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세현장요? 사람들이 박근혜만 외치더라고요"

이영광 2026. 6. 13. 12:4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영광의 '온에어' 428] KBS 1TV <추적 60분> 기아영, 김미래, 이주아 PD

[이영광 기자]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지방선거는 시도지사와 시장, 군수 그리고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주민들과 더 밀접하다. 그럼에도 전국 단위 선거 중 관심도가 낮고 투표율도 저조한 편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격전지가 많아 평소보다 관심이 높았다.

지난 5일 방송된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성난 지방 사람들' 편이 전파를 탔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화제였던 대구 시장 선거,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 그리고 통합 선거로 치러진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시장 선거 현장을 PD들이 직접 찾아가 주민들과 후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해당 회차를 연출한 김미래, 이주아 PD와는 전화로, 기아영 PD와는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유세현장, 시민의 얼굴과 반응을 담았죠"
 <추적60분의 한 장면
ⓒ KBS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떤가요.
기아영 PD(이하 기) : "방송이 나간 시점은 선거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난 때였지만 여전히 선거 한복판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선거 기간 동안 취재했던 현장은 사람들의 말과 에너지로 활기가 넘쳤거든요. 특히 개표 방송을 취재차 김부겸 후보 캠프에서 지켜보며, 초반의 우세한 분위기가 시간이 흐르며 역전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죠. 그 현장의 분위기에 저 역시 상당히 고무됐던 것 같아요."
김미래 PD(이하 김) : "보통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주목도가 떨어지는 편인데, 이번엔 격전지와 화제의 후보들 덕분에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저는 주로 광주를 맡았는데, 대구와 부산 같은 핫한 지역을 누빈 이주아 PD와 기아영 PD가 정말 고생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주아 PD(이하 이) : "저는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를 취재했어요. 해당 지역구 선거가 '중앙 정치의 대리전'으로 불릴 만큼 큰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선정했고요. 한 달여 동안 후보들의 선거 유세 현장을 따라다니며 지역 민심의 변화를 지켜봤어요. 선거란 무엇인지, 지역구 의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고,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주민들의 기대와 고민, 변화에 대한 열망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취재였습니다."

- 지방선거 때 대구, 부산, 광주의 민심을 들었잖아요. 어떻게 기획했나요.
: "이번 선거 방송은 정치인의 발언이나 이슈 중심의 분석이 아니라 지역민들의 얼굴과 목소리에 집중하고자 했어요. 기획 단계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보수의 심장 대구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었거든요. 변화의 동력은 정치인보다 지역 주민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유세 현장에서도 후보보다 시민들의 얼굴과 반응을 집중적으로 담았어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대구 경제를 이야기하더라고요. 지역내총생산이 30년째 최하위라는 점, 청년 유출 문제, 도시 고령화 등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어요. 자신의 지역 문제에 그토록 해박한 주민들을 보며 놀라웠고, 대구 사투리로 지역 상황을 마치 집안일처럼 이야기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 대구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기아 타이거즈 경기 장면으로 시작하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 "취재하면서 동대구역을 자주 오가다 보니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 입은 팬들을 자주 마주쳤어요. 자연스럽게 지역 연고 프로야구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죠. 저도 광주 출신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 영향으로 해태 타이거즈 팬이었는데, 어릴 때 형성된 팀에 대한 애정은 어른이 돼서도 계속 이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응원하는 팀을 바꿀 수 있을까'란 질문이 떠올랐어요. 현장에서 만난 기아, 삼성 팬들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정치에서도 오랫동안 지지해 온 정당을 바꾸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죠. 야구와 정치가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함께해온 보수 정당 대신 다른 선택을 한다는 건 쉽운 게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대구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건 내부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 대구 현장 분위기가 어땠나요?
: "취재 과정에서 만난 시민들 가운데 김부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분들조차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경우가 많았어요.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도 결국 투표장에 가면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게 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실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개인의 정치적 정체성과 오랫동안 일체화된 정당에 반하는 선택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경호 후보 지원 유세 했잖아요.
: "칠성시장에 도착했을 때 현장은 이미 취재진과 지지자, 캠프 관계자, 경호 인력까지 몰려 긴장감이 감돌았어요. 모두가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죠. 멀리서 지켜보던 상인들과 주민들조차 막상 박 전 대통령과 마주하자 감격스러워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추경호 후보를 비롯한 다른 인물들은 사실상 조연이었어요. 사람들은 오로지 박 전 대통령만 외쳤으니까요. 유세 지원이 추경호 후보 지지율 상승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구 사람들에게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안타깝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라는 걸 실감했어요."

