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섬, 365일 1년을 꼬박 즐길 수 있는 곳…"배가 떠야 길이 열리는 시간의 섬"[여수, 섬을 다시 쓰다]②
여수에는 섬이 365개 있다. 하루에 하나씩 불러도 1년이 걸리는 숫자다. 그래서 여수에서 섬은 먼 여행지가 아니다. 늘 보였고, 자주 건넜고, 때로는 날씨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생활의 반대편이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말해야 할 것도 결국 그 지점일 것이다. 섬은 전시장에 걸어둘 주제가 아니라, 이 도시가 바다와 살아온 방식이다.

향일암에 오르면 그 사실이 먼저 눈으로 온다. 돌산 끝 금오산 자락, 계단과 바위틈을 지나야 절에 닿는다. 길은 좁고, 시야는 갑자기 넓어진다. 아래로 남해가 펼쳐지고, 그 바다 위로 여수의 섬들이 흩어진다. 향일암은 큰 절이라서 오래 남는 곳이 아니다. 육지가 끝나는 자리에서 바다가 어떻게 다시 길이 되는지 보여주는 위치 때문에 남는다. 여수의 지리는 여기서 한눈에 읽힌다. 산은 바다로 내려가고, 바다는 섬으로 이어진다.

요트에 오르면 같은 바다가 달라진다. 육지에서는 배경이던 섬이 물 위에서는 방향이 된다. 항구를 벗어나면 건물은 낮아지고, 다리와 섬의 선이 먼저 들어온다. 배가 방향을 바꿀 때마다 섬은 멀어졌다가 가까워진다. 바다는 풍경으로만 있을 때보다 길이 될 때 더 선명하다. 박람회가 요트투어를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수의 섬은 바라보는 순간보다 건너가는 순간에 더 잘 보인다.
금오도행 배에서는 그 낭만이 조금 현실이 된다. 돌산 신기항을 떠난 한림페리9호는 화태대교를 지나 여천항으로 향했다. 이 배는 예약도, 예매도, 왕복 발권도 되지 않았다. 운항 시간은 현장 상황과 날씨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섬 여행은 그래서 늘 확정된 일정으로 오지 않는다. 배가 떠야 길이 열리고, 바람이 세면 계획은 항구에 묶인다. 그 불편까지 포함해야 섬이다.

금오도에 닿으면 여수의 속도는 한 번 더 느려진다. 포구와 마을, 산비탈과 바다가 앞다퉈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다. 비렁길은 그 느린 속도에 맞춰 걷는 길이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 말이다. 이름처럼 길은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진다. 숲길을 걷다가 바다를 내려다보고,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관광지는 대개 한 장면을 보여주지만, 섬길은 시간을 쌓는다. 금오도의 매력은 바로 그 느림에 있다.
여수의 밥상도 같은 말을 한다. 물회, 전복, 문어, 조개류가 오른 식탁은 바다를 예쁘게 포장한 결과물이 아니다. 섬과 포구에서 살아온 시간이 밥상 위로 올라온 것이다. 박람회가 말하는 '섬 1박3식'과 '힐링밥상'은 여기서 설득력을 얻는다. 섬을 하루 둘러보는 장소가 아니라, 걷고 먹고 머무는 생활의 공간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이라면 그렇다.
다만 여수의 섬은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365개라는 숫자는 크지만, 섬 하나하나는 작고 느리다. 배 시간에 묶이고, 날씨에 흔들리고, 마을의 속도를 따른다. 박람회가 이 숫자를 구호로만 쓰면 여수는 또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된다. 그러나 관람객이 향일암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요트 위에서 섬의 거리를 느끼고, 금오도에서 배 시간에 맞춰 걸음을 조절하고, 지역의 밥상을 마주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아직 개막 전이다. 진모지구 주행사장도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수는 이미 박람회의 주제를 갖고 있다. 365개의 섬, 그 섬 사이를 건너는 배, 바다를 향해 선 암자, 절벽을 따라 이어진 길, 식탁 위로 올라온 해산물. 박람회가 증명해야 할 것은 섬의 개수가 아니다. 여수가 그 많은 섬을 어떻게 보고, 건너고, 먹고, 살아왔는가다.
여수=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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