했다. 임선혜는 1999년 거장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와 모차르트 C단조 미사로 데뷔한 후 모차르트 오페라의 해석에서 강점을 보여왔던 소프라노. 그는 이날 무대에서 작곡가의 드라마를 적절하게 살려내며 따뜻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모차르트의 협주곡 두 곡과 콘서트 아리아를 연주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우상조 기자

임윤찬은 이 음악 또한 고정관념대로 연주하지 않았다. 현대 음악가들이 사용하는 악보에 따르면 이 곡은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가 먼저 시작하고, 중반부에 피아노가 합세한다. 하지만 임윤찬은 처음부터 오케스트라를 반주하듯 연주를 시작했다. 마치 모차르트 시대에 건반 악기 연주자들이 낮은음을 연주하며 다른 악기와 함께했던 전통을 되살리는 듯한 시도였다.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음악을 즐기는 분위기가 살아났다.

임윤찬은 모차르트 프로그램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공연을 앞두고 인스타그램으로 공개한 소감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가슴 깊이 뜨거운 눈물을 흘린 순간이 있는데, 피아노 협주곡 24번과 25번이 그랬다”고 했다. 또한 “‘어찌 그대를 잊으리’는 지난해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큰 위로를 주었던 곡이며 이 곡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라고 밝혔다.

이날 무대에서 임윤찬은 직접 기획한 모차르트 프로그램을 충분히 즐겼다. 음악에 맞춰 낮은 소리로 허밍을 하고, 오케스트라 쪽으로 몸을 돌려 그들의 소리에 집중했다. 협주곡 25번에서는 피아니스트 프리디리히 굴다, 24번에서는 에드윈 피셔가 작곡한 카덴차(독주자가 오케스트라 없이 연주하는 부분)를 선택했다. 기교를 과시하기보다는 시적인 노래가 흐르는 카덴차들이다. 특히 24번 카덴차의 고요한 도입부, 폭풍우 같은 결말은 이날 임윤찬이 보인 모차르트 해석의 축소판과 같았다.

앙코르는 임선혜와 임윤찬이 함께 들려준 모차르트 가곡 ‘저녁의 생각’이었다. 두 음악가는 이처럼 모차르트의 나직한 노래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앞서 연주된 곡들과 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음악이다.

이날 공연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공연에서 피아니스트가 첫 곡부터 끝 곡인 앙코르까지 시종일관 머문, 독특한 무대였다. 모차르트에 대한 임윤찬의 100분짜리 헌사였다.

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모차르트의 협주곡 두 곡과 콘서트 아리아를 연주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우상조 기자

이렇게 임윤찬의 모차르트 시즌이 시작됐다. 그는 올 10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시작한다. 카네기홀에서 내년 5월까지 4회에 걸쳐 전곡을 연주하고, 런던 위그모어홀, 네덜란드 콘세트르허바우, 빈 무지크페라인 등 명문 공연장에서도 모차르트 소나타를 연주한다. 임윤찬은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노래할 수 있게 해주는 작곡가는 언제나 모차르트”라며 “그에게서 순수한 영향을 받아 태어난 음악들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전했다.

임윤찬의 '올 모차르트'는 더중앙플러스 클래식 시리즈의 올 하반기 첫 공연이었다. 공연에 앞서 프리미엄 청중을 위한 아티스트 토크가 열렸으며 연주곡목과 연주자들에 대한 특별 해설집이 제공됐다. 2026 더중앙플러스 클래식 시리즈는 첼리스트 한재민과 루체른 심포니의 공연(7월 1일) 등으로 12월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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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음악에디터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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