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도 고열로 화장실도 못갔다, 오현규 체코전 역전골 비화

“경기 당일 아침만 해도 오현규 선수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은 물론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38도 고열에도 북중미 월드컵 체코전 역전골을 터트린 오현규(25·베식타시)의 비화를 한국축구대표팀 의무진이 들려줬다.
앞서 오현규는 지난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의 1차전 후반 35분 결승골을 터트려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체코전 다음날인 13일 대표팀 훈련장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만난 백정국 의무팀장은 “미국 사전캠프에서 멕시코로 넘어오면서 일부 선수들이 약간 설사 증세가 있었다. 오현규 선수가 얼마나 자신감이 있는 친구인데, 도저히 뛰기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송준섭 대표팀 수석주치의는 “오현규는 미국 사전캠프에서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아웃 상태였고, 탈수 증상이 발열로 이어졌다. 또 여기로 넘어오면서 압박감, 부담감, 책임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까지 겹친 것 같다”고 전했다.

백 팀장은 “우리가 준비하고 계획한 치료법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오현규 선수는 점심 먹고 나서 회복하기 시작했고, 버스 타고 경기장에 왔을 때 표정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송 주치의는 “어떤 치료법인지는 묻지 말아 달라. 우리들의 비밀”이라며 웃었다.
경기 출전이 불투명했던 오현규는 이날 후반 24분 교체로 들어갔다. 11분 뒤 황인범의 원터치 크로스를 문전쇄도하며 왼발 논스톱슛으로 차 넣었다. 경기 후 오현규는 “열이 38도까지 올라 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는데, 의무팀 선생님들이 보살펴 주신 덕분에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해발 1571m 과달라하라 고지대에 대비해 앞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부터 적응 훈련을 한 게 큰 효과를 봤다. 반면 별도의 고지대 적응을 거치지 않은 체코는 후반 들어 체력이 떨어졌다. 송 주치의는 “고지대 증상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트갈)도 피할 수 없는 생리적 현상”이라며 “홍명보 감독이 명확한 판단을 해서 고지대에서 그 고생하고 온 효과가 잘 나타났다”고 했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대표팀은 이날 약 한 시간 동안 가벼운 패스훈련, 미니게임을 했다. 발목 부상으로 체코전에 결장했던 배준호(스토크시티)와 김태현(가시마)도 이르면 조별리그 2차전에 맞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오전 훈련을 마친 대표팀 선수들은 현지를 찾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뒤 멕시코와 2차전 준비에 돌입한다.
과달라하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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