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는 근로자인가”…도급제 최저임금 좌절시킨 ‘이 질문’

최저임금제 시행 38년 만에 도급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지를 두고 표결이 이뤄졌지만, 최종 부결됐다. 다수의 공익위원이 택배기사·배달라이더 같은 도급제 근로자를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근거로 반대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열린 제5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를 두고 세 번째 논의가 진행됐지만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표결 절차로 넘어가게 됐다. 표결 결과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노사가 팽팽하게 이견이 갈린 만큼 9명 중 6명의 공익위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다수의 공익위원들이 반대표에 던진 건 출발점인 ‘누가 대상이냐’부터 논란이었기 때문이다. 도급제 근로자는 성과나 물량에 따라 보수를 받는 근로 형태로, 택배기사·배달라이더·대리운전기사·학습지 교사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최저임금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도급제 근로자 중 누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가 사실상 가장 큰 쟁점이었다. 대법원 판결을 봐도 배달라이더의 경우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사례는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경우는 사실상 없다.
노동부의 비공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한국노총 발표자료에서도 노동자성 여부는 직종별로 차이가 났다. 가전설치기사,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는 노동자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직종으로 분류된 반면, 방과후 교사·대리기사·배달라이더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
당초 노동부 실태조사의 취지는 도급제 근로자 가운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어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 노동자를 가려내는 데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성이 높다고 해서 곧바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한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여러 위원이 올해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적극적으로 논의했다”며 “다만 근로자성이 80~90% 수준으로 높게 평가되더라도 곧바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 현행 법체계에서는 이런 도급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제도적 근거도 있었고 사회적 필요성도 충분했다”며 “부족했던 것은 오직 하나,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의 의지뿐”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행 법 체계 상 도입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개편되거나 플랫폼 노동자 등이 대법원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새로운 판단이 나오지 않는 한, 내년에도 최저임금위원회의 판단이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저임금 적용이 어렵다면 최저보수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국노총에서 나왔다. 최저보수제는 노동시간 측정이 어려운 경우 물가 상승률, 유사 업무의 시장 임금, 총수수료와 업무 경비 등을 참고해 보수 하한을 정하는 방식이다. 한국노총 측은 “최저보수제 도입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해당 직종과 직군을 포괄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후 안전운임제처럼 별도의 노사정 전문가 기구가 해당 직종의 최저보수를 매년 결정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최임위 회의에서 발표했다.
다만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보수제 등 대안적 제도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임위 관계자는 “향후 최임위 제도개선 논의 차원에서 최저보수제 등을 검토해볼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노사 위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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