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종전’ 예고 트럼프, 돌연 김정은과 함께 찍은 사진 게시 왜

강태화 2026. 6. 14.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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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때 회담장 주변을 나란히 산책하며 찍은 사진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싱가포르에서 가진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의 사진을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SNS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진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달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나란히 걷는 사진을 게시한 시점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진을 게시하기 1시간 전 이란과의 종전합의 서명식이 “14일에 이뤄진다. 이란과 맺은 합의는 바로 ‘핵무기 차단 장벽’이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집권 1기 때 김 위원장과 3차례 직접 대면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쟁을 마무리한 뒤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019년 6월 30일 열린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이 게시한 사진은 8년 전인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 때 회담 장소였던 카펠라호텔 정원을 나란히 산책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당시 회담은 1953년 분담협정 이후 65년만에 이뤄진 최초의 미국과 북한 정상의 만남이었다. 양측은 회담 종료 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 항에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양측은 싱가포르 회담 결과에 대한 세부 이행 방안을 합의하기 위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한 2차 정상회담을 이어갔으나, 2차 회담이 ‘노딜’로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낙선하면서 당시 합의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3일 새로 조업한 핵물질생산공장을 현지지도했다"라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핵물질 관련 현지 시찰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직전에 이뤄졌다. 뉴스1


이후 북한은 오히려 핵무력을 증강했고, 한국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김정은에 대한 우호적인 메시지를 반복해왔지만, 한반도 관련 문제는 우크라니아와 중동 전쟁 상황 등에 밀린 후순위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다 최근 들어 북한 문제가 재차 논의될 수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내놓은 팩트시트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측은 “한반도 문제가 논의됐다”는 표현을 썼지만, 양측이 북핵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직후인 지난 8~9일 북한 평양을 전격 방문했다. 시 주석은 미국과 북한 관계가 크게 변화하는 주요 변곡점이 생기기 직전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김일성광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환영하는 의식이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뉴스1

다만 시 주석의 방북 이후 비핵화와 관련한 언급이 나오지 않으면서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외교가에선 시 주석이 이번 방북은 “비핵화를 둘러싼 북중 간 팽팽한 물밑 줄다리기의 결과물”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방북 직전인 지난 3일 핵물질 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고, 그의 친동생인 김여정은 6일 담화에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했다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 “미국의 상투적인 거짓 유포 놀음”이라고 비방했다.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이 공개된 시점은 지난 5일이었다. 회담에 앞서 핵심 의제가 될 수밖에 없는 핵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먼저 내놓는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하고 의도적으로 ‘비핵화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행보로 해석된다.

중국과 북한은 결국 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일절 언급하지 않는 쪽으로 타협을 봤다. 다만 시 주석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는 등 동아시아에서의 ‘핵 도미노’를 우려하는 중국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북핵 불용’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13일 백악관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면담했을 때 자신의 방중(5월 중순) 계기에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 “만나는 건 참 좋지만 그게 이번에 중국 가는 시기일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닐 수도 있고 그 이후일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맞잡은 모습. 사진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쟁과 이란의 비핵화 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면서 김정은과의 회담 관련 사진을 게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이어 또 다른 비핵화 대상인 북한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여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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