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층짜리 미술관? 큐비즘은 왜 서울을 찾았을까

김형순 2026. 6. 13. 16:1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퐁피두센터 한화전] 피카소·브라크에서 김환기까지, 큐비즘 탄생과 조망, 2026년 10월 4일까지

[김형순 기자]

 파리 퐁피두센터 해외 분관인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 미술관 입구
ⓒ 김형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프랑스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의 해외 분관인 '퐁피두센터 한화'가 지난 4일 개관했다. 서울과 파리, 첨단도시와 예술도시를 상징하는 두 공간이 문화적으로 연결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63빌딩이 글로벌 미술관을 품으면서, 단순한 전시 관람을 뛰어넘어 AI 기반 콘텐츠가 결합한 미래형 복합문화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이 설계는 프랑스의 세계적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J. M. Wilmotte)'가 맡았다. 그는 루브르박물관과 인천국제공항 관련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낮에는 반투명 유리를 통해 자연광이 미술관 내부에 스며들도록 했고, 밤에는 내부 조명이 밖으로 흘러나와 건물 전체가 주변 도심을 밝히는 '빛의 상자'가 되도록 구현했다. 수평으로 이어진 빛의 흐름과 한국 전통 기와의 곡선이 잘 어울린다. 입구 로비에는 '레몽 뒤샹-비용'의 청동 조각 '대형 말'이 관객을 맞이했다.

큐비즘, 20세기 미술의 출발점
 레몽 뒤샹-비용 I '대형 말' 청동에 검정 피막, 쉬스 주조소 주조. 160×97×153cm 1914/1976
ⓒ 김형순
미술관은 1층(프로그램 공간), 2~3층(전시실), 4층(옥상 및 레스토랑), 60층(피크닉 및 미디어아트 체험관)으로 구성되었다. 2층으로 가는 길목에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사계절 정원 '63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도 만날 수 있다. 63빌딩 입구에 미술관이 들어서니 건물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처럼 보인다. 수평의 미술관과 수직의 빌딩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번 개관전은 제1·2전시실에서 10월 4일까지 열린다. 제목은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The Cubists: Inventing Modern Vision)"이다. 파리 퐁피두센터와 서울 한화가 공동으로 주관했으며, 본관 퐁피두센터 컬렉션 총괄 책임자인 '크리스티앙 브리앙'이 기획을 맡았고, '조주현' 수석 큐레이터와 '서지은' 큐레이터가 전시를 구성했다.

작가와 작품은 유럽 '큐비즘(Cubism)' 거장 43인의 작품 91점과 한국 큐비즘 경향 작가 11인의 작품 21점이 소개된다. 그리고 전시 구성은 퐁피두센터가 소장품을 소개하는 8개 섹션과 한국작가를 소개하는 1개 섹션으로 나뉜다.

개관전은 왜 큐비즘일까?
 피카소 I '바이올린을 든 남자' 1911-1912(왼쪽) / 브라크 I '원형 협탁' 116.5×81.5cm 1911
ⓒ 김형순
이번 개관전이 왜 큐비즘을 선택했는지 생각해 보면 퐁피두센터가 소장한 컬렉션의 강점이 큐비즘에 있고, 동시에 큐비즘을 현대미술의 출발점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리라.

큐비즘이 왜 20세기 초에 탄생했을까?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도 있지만, 20세기에 들어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행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낼 모던한 시각 언어가 필요하게 됐다. 19세기의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상징주의만으로는 급변하는 현대 도시의 감각을 충분히 담아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 혁신적 사조는 사람들이 세계를 보고 생각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기존 회화가 단일 시점과 원근법, 사실주의적 재현이라면, 큐비즘은 과거의 규범에서 벗어나 여러 시점을 한 화면에 동시에 보여준다. 대상을 분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사물의 구조와 본질을 들여다보게 한다.
 파블로 피카소 I '아비뇽의 처녀들' 243.9×233.7cm 1907.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소장. 20세기 회화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기존의 인체와 공간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해체했다.
ⓒ 김형순
 파블로 피카소 I '여인의 흉상' 캔버스에 유채, 66×59cm 1907
ⓒ 김형순
큐비즘을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다. 현재 뉴욕현대미술관(MoMA) 소장품이라 이번에 오지 못하고, 대신 '여인의 흉상'이 서울에 왔다. 피카소가 같은 해 파리 '트로카데로 민족지학 박물관'에서 본 아프리카 가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 두 작품 머리 형태가 같다. 서양 회화의 탈출구를 찾던 중 나온 것이라 세계 미술계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운동의 선각자 하면 역시 '피카소와 브라크'다. 두 작가의 초기작은 구별하기 힘들 정도다(위 3번째 도판). 사실 이들에게 큰 스승이 있었다. 바로 '폴 세잔'이다. 피카소와 브라크는 1907년 파리 세잔의 '사후 회고전'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이들은 전통적 원근법적 재현에서 벗어나 사물의 형태를 원기둥, 원구, 원뿔 같은 기하학적 도형으로 환원하는 실험에 몰두했다.

1908년 비평가 '루이 보셀(L. Vauxcelles)'이 브라크 작품을 보고 "큐브(Cube 정육면체)의 연속"이라고 평한 데서 '큐비즘'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1905년에 그는 '야수파'라는 용어도 발명했다.

