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율에 흔들리는 내한 시장, ‘확실성’에 베팅한 LG아트센터

박정선 2026. 6. 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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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희망봉 우회 노선...공연 3주 전 무대 세트 국내 조기 도착
"제작사들, 환경 리스크에 더 보수적이고 신중해질 것"
"공연 축소 대신 체질 강화"… 문화예술 물류 보증 등 정부 차원 안전판 촉구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해 국제 유가, 항공료, 해상 운송비가 일제히 상승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내한 공연 프로덕션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이러한 대외 경제 변수는 해외 아티스트 계약, 물류 수송, 로열티 정산 등 외화 지출 비중이 높은 국내 내한 및 라이선스 공연 시장에 직접적인 비용 압박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LG아트센터 '한여름 밤의 꿈'ⓒLG아트센터

실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내한 공연은 177건, 공연회차 223회, 티켓판매수 22만 7590매, 티켓판매액 20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공연건수 15.3%, 공연회차 46.8%, 티켓판매수 35.4%, 티켓판매액 34.2%가 각각 감소하여 전방위적인 위축세를 나타냈다.

2026년 1분기 들어 일부 대형 흥행작을 중심으로 회차와 마케팅이 집중되면서 전체 매출액은 일시적으로 반등했으나, 공연 공급 건수와 회차 등 기초 체력 지표는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소수의 대작에 자본과 리스크가 몰리는 독과점형 구조가 심화되면서, 대외 악재 발생 시 개별 프로덕션과 생태계 전체가 받는 충격의 강도는 더욱 커진 상태다.

이 같은 공급망 마비와 불확실성 속에서 주요 제작극장들은 비용 절감보다 프로덕션을 무사히 올리는 성사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축을 이동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월간공연전산망 2026년 5월호에 소개된 LG아트센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LG아트센터는 올해 상반기 기획 공연 ‘한여름 밤의 꿈’ 진행 중 중동 분쟁 지역 통과로 인한 해상 물류 차단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물류비 상승을 감수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해상 노선을 선택하여, 공연 개막 3주 전에 무대 세트를 국내에 조기 안착시켰다. 당장의 손실 방어보다 관객 신뢰와 극장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한 리스크 통제를 우선순위에 둔 결과다.

LG아트센터는 올 하반기 라인업인 ‘피아노 피아노’와 ‘로스코’에 대해서도 동일한 리스크 방어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운송 경로와 일정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뮤지컬 '겨울왕국' 공연 장면 ⓒ에스앤코

이러한 물류 및 금융 리스크의 영향권은 내한 공연에만 국한되지 않고 해외 창작진 및 장비를 조달해 국내에서 제작하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에도 동일하게 관측된다. 올해 초연을 앞둔 ‘겨울왕국’과 ‘헬스키친’ 등의 대작 프로덕션은 오리지널 팀의 투어 공연은 아니지만, 현지 디자이너 및 테크니컬 스태프의 장기 국내 체류 비용과 무대 장비 수입 물류비가 고환율과 맞물리며 제작비 정산 부담이 급증했다. 여기에 계약 조건상 외화로 정산해야 하는 원작 로열티 지급 부담까지 겹치면서 원화 약세에 따른 재무적 피로도가 한계치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겨울왕국’ 홍보사인 클립서비스 측은 “무대 세트가 일부 들어와 있긴 하지만 여전히 추가 반입 물량이 남아 있고, 유류비 상승으로 인한 운송료 가중과 달러 결제 로열티 부담이 목표 수익을 떨어뜨리는 지점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공연권 유지를 위해 USD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들이 있어, 실제 공연 여부와 상관없이 환율 상승의 영향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리스크는 신규 작품 도입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최근 새로운 작품을 들여오려는 시도가 많았던 시기였는데 환경이 리스키해지면서 제작사들이 더 보수적이고 신중해질 것”이라며 “위기의 시대에는 결국 성공이 보장된 유명 대작으로만 관객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장기화는 민간 영역의 자구책이나 일반적인 보험만으로 분산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여파가 올해 하반기를 넘어 내년 초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개별 기획사나 극장이 독자적으로 이 비용을 흡수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신민경 LG아트센터 공연기획팀장 역시 칼럼을 통해 개별 극장의 한계를 짚었다. 신 팀장은 “다른 산업군이 재난 상황에서 금융 및 물류 지원을 받는 것처럼, 이제는 공연 산업 역시 최소한의 공적, 제도적 안전판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축돼 공연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어떤 위기 속에서도 공연이 계속될 수 있도록 체질을 강화하는 더 정교하고 회복 탄력성 높은 대응 체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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