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단어는 변질됐고 교실은 그대로[영상2도]
법은 마련됐지만, 여전히 혼자인 교사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출범하면서 내건 문구가 있다. '참교육.' 군사정권 시절의 주입식 교육, 촌지와 서열화가 만연한 교실을 인간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체벌 금지와 민주적 학교 문화 조성을 지향했다. 2010년대를 지나면서 이 말은 누군가에게 응징을 가한 뒤 조롱 섞인 승리감을 표현하는 냉소의 코드로 굳어졌다. 단어는 살아남았지만, 의미는 변질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은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교권보호국 감독관 나화진(김무열)이 문제가 발생한 학교로 가서 가해자를 제압하는 판타지 액션물이다. 교육계 반응은 갈렸다. 전교조는 일찍이 폭력에 의한 학생 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작 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권 추락의 현실을 반영했다며 공감한다는 논평을 냈다. 상반된 목소리가 드라마보다 먼저 말해주는 것이 있다. 지금 교실이 그만큼 복잡한 균열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그 현실은 2023년 서이초 사건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한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국 교사들이 거리로 나왔고, 국회는 교권 보호 5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2024년 조사에서 현직 교사의 84%는 바뀐 것이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그해 교권 침해는 4234건으로, 4년 전보다 약 3.5배 늘었다.
법은 마련됐으나 교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업 중 학생에게 모욕당해도 교사는 대응해도 되는지 망설인다. 정당한 생활 지도가 아동학대 신고로 돌아오는 현실에서 외면과 침묵이 안전한 선택이 돼버렸다. 시청자들이 '참교육'에 환호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제도가 무력할수록 판타지가 더 강렬해진다.

이남규 작가는 에피소드마다 누가 피해자인지 묻는다. 역할이 아니라 피해 사실에 집중하는 시선으로 단순한 사적 제재물과 차이를 둔다. 그러나 교권을 학생 인권과 맞세우는 방식으로 문제를 단순화하기도 한다.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예컨대 촉법소년은 재범률이 성인보다 세 배 높은 12~13%지만 연령 하향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드라마는 그 충돌을 주먹 한 방으로 정리해버린다. 왜 피해가 반복되는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 앞에선 말을 아낀다.
학생 권리를 앞세운 정책은 교사의 정당한 개입을 옥죄는 역설을 낳았다. 참교육의 이상이 현실에서 길을 잃는 동안, 그 단어도 함께 변색했다. 서이초 사건 뒤 쏟아진 대책들이 현장에서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선언은 있었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대중은 그 공백을 메울 영웅을 드라마에서 찾는다.
'참교육'이 불편한 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교사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강력한 감독관이 아니다. 악성 민원 앞에서 학교와 기관이 함께 대응하는 구조, 사실이 확인되기 전에 가해자로 몰리지 않는 절차,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걸러낼 수 있는 법적 장치, 교권 침해 가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와 같은 안전장치다. 이는 본래 참교육이 그리던 교실의 조건이었다. 단어의 의미는 변했지만, 해결할 과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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