오르피즘(Orphism)

이번 전시의 구성 전반부(섹션1~4)와 후반부(섹션 5~8)로 나뉜다. 우선 전반부를 보자.

섹션1 '큐비즘 탄생'(1907~08)에서는, 피카소 등 거장들이 소개돼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섹션2 '분석적 큐비즘'(1909~11)에서는, 다중 시점으로 형태가 사라진 회화를 선보였다. 섹션3 '살롱 큐비즘'(1913)에서는, 큐비즘이 어떻게 대중화되고, 건축과 디자인에도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있다. 섹션4 '오르픽 큐비즘'(오르피즘)에서는, 색채의 진동과 음악적 리듬을 시각화한 작품이 전시됐다.
 로베르 들로네 I '파리의 도시' 267×406cm 1910-1912
ⓒ 김형순
그럼 '오르피즘'은 뭐가 다른가? 큐비즘에서 출발했지만, 색채와 리듬을 강조하며 독자적 방향으로 발전한 미술운동이다. 그리스 신화 속 음악가 '오르페우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 운동은 당시 파리 미술계에서 급진적 논쟁을 일으켰다. 창시자 격인 '로베르 들로네'와 그의 부인 '소니아 들로네', '페르낭 레제', 'F. 피카비아' 등이 이 사조를 이끌었다.

로베르 들로네는 당시 첨단도시 파리의 역동성을 살린 '에펠탑 연작'으로 유명하다. 여러 각도에서 본 것처럼 에펠탑을 재구성하고 거기에 파격적 운동감을 가했다. 기하학적 형태를 갖추고 화면에 변화를 주면서 굴절효과를 냈다. 색이 겹칠 때 발생하는 시각적 진동과 에너지도 분출시켰다.

아래 'F. 피카비아' 작품은 이국적 힌두 댄스 무용수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 작가는 무희가 춤추는 동작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기하학적 형태와 리듬감 있는 색채로 묘사했다. 춤의 움직임을 여러 단면으로 분해했다. 거기에 이탈리아의 기계주의 미학까지 더해 음악적 울림도 일으켰다.
 프란시스 피카비아 I '우드니(미국 소녀: 춤) 290×300cm 캔버스에 유화 1913
ⓒ 김형순
초기 큐비즘과 오르픽 큐비즘(오르피즘)을 비유적으로 비교해 본다면, 전자는 사물의 '뼈대'를 해부해 '눈으로 보는 미술'이라 할 수 있고, 후자는 그 뼈대를 화려한 빛과 색으로 진동시켜 '눈으로 듣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는 후반부(섹션 5~8)를 보자. 섹션5 '종합적 큐비즘'에서는, 콜라주 기법을 통해 신문지·벽지·인쇄물 등 다양한 재료와 이미지를 결합한 실험적 조형을 선보였다. 섹션6 '국제적 큐비즘'에서는, 이탈리아와 러시아 화풍도 선보였다. 섹션7 '조각 큐비즘'(1914~1918)에서는, 로비의 동물(말)마저도 원통으로 재구성했다. 섹션8 '장식적 큐비즘'(1927)에서는, 큐비즘이 연극무대처럼 장식적 양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박래현 I '노점' 종이에 먹, 색 267×210cm 1956.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김형순
그리고 2층 특별실에는 '한국과 큐비즘' 섹션이 있다. 한국작가 중 큐비즘 영향을 받고, 이를 한국적 현실과 정서로 변용해 독자성을 발휘한 작품을 선보인다. 기하학적 추상을 전개한 '김환기'와 '유영국', 동양화 재료로 큐비즘을 시도한 '박래현', 전쟁의 비극적 체험을 서사적 큐비즘으로 풀어낸 '이수억', 파리 시절부터 치열한 실험을 보여준 '함대정' 등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단지 큐비즘 역사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리에서 시작된 시각혁명이 유럽과 세계를 거쳐 한국 현대미술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알게 한다. 따라서 관객은 피카소와 브라크의 실험에서 출발해 김환기와 유영국에 이르는 현대미술의 계보를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20세기 현대미술의 탄생과 확산을 한눈에 보여주는 입문서'라 할 만하다.

덧붙이는 글 | [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centrepompidou-hanwha.kr 사전 예약 /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63로 50(미술관 입구: 63빌딩 별관 G층) 교통 : 시내버스: 261번, 5633번, 5634번 이용 시, '63빌딩, 여의도성모병원' 정류장에서 하차 로비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특별강연] 일시 2026. 06. 17 (수) 19:00~20:30 / 장소: 퐁피두센터 한화 오디토리엄 강연자: 우정아(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큐레이터 토크 II] 일시: 2026. 7. 2 (목) 15:00 – 17:00 / 장소: 퐁피두센터 한화 오디토리엄 / 구성: 1부 : 큐비즘 퐁피두 컬렉션 (15:00~16:00) 패널: 크리스티앙 브리앙(퐁피두센터 파리 수석 큐레이터) x 서지은(퐁피두센터 한화 책임 큐레이터) / 2부 : KOREA FOCUS (16:00~17:00) 패널: 조주현(퐁피두센터 한화 수석 큐레이터)×안마노(안그라픽스) & 민구홍(AG랩) 모더레이터: 권행가(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부설 근현대미술연구소 소장)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