- 박 전 대통령의 지원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을까요.
: "지지율이 몇 퍼센트 상승하거나 하락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칠성시장 취재 당시 지지자들의 열기를 통해 대구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건 확인할 수 있었어요. 반면 이후 만난 택시 기사 등 일부 시민들은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어요. 추경호 후보에게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동시에 작용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김부겸의 노래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
- 선거 유세 마지막 날 김부겸 후보가 노래 부르며 눈물 흘린 게 화제였어요.
: "당시 저는 편집 중이어서 6월 2일 유세 현장을 직접 취재하지는 못했어요. 다만 동성로에 많은 지지자들이 모여 선거의 절정에 이른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김부겸 후보의 목소리도 출마 선언 당시와 비교하면 완전히 쉬었는데, 선거 기간 동안 그가 쏟아부은 에너지를 짐작하게 했죠.

사부곡 장면을 삽입한 건 그의 감정 몰입이 분명히 드러났고 이번 선거에 임하는 절실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동시에 직전 장면에서 추경호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아버지, 어머니'로 호명한 것과 대비되는 측면도 고려했어요. 한 사람은 상징적 '아버지'를, 다른 한 사람은 실제 자신의 아버지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대비라고 판단했습니다."

- 이 PD님은 부산 북구갑 재보선 취재했잖아요. 한동훈 후보가 북구 갑으로 가니 관심이 많았을까요?
: "올해 1월 이후 한동훈 의원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큰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목도가 높았어요. 특히 지역 연고가 없는 부산 북구갑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죠. 도전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었고,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주려는 결정이라는 해석도 있었어요. 실제로 선거 기간 내내 한동훈 의원의 유세 현장에는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많이 몰려 높은 관심도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동훈 후보의 경우 전국 각지에서 지지자들이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북구를 찾아서 일반적인 지역구 선거와는 분위기가 달랐어요. 선거 초반에는 외부에서 온 지지자들의 비중이 컸다면, 선거가 진행될수록 북구 주민들도 점차 유세 현장에 합류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활동도 활발해지면서 선거 열기가 점점 높아졌고요. 현장에서 오랫동안 선거를 지켜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마치 대선 유세 현장 같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 방송에 하정우 후보 동창들이 나오더라고요.
: "모두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이에요. 하정우 후보는 북구의 아들을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나고 자란 곳이 북구와 생활권에서 크게 멀지 않다 보니 같은 초·중·고 동창들이 유세 현장을 찾아 응원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통합해서 치르는 첫 선거인데 어땠어요?
: "중요한 지역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거 결과에 대해 크게 의견이 갈리지 않는 지역이다 보니 시민들이 구체적인 통합 플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어요. 인터뷰해 보면 '통합된다는 건 알고 있고 이번에 통합특별시장을 뽑는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고, 정부 지원금이 생기니 1%라도 나아지지 않겠냐는 기대를 갖고 있는 분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대체로 무관심하거나 그런다고 뭐가 바뀔까 하는 회의감 섞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추적60분의 한 장면
ⓒ KBS
-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방 균형 발전의 시험대가 될 것 같아요,
: "취재한 전문가분들도 '이번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고, 다른 지자체들도 이 실험이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것'이라고 하셨어요. 수도권 1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5극 3특 구상에 근거한 건데, 다른 지자체들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반면 전남·광주만 통합특별법이 통과돼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특별시장을 선출했잖아요. 당시 후보였던 민형배 후보와도 인터뷰했는데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통합을 긍정적으로 보든 부정적으로 보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 동대구역에서 민심을 듣는 걸로 끝나는데 이유가 있나요.
: "이번 방송은 '지방 소멸'을 주요 문제의식으로 삼았어요. 그 해결의 핵심은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선거는 끝났지만 지역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어요. 동대구역을 통해 오늘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 문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 "군 단위 지역으로 넘어가면 지방 소멸이 정말 심각하더라고요. 터미널같이 사람이 모일 법한 장소에서도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서울·수도권에 살면서 지방 소멸을 직접 목도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두 눈으로 그 현장을 목격하니 충격이 컸습니다. 인구가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 같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가 이번에 당선된 지자체장들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번 북구갑 선거는 단순한 지역 선거를 넘어 지역 문제를 전국적인 의제로 끌어올린 선거였다고 생각해요. 유권자들이 정당뿐 아니라 후보 개인의 역량과 비전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고요. 주민들이 실제로 지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후보자를 판단하려는 모습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약속과 비전이 실제 정책과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유권자들이 기대한 변화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가 이번 선거의 진정한 평가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