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소득보다 자존감입니다"
[장성순 기자]
스타트업계의 멘토와 멘티가 만나 창업 생태계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대표 리더로 현장에서 수많은 창업가를 육성해 온 멘토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지난 8일 멘티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를 마주하고 긴 시간 얘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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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와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대담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와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대담 |
| ⓒ 장성순 |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아래 최 대표) : 이지태스크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아래 전 대표) : "원래 저는 창업을 목표로 창업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았습니다. 창업자들을 멘토링하면서 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기회를 찾지 못하는 문제를 계속 보게 됐습니다. 다만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명확한 아이템은 없었죠.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원격근무가 보편화됐습니다. 육아나 여러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집에 있지만 역량은 충분하다는 점에 주목했고, 원격으로 기업과 인재를 연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이지태스크' 구상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했습니다."
- 최 대표 : 이지태스크가 주로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전 대표 : "결국은 인재와 기업의 미스매칭 문제입니다. 기존 채용은 면접 몇 번 보고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것을 '선 보고 결혼하는 방식'이라고 표현합니다. 서로 기대치가 너무 높고 부담도 큽니다.
반면 이지태스크는 '소개팅'에 가깝습니다. 일단 함께 일을 해보고 서로 맞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도 부담이 적고, 일하는 사람도 다양한 기회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최 대표 : 그렇군요. 초기 창업 과정은 어땠나요?
전 대표 : "첫 투자 유치까지 약 1년 반 정도 걸렸습니다. 초기에는 제가 벌던 소득으로 직원 한 명을 고용했습니다. 수익이 발생하면 다시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했고, 점차 인력이 늘어났습니다.
첫 고객은 제 심리상담사였습니다. 문서 정리 업무가 필요했는데 저희가 그 일을 도와드리면서 첫 거래가 시작됐습니다. 지금도 고객으로 함께하고 계십니다."
- 최 대표 :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금인데, 어디서 주요 자금을 마련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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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태스크 창립 5주년을 축하하며 직원들과 함께 한 전혜진 대표(중앙) 이지태스크 창립 5주년을 축하하며 직원들과 함께 한 전혜진 대표(중앙) |
| ⓒ 이지태스크 |
- 최 대표 :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현장에서 경력보유 여성들을 많이 만나시죠? 이들에게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전 대표 : "자존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단순히 수입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인지, 미래에도 가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육아로 인해 경력이 멈춰 있는 동안 많은 분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다시 일을 시작하면 경제적인 부분뿐 아니라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십니다."
- 최 대표 : 그럼, 현장 기업가로서 여성 일자리 정책은 실질적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전 대표 : "현재 정부 지원 사업 대부분이 오프라인 출근을 전제로 설계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원격근무와 유연근무가 충분히 가능한 시대입니다. 기존 제도의 틀을 조금만 바꿔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지자체와 대학에서 원격 인턴십이나 원격 일자리 사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 대표 : AI 시대가 급격히 오고 있습니다. 이제, 여성 인재의 경쟁력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전 대표 : "오히려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육아를 해본 사람들은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납니다.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고, 가족 일정을 관리하는 과정 자체가 복합적인 업무 처리 능력을 키워줍니다.
여기에 AI 활용 능력까지 갖춘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한 가지 전문성만 가진 사람보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전 직원 20명에서 5명으로 줄였던 눈물의 고비… 구조 전환으로 일궈낸 재도약
- 최 대표 : "자, 이제 창업하신 이지태스크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눠보죠. 기존 채용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이지태스크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전 대표 : "기존 플랫폼은 공고를 올리고 지원자를 기다리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지태스크는 '자동 매칭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기업이 업무를 등록하면 적합한 사람이 연결되고, 이용자는 수많은 공고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평균 매칭 시간은 14분 정도입니다. 필요한 순간 바로 일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 최 대표 : 스타트업 고객들이 이지태스크를 특히 많이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대표 : "스타트업은 속도가 중요합니다. 정규직 채용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부담도 큽니다. 반면 스타트업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역할이 계속 바뀝니다.
기획자가 필요했다가 마케터가 필요해지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 다른 역량이 필요합니다. 이지태스크는 이런 변화에 맞춰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 최 대표 : CEO로서 조직문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전 대표 : "협업 역량입니다. 혼자 잘하는 것보다 함께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통 능력과 협업 능력이 없는 사람은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또 회사가 성장해야 개인도 성장하고, 개인이 성장해야 회사도 성장한다는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최 대표 :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전 대표 : "저는 앞만 보고 달리는 스타일입니다. 세세하게 관리하는 리더라기 보다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제가 계속 새로운 길을 만들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함께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 최 대표 : 좀 아픈 얘기를 해보죠. 창업 후 가장 큰 실패,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 궁금하군요.
전 대표 : "과거 음식점을 운영할 때였습니다.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상가에 입점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실상 실패 직전까지 갔죠. 하지만 주차 공간이 넓다는 점에 착안해 '주차장 완비'를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결국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권리금을 받고 사업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포기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 최 대표 : 지금의 이지태스크를 운영하면서도 숱한 고비를 넘겼을 거예요.
전 대표 : "TIPS 지원금을 활용하는 2년 동안 수익 전환을 기대했지만... 상용화되지 못하여 TIPS 지원금으로 운영하던 인력의 인건비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어요. 이로 인해 20명이던 직원을 5명으로 줄이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고, 퇴직금을 주느라 통장이 한없이 마이너스를 찍고 있었죠...
그렇지만 제품과 서비스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개발 위주의 조직에서 실제 수익을 일으키고 있는 프리랜서를 채용하는 구조의 조직으로 바꾸면서 현재는 40명의 직원으로 다시 거듭났답니다."
회원 7만 명 넘겨 해외지사 설립해 미국으로... 미래 가치를 만드는 워킹우먼의 '워라인'
- 최 대표 : 현재 이지태스크는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전 대표 : "7만 명의 회원· 1800 개의 기업고객과 함께 성장하며, 초기엔 본사에서 관리하던 지사를 지사장님들을 뽑아 일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젠 미국에도 지사를 내어 글로벌 회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 최 대표 : 이제 AI 시대, 트렌드에 맞는 이지태스크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전 대표 :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AI를 통해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지태스크에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AI 시대에 더욱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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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전혜진 이지태스트 대표 |
| ⓒ 전혜진 |
- 최 대표 : 대표님이 생각하는 성공한 워킹우먼은 어떤 모습인가요?
전 대표 : "가족이 자랑스러워하는 엄마입니다. 저는 워라밸보다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일과 삶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연결하는 것입니다. 가족의 이해와 응원을 받으면서 자신의 일도 포기하지 않는 여성,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성공한 워킹우먼입니다."
- 최 대표 : 마지막으로 우리 워킹우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전 대표 : "조금이라도 시간을 들여 미래 가치를 만드는 일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온라인 강의를 듣든, 새로운 기술을 배우든,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하든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하나씩 쌓여 결국 여러분의 가장 큰 자산이 됩니다. 이제까지의 저 자신의 경험을 들어 지금의 작은 시도가 미래의 나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사진 제공 이지태스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더 워킹우먼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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