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도 없는데 또 강제집행"... 정릉골 세입자들이 인권위에 '진정' 낸 이유
[김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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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릉골 |
| ⓒ 김군욱 |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청 앞. 정릉골 주거세입자대책위원회 김우권 위원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최근 재개발조합의 강제집행 시도를 떠올리며 "언제 또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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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릉골 강제집행 인권침해에 대한 기자회견 현장 |
| ⓒ 노예주 |
"대책 없이 떠나라는 재개발"
공대위에 따르면 정릉골 재개발 사업은 임대주택 없이 최고 4층 규모의 주거단지 조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사업 대상은 토지 소유자와 세입자를 포함해 1218세대에 달한다.
공대위는 재개발 과정에서 원주민 재정착 대책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세입자들이 강제 이주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북구청은 2024년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했고 이후 명도소송과 이주 절차가 진행됐다. 공대위가 인용한 조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주민의 92.8%가 이주를 완료했지만 여전히 88세대가 현장에 남아 있으며, 이 가운데 주거세입자는 21세대다.
공대위는 "해당자와 미해당자로 세입자를 구분해 일부 주민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알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우권 위원장은 "갈 곳을 찾아 헤매고 있는 와중에도 강제집행은 강행됐다"며 "혼자 집에 있는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고 생계를 위해 일하러 나간 사람들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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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회견 중 정릉골 주거세입자대책위원회 김우권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 ⓒ 노예주 |
또 10일에는 주거세입자대책위원회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김우권 위원장 자택에 대한 강제집행이 시도됐다.
공대위는 "김 위원장이 항의하기 위해 대문 위에 올라가자 집행관 측 노무자와 조합 용역이 강제로 끌어내리려 했다"며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부당한 강제집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언제까지 세입자들이 밀려나야 하나
연대 단체들도 재개발 과정에서의 주거권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최하은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는 "6월 10일 우리는 다시 참담한 강제집행 현장을 목격했다"며 "수십 년 동안 주민들이 살아온 터전이 집행관과 용역에 의해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도대체 언제까지 이윤을 위한 도시개발 때문에 세입자들이 삶의 자리를 빼앗기고 밀려나야 하느냐"고 물었다.
신희철 노동당 성북지역위원장은 성북구청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성북구청은 정릉골 재개발 사업을 객관적으로 재검증하고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세입자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국공유지 매각과 각종 인허가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원주민 재정착과 주거공공성을 위해 성북구청장이 선제적으로 책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릉골은 재개발 구역이 아니라 삶의 터전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정릉골 주민들과 함께해 온 시민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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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회견 중 권시우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
| ⓒ 노예주 |
성공회 나눔의집 한덕훈 신부는 "정릉골은 단순한 재개발 구역이 아니다"라며 "그곳에는 가족의 기억과 이웃의 정, 삶의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철거 대상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 도시를 함께 만들어 온 시민들"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와 성북구청은 정릉골 세입자들의 지적에 대해 "민간 재개발이라 직접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훈 신부는 "정릉골은 낡은 집들이 모인 재개발 구역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이 축적된 공간"이라며 "사람이 사라진 개발이 아니라 사람이 남는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시작으로 강제집행 중단과 세입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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