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잡은 韓이 멕시코 16강 견인”에 멕시코 센터장 굳은 얼굴 풀렸다

“8년 전 우리가 멕시코의 16강을 도와줬다고 했더니 ‘잘 알고 있다’며 미소짓더라고요.”
유수아(54) 외교부 해외안전상황실 팀장은 11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영상 통화에서 후안 카를로스 콘트레라스 멕시코 할리스코 주 치안통합지휘관제센터장과의 면담을 떠올리며 웃었다. 한국에서 온 정부합동신속대응팀(신속대응팀)이 멕시코 치안 담당자에게 북중미 월드컵 기간 한국인의 안전을 위해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
유 팀장은 딱딱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멕시코는 같은 조였는데 한국이 독일을 이기면서 멕시코는 최종전에서 패하고도 16강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유 팀장은 “멕시코인들이 한국에 고마워했다는 후일담이 생각나 말을 꺼냈는데 멕시코 당국자의 굳은 얼굴이 풀려 놀랐다”며 “‘한국의 승리를 기원한다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북중미 월드컵 신속대응팀의 일원으로 지난 9일 멕시코 땅을 밟았다. 앞서 외교부는 한국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와 몬테레이에 임시영사사무소를 설치하고 신속대응팀을 꾸렸다. 멕시코 대부분 지역에 여행경보 2단계(여행자제)가 내려진 만큼 한국 응원단의 안전을 위해 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결과다.
페루, 브라질, 칠레 등 중남미국 공관에서 근무해 현지 사정에 밝은 유 팀장은 대응팀의 첫 번째 조로 뽑혔다. 그가 올해 초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신속대응팀으로 파견돼 ‘무사고’에 일조한 점도 선발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유 팀장의 임무는 현지에서 사건·사고 발생 시 신속한 영사 조력이다. 한·체코전과 한·멕시코전이 열리는 과달라하라에는 10일부터 응원단 500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한국 대표팀이 대역전극으로 체코에 승리하면서 현지 분위기도 들떴지만, 유 팀장과 팀원들은 함께 대한민국을 응원하면서도 웃을 수만은 없었다. 인파가 몰리고 흥분도가 높아질 수록 범죄 노출 위험도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속대응팀의 최우선 임무는 한국인을 겨냥한 소매치기 등 민생범죄와 팬들 간 우발적 충돌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시위 등 현지 동향을 파악하면서 교민들에 주의 사항을 알리는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매운 음식 선호 등 한국과 멕시코의 교집합을 찾아 현지 치안 관계자들과도 ‘라포’를 쌓는 일도 병행했다. 비슷한 상황인 일본과 체코 대사관 등의 대응 방식도 참고했다고 한다. 유 팀장은 “직접 관람을 계획 중인 이들이 모인 온라인 오픈 채팅방에 800여명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날에는 최대 1000여명까지 운집하는 것으로 보고 대응을 준비해 왔다.
다행히 한·체코전과 관련해서는 돌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멕시코 당국이 안전 문제로 경기장 주변 응원을 금지하면서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주변 한국 음식점에 모여 단체 관람을 했다.
유 팀장은 “멕시코 관중 대다수가 한국을 응원하고 체코팀에 야유를 보냈다”며 “한국 응원단은 안전하게 경기를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팀이 첫 승리를 거둔 것도 좋지만 아무 사고도 없다는 점이 더 뿌듯했다”며 “그간 노하우를 살려 무사고 월드컵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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